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BIS 뉴스레터 2025-15호 ]
시골 작은 책방에서 지역소멸의 답을 찾다
백창화
숲속작은책방 대표

오전 10시, 평소대로라면 아직 책방 문을 열기 전이지만 시골 책방 앞마당은 벌써부터 북적북적하다.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책방 나들이를 왔기 때문이다. 전교생을 다 합해야 4~50명 내외인 작은 시골 학교. 학년별로 열 명, 스무 명씩 나누어 책방 나들이를 오면 작은 시골 책방 안이 가득 찬다. 책방에 처음 오는 아이들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책으로 둘러싸인 집과, 쌓인 책들 사이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가 놀랍고 신기해 어쩔 줄 모른다. 하지만 학기가 거듭되며 주기적으로 책방을 방문하다 보면 어느새 오랜만에 만나는 고양이들 안부를 묻게 되고 내 집처럼 자연스럽게 서가 사이를 오가며 책을 고른다.
시골 숲속에서 작은 책방을 연 지 십 년이 넘자,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학교를 달리하면서도 내내 책방을 드나드는 학생들이 생기게 되었다. 초등학생일 때는 선생님이 가자고 하니 따라왔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어선 책을 골라줄 수 있냐며 상담을 해오고, 독서모임을 만들어 책방지기를 초청하기도 한다. 유치원생이던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어 도시로 진학한 후에는 친구들을 데리고 책방을 방문하는 일도 종종 있다. 마치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책방’이라는 듯 자랑스럽게 친구들에게 책방을 소개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 대단한 시설과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는 도시의 친구들이 농촌 마을로 놀러 왔을 때 보여주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곳이 이 작은 책방이라는 사실이 기쁘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책꽂이 체험
이곳은 서점이지만 때로 책을 만들거나 책꽂이를 만드는 체험장이기도 하고, 일 년에 두어 번은 공연장이며, 작가들과 함께할 때는 강연장이 된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책을 읽는 북클럽 시간이면 각자 들고 온 음식들로 돌연 화려한 미식 테이블이 차려지고, 때론 서점에 책을 사러 온 방문객이 느닷없이 들고 온 악기로 즉석 연주를 펼치기도 하는 곳. 성인 스무 명이 들어서면 꽉 차는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에서 펼쳐지는 일들의 종류는 수십, 수백 가지다. 단지 ‘서점’이라는 이름으로만 규정짓기에는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신비의 공간, 그곳이 시골 작은 책방이다.
책방 공연
2014년 ‘숲속작은책방’이 인구 3만 8천의 농촌 마을에 문을 연 이래 전국 농산어촌 시골 마을 곳곳에 작은 책방들이 많이 들어섰다. 조금씩 경우는 다르지만 대개 우리가 하는 것과 비슷한 일들을 하며 지역의 책문화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공공 문화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 개인이 ‘사적으로’ 최소한의 독서 문화예술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평생 살아오던 대도시를 떠나 충청북도 산골 마을로 이주했을 때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공기, 고층 건물 대신 눈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초록초록한 자연의 모습에 감동했었다.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울 것이라 믿었고 여기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지역의 따뜻한 보호 속에 뒷골목으로 내몰리지 않을 거라 혼자 상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차이가 컸다. 도시에선 동네마다 밀집되어 있을 정도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공공도서관과 서점. 심지어 건축물 자체가 화제가 되어 도서관이 관광상품이 될 정도로 지자체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데 괴산엔 공공도서관이 단 한 곳뿐이었다. 그것도 수십 년 전에 지어진 건물에 낙후된 시설이 개선되지 않아 드나드는 어린이들의 안전 문제가 제기될 정도여서 큰 충격을 받았다.
십여 년이 흐른 지금, 도서관은 리모델링 사업으로 다소나마 시설 개선이 이루어졌고, 올해는 드디어 군립도서관이 문을 열어 독서 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게 되었다. 올해 초 군립도서관이 개관했을 때 이곳을 방문한 청소년들이 방과후 와서 책을 읽고 공부하고 싶은 도서관이 생겼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는 십여 년 전부터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도서관 문화가 충청북도 산골 마을에 사는 주민들에겐 2025년이 되어서야 겨우 기본 환경으로 주어진 것이다. 이게 격차다.
군립도서관도 없고 문구점과 병행하는 학습 참고서 서점이 아닌, 단행본 서적만 취급하는 서점도 없어 서점 멸종위기지역으로 불리던 산골 마을에 2014년, 서점을 열었다. 가장 먼저 인근 학교들에서 반응이 왔다. 도서관 교육을 하고 싶어도 사서 교사가 없고, 독서교육 프로젝트를 꾸려보려고 해도 지역에 협업할 단체나 전문가가 없어 애로를 겪던 교사들이 서점에 찾아온 것이다. 지역 독서 문화공간의 좋은 사례라고 여겨 충청북도 교육지원청에서는 교사들을 모집해 연수를 왔다. 학교로 돌아간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데리고 다시 방문했다. 그렇게 지역 학교들의 서점 나들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책방 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