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BIS 뉴스레터 2024-25호 ]
지역공동체의 재생 : 삶의 터전에 숨결을 불어 넣는 치유와 회복
정수지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 도시정책대학원 박사
목차
1. 살아 숨쉬는 유기체, 도시 공간
2. 진정한 도시계획 : 도시의 삶(번영)과 죽음(쇠퇴) 너머
3. 뉴저지 뉴어크시(City of Newark) 커뮤니티 개발 법인 재생 사례
4. 우리가 함께 빚어가는 도시의 미래는?

1. 살아 숨쉬는 유기체, 도시 공간
도시 공간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나?
누군가에게는 24시간 낮과 밤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는 고층 빌딩 숲으로 가득 찬 곳이거나,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이 가장 빨리 도입되는 곳이거나, 또는 모든 교통수단이 연결되는 허브를 뜻할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매일 아침 출퇴근하는 직장이 위치한 경제 활동의 장이자 대기업 본사와 외국의 자본이 밀집된 금융 중심지이며, 우수한 교육기관이 유치된 인재의 인큐베이터를 의미할 것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도시란 카페와 맛집이 모여 있는 길거리가 뻗어있는 곳이자 문화·예술 공연 및 전시회와 축제로 가득찬 오락 공간을 뜻하기도 할 것이다. 도시에서 사람들은 집약된 도시 첨단 인프라, 집약된 경제 활동, 양질의 교육의 기회, 창의적인 예술·문화의 다양성을 통해 삶의 역동성을 체험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형이하학적 물질세계로서 도시를 정의하는 것은 물위에 떠있는 빙산의 일각만을 바라봄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만나 교차하는 공간이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실험의 장이자, 다양한 인종과 문화, 종교의 교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사람들이 모인 도시가 가진 폭발적인 가능성을 본 학자들은 도시를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이 모이는 곳이라고도 일컬었다(Bourdieu, 1986; Putnam, 2000). 즉, 섬처럼 떠 있던 개인들이 가교로 연결되듯, 서로 관계맺는 장소로서의 도시는 모든 인적·물적 자원과 기술, 재능, 아이디어를 잇는 집약체로서 파급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는 너와 내가 마주보며 만난 우리라는 공동체를 떠나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자, 끊임없이 삶의 터전을 함께 빚어가는 살아 숨쉬는 공간일 것이다.

