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BIS 뉴스레터 2023-6호 ]
지역 청년 정착과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노력
최경자
명하쪽빛마을 촌장
목차
사라져가는 시골 마을에서의 삶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지역 청년의 뿌리내림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지역에 사는 우리가 할 일

사라져가는 시골 마을에서의 삶
1998년, 작은 시골 마을에 시집을 왔다. 농사를 지으며 마을 어르신들과 부모님을 모시고 6남매를 낳아 길렀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하는 때가 되자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과연 도태되어가는 작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그래, 작은 학교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 하며 스스로를 속이면서도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면 단위 학교는 1개교가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약국과 병원, 심지어 마트조차 없다. 버스도 드물고, 각 면 단위에 한 개씩은 있는 지역 아동돌봄센터조차 이곳에는 없다. 우리 지역의 현실이다. 과연 자녀에게 이곳에 정착하라고, 이곳에서 너희의 미래를 만들어가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부모가 있을까? 하지만 나는 달랐다. 이곳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나의 삶을 돌아보며 아이들과 함께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지역에 사람이 줄어든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지역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또 어떤 해답을 만들어가야 하는가?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기술이 있었다. 아버님께서 염색장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며 무형의 자원은 우리 마을의 특별함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농장을 운영하고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게 되었다. 많은 도시민에게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직접 체득할 수 있도록 알렸다. 나는 사명감으로 일에 몰두하였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어려움은 너무 컸다.
여느 체험 마을들이 그러하듯 교과목을 접목한 체험 교육 활동은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학교나 선생님은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우리를 교육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그런 몰인정은 갈등을 만들었다. 학교는 마을에서의 체험과 유희만을 바랐지만, 나는 그래도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어느 하나라도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그 현장에는 성장해가는 아이들이 있었다.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지역 청년의 뿌리내림
이렇게 살아가는 과정에서 답을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마을학교의 틀을 마을공동체로 확장했다. ‘내 아이들이 가졌으면’하는 기회를 면 단위 아이들과 함께하였고, 엄마와 아이를 넘어 세대 간 활동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갔다. 지금은 농업 활동으로 어르신 돌봄을 하고, 단순 체험에서 더 나아가 치유와 힐링이라는 주제로 마을 청년들과 함께 마을의 미래를 그려가는 중이다.
“할머니들은 걷는 게 힘드신데 왜 지팡이를 짚으시지 않을까요?”
어느 날 아이들이 질문했다. 나는 “그러네, 왜 그럴까?”라고 되물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 말했다.
“늙어 보이는 게 싫다고, 창피하다고 하셔요.”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물어본다.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니?”
“친구처럼 말을 하는 지팡이가 필요해요.”
“멋있고 예쁜 지팡이를 드려요.”
“눈을 녹이는 지팡이가 있으면 좋겠어요.”
중구난방식으로 튀어나오는 답이지만, 자문자답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얻는다. 해결할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지역에 사람의 정착을 유도할 때에는 많은 대상군이 있지만 그중에 주요 타겟이 되는 것은 노동자, 퇴직자 그리고 그 지역에 살았던 사람이다. 나는 그중에 지역의 청년들을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에서 지역자원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며 책임지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그 기회 속에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정책적으로 뒷받침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역에 바탕을 둔 청년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역차별을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지역의 청년들은 지역의 자원을 가장 잘 알고 있는데 지역에서 활동하며 인정받는 것이 너무 어렵다. 왜일까?
서로 믿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해서 오는 갈등이 역차별로 나타난다. 다른 지역에서 온 청년들을 더 인정해주고 그들의 콘텐츠를 더 상위에 놓고 보는 경향이 있다. 지역의 청년이 지역을 생각하며 관찰하고 재해석한 콘텐츠를 우리가 인정하고 믿는다면, 우리 지역 청년들은 선한 책임감으로 지역 청년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생태계는 사람들을 끌어당길 것이다.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지역에 사는 우리가 할 일
작은 우리 마을에서는 지역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스템을 갖추어야만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활동을 확립하고 확장할 수 있는 지역 기업가 정신을 답보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자연 및 문화유산을 활용한 관광, 시골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 시골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프로그램에 녹여내어 운영하고 있다. 이는 지역문제 해결에서 본인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활동의 일환이다. 스스로 고민하며 답을 찾는 우리 마을 청년들은 오늘도 모여서 좌충우돌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눈이 따뜻하다면, 버티는 힘은 스스로 채우리라 믿는다.
우리 마을의 자원은 식물자원인 쪽(藍)이다. 그리고 그 쪽을 활용하여 천연염색을 한다. 쪽을 심고 한여름 새벽에 쪽을 낫으로 베는 과정에서부터 염료를 만들고 염색까지. 일련의 과정을 같이 해야지만 청출어람의 색, 쪽색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쪽을 활용하여 관광,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방법으로 지속 가능한 농촌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농촌 생활의 다양화와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위한 출발점 구축이 첫 번째 과정이다. 마을 내에서 활동한 경험을 확장하여, ‘치유 힐링’이라는 주제로 7마을, 7가지 색을 결합한 로컬관광을 운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나 또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일자리, 더 나은 복지, 더 높은 임금을 찾아 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을 잡기 위해 농촌을 어떻게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도시민의 잠재적인 수요에 대응 가능한 새로운 경제 활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경제 활동을 이끌어갈 사명을 가진 활동가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활동가를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뜻을 같이하기를 기대해 본다.
웃으며 희망을 그려본다. 사명감을 가진 활동가들이 우리 마을에 넘쳐나고 우리 마을이 농촌 문화마을로 자리매김하여 지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할 수 있는 그림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