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BIS 뉴스레터 2025-16호 ]
지역을 빚다 : 지역특산주의 가치와 지역 발전의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지방농업연구사
지역특산주를 아시나요?
지역특산주의 발전은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역특산주는 관광과 문화와 연계해야 한다
맺음말

독일 속담에 "맥주는 양조장 굴뚝 아래에서 마셔야 제맛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양조장에서 갓 나온 신선한 맥주의 맛을 강조하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점은 독일뿐만 아니라 와인을 만들던 유럽이나 막걸리를 빚던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나라의 술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이야기다. 과거 여과나 살균 기술이 없었을 때는 술의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했다. 결국 술은 생산된 지역에서만 소비되거나 근접한 지역에서만 유통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양조장으로부터 가까울수록 신선한 술을 마실 수 있었기에 이런 속담이 나왔을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술은 대부분 지역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지역술'이었다. 하지만 저장 기술과 제조 방법이 발전하면서 술은 점차 지역을 넘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부 술은 배를 타고 다른 나라와 교역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술은 말이나 짐수레에 실려 다른 도시로 판매가 되었다.
독일 속담 그림 (출처: chatGPT)
변질이 되지 않는 술인 증류주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상당수의 술은 여전히 지역에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술은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고, 오늘날에도 대형 기업을 제외하면 그 개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현대에 와서 술의 개념은 과거처럼 단순히 취하는 음료에서 그치지 않고, 부가가치 높은 산업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면서 술들 사이의 차별화를 위해 지역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지역 농산물 소비와 지역 관광 및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도 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지역술과 지역특산주의 활성화를 통해 우리 농업과 지역의 발전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지역특산주를 아시나요?
술 저장법이 없던 시절에 술은 주로 지역에서만 소비되었지만, 이제는 유명한 술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소비되고 있다. 와인, 맥주, 위스키, 테킬라 등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되는 대표적인 술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각 나라는 자국의 술을 다른 나라에 판매하기 위해 ‘지역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와인은 AOC 제도(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원산지 통제 명칭)을 통해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등 특정 지역과 떼루아¹를 통해 지역성을 강조하며,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는 스페이사이드(speyside), 하이랜드(highlands) 등 생산 지역과 엄격한 생산 규정을 통해 스카치위스키로서 그 가치를 이야기한다. 술에 있어 ‘지역성’은 단순히 술을 분류하는 체계일 뿐만 아니라 술의 가치를 만드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동 소주나 한산소곡주처럼 지역성을 가진 술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성은 외국처럼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거나 술의 분류 기준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술의 면허 제도 중 하나로 ‘지역특산주’가 존재한다. 이름만으로는 지역성을 강조하기 위한 주류면허의 하나로 생각될 수도 있다. 지역특산주의 법적 정의는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적혀 있다.
¹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를 생산하는 데 영향을 주는 토양, 기후 따위의 조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