2. 진정한 도시계획 : 도시의 삶(번영)과 죽음(쇠퇴) 너머
지역사회운동가이자 도시계획가, 지역사회개발문제를 다룬 저술가로 유명한 제인 제이콥스는 그녀의 책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1960년대 미국 도시재개발의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비평하였다. 그녀에게 있어 도시계획이라함은 모더니즘이 상징하는 위계적, 획일적, 인위적인 개발의 이상향을 그리는 것과는 정반대의 개념이었다. 또한 뉴욕도시 공공개발 및 도시계획자인 로버트 모지스(Robert Moses)가 1930-70년대까지 시행한 광범위한 도로건설 및 주택재개발과 같은 도시계획은 무자비한 폭력일 뿐이었다. 도시 주거민들의 일상 속에서 맺어진 관계, 소통, 지식, 역사, 전통과 문화를 모두 소외시킨채 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 계획을 위해 주거지를 통째로 없애는 불도저식 도시개발의 실태에 대해 그녀는 분개했다.
제인 제이콥스가 사랑한 진정한 도시는 창가 한 켠에서 바라본 길거리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교차로 골목에서 실타래처럼 세밀하게 연결되는 곳이다. 더불어 이웃들의 만남과 대화, 일상 속의 활동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장이 도시공간이었다. 그녀는 이런 도시야말로 생기 넘치는 삶의 역동성을 인근 지역사회까지 퍼트리는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일으킨다고 하였다. 결과적으로 제인제이콥스의 담론은 도시계획자 및 공공서비스 실무자들로 하여금 아래(민중)로부터 구성된 계획(상향식 계획: Bottom-up planning)에 주목하게 하였으며, 삶의 터전으로서의 도시 정체성을 회복하고 재발견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모든 문제를 민첩하게 나서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라할지라도
거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습득한 기교를 대체할 수는 없다.
- 제인 제이콥스 -
The figure of the expert, who swoops in and solves problems,
is no substitute for the 'everyday' skillfulness of the inhabitants.
- Jane Jacobs -
제인 제이콥스가 말하는 역동적인 유기체(dynamic organism)로서의 도시는 한국 도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성을 그려 보는데에 참신한 시각을 제공한다.
예측할 수 없는 세계산업구조 변동, 외환경제위기, 사회·정치적 변화, 질병과 기후변화의 위기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고난이었다. 두 명만 낳아 잘 키우자는 구호에 따른 인구감소정책을 하던 70년대와는 달리, 21세기의 한국은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70~80년대 경제적으로 부흥하던 산업 도시가 탈산업화를 겪으며 쇠락해가고 있으며, 2019년 예측불가능한 팬데믹으로 높은 실업률, 자영업층의 몰락, 우울증 급증과 같은 사회·경제적인 위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도시계획 및 정책 실무가들은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혁신, 창의성, 가능성이 있는 도시의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도시 문제 해결 과제 앞에서 제인 제이콥스의 신념은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준다. 어떠한 도시 공간이라도 사람들의 숨결과 손길이 묻어나기만 한다면 치유와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일 것이기 때문이다.
3. 뉴저지 뉴어크시(City of Newark) 커뮤니티 개발 법인 재생 사례
도시재생의 역동적인 과정을 보여주는 한 사례로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시(City of Newark)의 커뮤니티 중심 도시계획을 소개하고자 한다. 뉴어크시는 뉴저지에 속한 도시로, 뉴욕와 뉴저지의 교량역할을 하는 교통 허브의 중심지이자 인구 약 30만 5천 3백 명을 보유한 대도시이다.(2022년 미국 인구 통계청 자료 기준) 도시의 인구 중 49.5%가 흑인이며, 나머지 34.3%는 중남미 히스패닉 인구로 구성되어 있다. 1910년부터 70년대까지 남부 농업지역에 밀집해있던 흑인들의 대이동이 시작되며 미국 북부 산업도시에 흑인 인구가 폭증하게 되었다. 뉴어크시는 항공, 화물, 철도의 중심지로 번영하던 미 북부 산업도시로 흑인들이 정착 하게 된 미국 북동부 도시들 중의 하나였다. 그러던 중 1950년부터 60년까지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삶의 질의 향상을 원하던 백인들은 도시 밖 교외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백인 교외 이주현상(White flight)의 이면에는 흑인 아동과 같은 학군으로 아이들을 보내기 싫어하는 백인들의 사회적·인종적 차별과 흑인들과 같은 거주지를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는 거주지 분리의 욕구가 숨어 있었다.
1967년 뉴어크시에서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차별 당한 흑인들의 분노와 좌절이 도시 내 폭동으로 번지기 시작한다. 백인 위주의 공권 행사, 인종 차별, 높은 실업률, 저임금 문제, 도시빈곤층 증가, 높은 범죄율 등은 사회 전반의 분열을 드러내었다. 그 결과 뉴어크는 범죄와 폭력의 도시로 전락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에 영향을 미친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뉴어크시는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위기(서브모기지프라임 사태)에 놓이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뉴어크시 주민들이 주거지 압류절차를 걸치며 주거지가 공동화되었고 높은 범죄율로 몸살을 앓는 주거 기피지역으로 낙인이 찍히게 된다. 미국 연방수사국의 통계에 의하면 뉴어크시는 미국 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범죄율을 기록하는 곳이자, 주민 4명 중 1명이 빈곤층에 속하게 되었다.(Wulfhorst, 2015)
2007-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차압된 주택으로 가득 찬 뉴어크시의 한 동네 모습
이렇게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커뮤니티의 재생을 위해 미국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다면 단연 커뮤니티 법인 회사(CDC: Community Development Corporation)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법인 회사들은 비영리단체로 미국의 도시 중에서도 극빈층 밀집지역, 우범지역, 특정 인종 차별·소외 지역, 실직율 및 자퇴율이 높은 지역, 주택 소유비율이 낮은 지역 등에 위치한다. 미국의 각 주정부에서는 이 기관들로부터 제시된 커뮤니티 프로젝트 계획 제안서를 심사하여 최종 채택된 제안서에 한해 정해진 기간 동안 정부 보조금을 제공한다. 선정된 커뮤니티 법인 회사는 특정 구역에 있는 소외된 이웃의 사회복지와 경제적 안정, 주거생활의 정착을 위해 이웃 실정에 맞는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복지, 교육, 문화 예술, 법적 서비스 및 주택 제공 등의 편의를 제공한다. 뉴어크시에서는 1960년부터 La Casa de Don Pedro, New Community Corporation, Ironbound Community Corporation 등을 포함한 수많은 커뮤니티 기관에서 지역공동체 재건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관들의 주요 과제와 서비스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꼽자면 아래과 같다.
지역개발 및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제공
La Casa de Don Pedro(돈 페드로의 집)의 공정한 지역사회 개발 계획 (Equitable Neighborhood Development Plan)에 기반해 시작한 Lower Broadway지역의 주택 재생 사업이 있다. 이 기관에서는 가압류된 저택이나 시소유의 방치된 부지 및 건물을 매입해서 재건설 및 개보수를 한 후 판매 및 임대하였다. 약 250개의 저소득층 가정의 주택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건축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제공하였다.

도시 생태환경 보전&환경 정의를 위한 도시계획
Ironbound Community Corporation(아이론바운드 커뮤니티 회사)에서는 주민 여가와 오픈 스페이스를 강변에 유치하기 위하여 2002년 강변 재활성화 계획 제안서를 시에 제안하였다. 환경보호국과 환경부 협조를 요청하여 버려진 산업부지 용도 변경 제안하였으며 산업 폐기물 제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환경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