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BIS 뉴스레터 2025-25호 ]
인구감소지역의 영유아 교육·보육, 육아하기 좋은 농어촌 만들기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농어촌에서 아이 키우기
농어촌의 영유아 인구와 보육·교육 인프라의 변화
농어촌 영유아 보육 지원 제도
농어촌의 유아교육 개선 제도
육아친화적 농어촌 만들기

농어촌에서 아이 키우기
인구감소지역, 특히 농어촌의 인구감소, 지역소멸은 더 이상 새롭거나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저출생과 인구 노령화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지속적 사회 문제가 된 지 수십 년이 되면서 이제는 익숙해진 걱정거리만 된 듯한 느낌이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출산만 강조하는 것은 효과가 없음을 우리는 지난 경험으로 알게 되었고,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고자 하는 정책적 시도들도 그 실효성이 아직은 체감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지역을 살리고 균형발전을 지향하는 노력을 벌써 포기할 수는 없다. 얼마 전 인터뷰했던 농어촌 거주 영유아 자녀 부모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시골에 거주하는 것이 의료나 교육, 모든 면에서 불편하고 생활 여건이 열악해서 반대했지만,
'흙을 밟고 살고 싶다', '아이들을 마당 있는 집에서 뛰어놀게 해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커서 농촌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1세 자녀 부모-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시골에서 살아 보고자 몇 년 전부터 뜻을 모았습니다.
여러 지방을 탐방하고 적절한 곳을 모색하다가, 청년농촌보금자리가 생기면서 여기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4세 자녀 부모-
다수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지역의 자연 친화적인 터전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있으며, 이들에게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청년지원 주택과 같은 '좋은' 공간이 주어진다면 농촌에 거주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이 같은 청년층의 요구들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필요에 맞도록 육아 환경을 갖춘다면 지역 소멸까지는 이르지 않게 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농어촌의 영유아 인구와 보육·교육 인프라의 변화
농어촌 지역의 0-5세 영유아 인구를 보면, 2012년에 214,622명이었다가 10년 후인 2022년에는 120,666명으로 94만여 명이줄어서 44%가 감소된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 10년 만에 거의 절반에 가깝게 줄어든 것이다. 그 다음 10년이 되는 2032년에는 또 다시 절반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연도별 농어촌 지역 영유아 인구 변화와 전국 대비 비율 (출처: 김은설, 유해미, 김재윤, 박유경(2023). 농촌형 보육지원 모델 도입 방안 연구. 육아정책연구소)
감소하는 아동 수와 비례해서 함께 변화가 나타나는 환경으로는 양육지원을 위한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교육 시설의 감소를 우선 들 수 있다. 어린이집의 예를 보면, 2014년에 전국적으로 43,742개가 운영되고 있었으나 2024년에는 27,387개인 것으로 확인되어 10년 동안 16,000개 이상 즉, 37%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이는 전국 통계이므로, 아동 감소 비율이 큰 농어촌을 중심으로 보면 보육·교육 시설의 감소량은 더 급격할 것으로 추측이 된다. 이러한 시설 수의 감소는 농어촌 등 지역의 육아 환경 조건을 악화시키고 불충분한 보육·교육 인프라로 인해 자녀를 위해 농어촌으로 이주한 신념 있는 부모들에게도 불편함과 고단함을 안기는 결과로 작용해서 결국 지역을 떠나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이용하는 인구가 적어서 보육·교육 시스템의 부족을 가져오고 이 때문에 지역 내에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 구성되지 못해 인구가 유출되는 결과를 낳고 마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이를 선순환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어촌 영유아 보육 지원 제도
농어촌에서의 육아를 적극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소개하고자 하며, 이러한 제도의 성과들이 더욱 커져서 육아하기 좋은 지역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극소수(3명)의 영유아만 있는 지역에서도 어린이집을 세우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설치비와 운영비, 인건비까지 지원하여 작은 규모라도 어린이집을 열어 원하는 누구라도 가까이서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농어촌 어디에서도 보육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부모와 아동이 없도록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어린이집을 ‘농촌공동아이돌봄센터’라고 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농촌공동아이돌봄센터를 123개소까지 확충하겠다고 하였다.
