[ NABIS 뉴스레터 2023-19호 ]
지역유니콘과 지역균형발전
김민지
(주)브이드림 대표
목차
지역 창업 생태계
지역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하여
도약하는 지역 스타트업과 지역균형발전
2000년대 이후 급속한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국가경쟁력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으며, 국가경쟁력의 강화는 지역단위의 경쟁력 강화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부동산, 환경, 교육, 에너지 등 사회적 비용 증대가 사회적 편익을 초과하는 현상을 해결하는 관점에서도 지역균형발전은 중요하다.
지역 창업 생태계
내가 운영하고 있는 ㈜브이드림은 2018년 1월 부산에서 창업해 장애인 문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사업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고객사로 두어 수도권에 70% 이상의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다. 특히 소셜 미션을 가진 기업 중에서 드물게 시리즈B 라운드 100억 원 정도의 투자 유치를 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창업 기업으로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했다. 자본과 인프라, 정보 등이 수도권에 밀집되어 부산과 서울, 판교를 오가며 액셀러레이팅에 참여하고 투자사를 만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우리 브이드림 외에도 시리즈A 이상 투자유치를 받은 부산 기업은 자본이나 인재 채용, 판로개척 등의 이슈로 서울 지사를 내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나는 지금도 매주 기차를 타고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새벽 첫차와 막차를 타면 스타트업 대표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새로운 인재를 채용할 때도 어려움이 있다.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지원자가 현저하게 적을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관리할 수 있는 IT 업종 전문 직무 경력자를 지방에서 채용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지역 창업 생태계의 수도권 쏠림이라는 불균형을 몸소 겪으며 로컬의 스케일업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투자사에서 본사를 수도권으로 이전하지 않는지 질문을 자주 받기도 하고, 또 여러 어려움으로 본사 이전에 대해 진지한 고민도 한 적이 있다. 그래도 내가 태어나고 살고 있는 지역인 부산을 함께 연대하여 바꿔보고 싶을 만큼 부산을 사랑했다. 브이드림의 성장기에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부산의 여러 선후배 창업가들에게 공유하며 더욱더 단단한 로컬 창업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던 중 올 2월,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산하의 유일한 지역협의회인 동남권협의회 3대 회장으로 선출되어 290여 회원사와 연대하며 지역 창업 생태계 성장을 위해 발 벗고 나서게 됐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전 의장이 출범한 코스포는 50개 스타트업 회원으로 시작해 전국 2,600개 회원사로 성장했다. 그중에서도 부산, 울산, 경남을 아우르는 동남권협의회에는 290여 개의 스타트업과 생태계 파트너가 회원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코스포 산하 협의회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창업 생태계의 지역 불균형과 지역 기업의 역량 강화를 돕는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나는 지난 2월, 협의회장 취임사에서 ‘기업의 펀더멘탈은 ‘본질적인 성장‘으로 돈을 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대 협의회장이었던 김태진 플라시스템 대표가 지역 스타트업들에게 동참을 제안하며 동남권협의회의 양적 성장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지역 스타트업들의 펀더멘탈이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지역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지역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하여
앞서 언급한 지역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가장 먼저 동남권협의회가 지역 스타트업을 위한 ‘비즈니스의 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 등 지역 스타트업 간 교류 기회를 확대하고, 성장 단계별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성장과 위기 극복 경험을 보유한 선배 창업가들과 기업인들을 초청하여 ‘특별한 재충전 특강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는데, 후배 창업가들이 기업을 경영하는 데 겪는 어러움과 고민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
또한 창업가들이 연대하는 커뮤니티인 만큼 만남을 통해 사업적 기회를 발견하고 있기도 하다. 동남권협의회를 통해 회원사 간 사업협력과 컨소시엄 등을 통한 매출 확대, 신사업 추진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선후배 창업가들의 만남을 통해 위로와 공감의 영역을 넘어서 비즈니스 기회 창출까지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부산시, 부산상공회의소,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지역 생태계의 플레이어와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기회도 창출하고 있다. 특히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추진하는 경제포럼과 넥스트포럼에서 동남권협의회 회원사를 소개하고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며 성장의 마중물을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B2B 기업은 부산상공회의소와 연결하고 B2G 기업은 정부와 연결하는 등 각각 필요한 리스트에 맞게 필요한 사람을 배치하는 맞춤형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창업 초창기보다 스킬과 스케일이 성장된 회사가 많고, 아이템과 판로 등을 전환하는 스타트업 기업도 있다. 이런 경우 데스밸리를 버리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기에 협의회에서 더욱 목소리를 내서 3~7년 된 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역에 유니콘기업이 별로 없는 것은 선택과 집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코스포 동남권협의회가 동남권 스타트업 회원사들이 실질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를 논의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 지역기업이 성장해 글로벌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자세로 연대해서 목소리를 내어보고 싶다.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이벤트인 ‘부산Slush‘D(부산슬러시드)’에도 협의회 회원사들이 참여해 지역 창업 생태계의 역동성과 임팩트를 글로벌 생태계에 널리 알렸다. 최대 스타트업 시티로 주목받는 미국 콜로라도 볼더의 사례처럼, 동남권협의회도 글로벌에서 주목하는 지역 창업 생태계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도약하는 지역 스타트업과 지역균형발전
뭔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이 지역의 창업 생태계가 꿈틀대고 있다. ‘지역 기업에 왜 투자 안 해줘요?’가 아니라, ‘로컬에도 멋지고 매력적인 기업이 있다’라는 걸 보여주어야 할 때다. 이제는 정말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도 유니콘 기업이 나와야 한다. 지역에서 창업하고 정주하는 기업이 성장해서 유의미한 ‘스타트업 Exit(투자금 회수)’ 사례를 만들고, 글로벌기업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과 기업, 민간 생태계의 노력과 더불어 지산학(지자체, 기업, 대학) 유관기관과의 협력과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더 이상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이 아니라, 청년이 머물고, 스타트업들이 성장해 지역 인재를 많이 고용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선순환이 나올 수 있도록 생태계 플레이어들의 연대를 이뤄가야 할 때이다. 이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물적 자본의 배분뿐만 아니라 인적 자본의 효율적 배분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