‘이동식놀이교실’도 있다. 말 그대로 놀이교실을 이동해서 아동을 찾아가는 사업으로, 소규모 버스에 각종 장난감, 도서 등 놀잇감을 싣고 농어촌 영유아를 위해 가정 혹은 특정 공간으로 방문하는 방식이다. 보육시설이 없거나, 있어도 너무 멀어 어린 아동이 다니기 어려운 지역에 위치한 농촌 가정에 놀이차량이 직접 방문하여 쉽게 구하기 힘든 장난감이나 다양한 책을 대여해준다. 또 보육교사가 직접 차량으로 함께 이동해서 아이들에게 놀이지도를 하기도 하며 농어촌 부모에게 육아 관련 정보, 육아 상담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동식놀이교실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환영받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시행을 하는 곳이 십수 개 지역밖에 없어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주YMCA 주관 이동식놀이교실 진행 (출처: 경북신문, 2023.4.4.)
농촌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여 연간 4~10개월만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농번기 아이돌봄방’ 사업도 있다. 주말임에도 농번기이면 이른 새벽부터 농업 등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부모가 자녀를 직접 돌보기 힘든 기간 동안 아이들이 돌보미와 함께 안전하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되는 프로그램이다. 만 2세부터 초등 4학년까지 모든 아동이 주말동안 이용할 수 있다. 주중에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 다녀야 하는 아이들이지만 부모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농번기 주말에는 편안한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고 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이러한 주말아이돌봄방 또한 농촌에서 인기가 높다. 많은 경우 기존 어린이집에서 추가적으로 주말 돌봄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의 아동센터나 또 다른 복지 관련 기관에서 이러한 주말 돌봄방을 열고 있기도 하다.
충북 증평군 농번기 아이돌봄방 모습(출처: 동양일보, 2023.4.2.), 부안여성농업인센터 농번기 아이돌봄방(출처: 부안독립신문. 2023.3.23)
이 외에도 농촌에서 출산하고 자녀를 키우고자 하는 귀농, 귀촌인에게 공공산후조리원 이용료를 감면해 준다든지, 출산이나 출산예정인 농업인의 경우는 농가도우미가 파견되어 영농 작업이나 가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를 위한 농어촌 특별 지원이 있기도 하고, 보육의 질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 우수한 보육교사 유치를 위해 농어촌 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어린이집 차량 운행비 또한 지원되고 있다.
농어촌의 유아교육 개선 제도
3-5세 유아들이 다니는 농어촌의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고심하여 진행하고 있다. 농어촌 유치원은 대부분 초등학교에 병설되어 있는 공립유치원으로, 많은 경우 아동 수가 적어서 연령과 무관하게 혼합반으로 구성하여 수업을 하고 교사 1인이 학급 운영과 유치원 전체 업무를 담당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런 방식으로 인해 부모는 자녀가 연령에 맞는 교육과정을 잘 누리고 있지 못하다거나 다양한 또래 관계를 맺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늦은 시간까지는 아이를 봐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여 농어촌의 유아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 있으며, 한 가지 예로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울타리유치원’ 사업을 들 수 있다. 농어촌을 비롯한 인구감소 지역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들을 하나의 큰 유치원처럼 운영하는 것으로, 통합하거나 연결하여 활동을 함께 함으로써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것처럼 같이 협력하여 운영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해당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의 활동을 보면, 유치원의 교육활동을 같이 진행하고 현장체험행사, 방과후 과정 운영과 급식 제공, 특성화프로그램 운영을 공동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차량 운행을 통합해서 운영하기도 하고 외부 강사가 들어와서 진행하는 방과후 프로그램도 운영 할 수 있다. 특히 유치원에서 저녁까지 아이를 돌봐주기 위해서는 원하는 아동 수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거점유치원을 두어 방과후과정과 저녁돌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울타리유치원 사업을 담당하는 교육청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노후화된 시설을 재정비하여 환경개선이 이루어졌고 아동 수가 증가하여 연령별 적정 교육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해졌고 또래 교류의 폭도 넓어져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저녁 돌봄 이용 아동도 늘어나 상시로 저녁 7시까지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교사 1인이 혼자 담당하던 모든 일들을 3-4명의 교사가 업무를 나누고 교육에 대한 상호 논의가 가능해져 유아교육의 내용 측면에서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였다. 이렇게 농촌의 유아교육 또한 학부모의 요구에 맞으면서 유아에게 가장 적절한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육아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육아친화적 농어촌 만들기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보육과 교육의 측면에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농촌의 육아를 지원하고자 하지만 그럼에도 지역에서 영유아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은 도시에 비해 불편함을 느끼거나 불안함을 가지는 부분들이 있다.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젊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가장 먼저 의료시설 이용이 어렵다는 말을 한다. 거주 중인 지역에 소아청소년과가 하나도 없고 인접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하여도 부족한 병원으로 인해 예약 자체가 힘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호소하였다. 또한, 자녀가 이용할 수 있는 문화센터 등 교육, 문화 교실이 전혀 없어 이에 대한 갈증이 높았다. 도시에 있는 학원을 이용하기에는 거리가 멀어 차량 지원이 안 되는 것도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또한 발달 지연 유아를 위한 교육적 지원을 위한 센터를 이용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음이 지적되었다. 사회적으로 영유아기 발달 지연 문제를 가진 아동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문적 지원 체계가 도시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점은 부모들이 농촌을 떠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부모 간 교류나 커뮤니티가 도시에 비해 적어 어려움을 경험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독박육아와 소외감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의견들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보건소에 아동 담당 의사를 한 명만 두더라도 급한 것은 빨리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냈고,
지금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이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교육 관련된 게 해소가 되지 않으면
저도 '왜 굳이 시골에서의 생활을 계속 유지해야할까'라는 생각이 이제 6개월차 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들고 있고요."
"아이가 언어지연과 같은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발달 관련 교육기관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충남에는 아동 발달 지연(장애)에 관한 제도가 없고,
서천에 관련 교육기관이 없어서 전북 군산까지 아이를 매주 데리고 다니며 최근에는 귀촌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있습니다."
"저는 농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신경을 안 썼는데
와이프는 문화생활도 없고 아이랑 같이 있다 보니까 어린이집 보낼 나이대가 안 되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농어촌 영유아 부모 면담-
이와 같은 농어촌 육아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면 지역은 좀 더 아이를 키우기 좋은 곳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영유아기에 보다 자연친화적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서 농어촌이 가진 장점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겠지만, 의료서비스가 부족하고 교육적으로도 미비하며 아이가 가진 특별한 요구를 채워줄 수 없다면 농어촌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려고 결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 된다. 이러한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인근 도시 인프라 활용을 위한 교통 접근성이 최적화되고 아동의 발달 지원, 교육환경 구성에 소홀함이 없도록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앞서 짚어본 것처럼 생애 초기 가장 중요한 시기인 영유아기에 필요한 교육과 보육이 오히려 도시의 시스템과는 차별되게, 소수 개개인의 상황에 맞추어 세심하게 주어지고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다양한 공적 서비스가 제공되는 육아 환경이 주어진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공간으로서 농촌 지역의 장점은 매력적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미국 Wisconsin-Madison 대학 교육심리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부터 육아정책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선임연구위원이자 저출생정책연구실장이다.
2021년, 유아교육과 보육정책 관련 우수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로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고,
농촌보육 등에 관련한 연구중이다.
- 유아교육·보육 정책 성과와 과제(2025)
- 도시 및 농어촌 등 특수지역 특성을 반영한 유치원 설립 개선 방안 연구(2024)
- 미래사회 대응을 위한 직장어린이집 운영환경 개선 방안(2024)
- 농촌형 보육지원 모델 도입 방안 연구(2023)
- 시간제보육 활성화를 위한 운영 모델 개발 연구(2022)
- 도농복합지역 육아지원 실태 및 개선 방안(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