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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때가 되면 한데 모여 식사를 하고, 이웃에 무슨 일이 있는지를 속속들이 알던 마을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도시의 사람들은 저마다 콘크리트 건물에 틀어박혀 외로움을 삭인다. 한편 대구에는 마을을 지키려고 모였다가 공동체의 즐거움을 알게 된 이들이 있다. 대구 수성구의 마을기업 야시골협동조합 사람들을 만나 공동체의 즐거움에 대해 들어보자.
고층건물들이 솟아있는 번화한 대로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자, 곧 낡은 건물들이 들어선 좁은 도로가 보인다. 주차공간도 따로 갖추지 못한 오래된 건물 앞에서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몸을 숙인다. 좁고 어두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예상외로 밝고 아늑하게 꾸며진 공간이 나온다. 노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조그만 망치로 나무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경쾌한 두드림 소리가 공간을 울릴 때마다 편백나무의 향이 은은히 배어나온다.
공간 한 쪽에는 건어물과 각종 식재료가 쌓여있고, 창고처럼 생긴 안쪽 공간에는 크고 작은 공구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입구 쪽에는 조그맣게 주방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여기가 바로 대구 수성구의 야시골 지킴이들이 모여 있는 범어2동 주민커뮤니티센터이다. 한때 다방이 자리 잡았던 공간은 주민커뮤니티가 들어서기 전까지 제법 오래 비어있었다. 야시골 지킴이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먼지 쌓인 채 방치되던 마을의 유휴공간을 온기와 활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공간을 찾아온 누구에게든지 밥때가 되면 식사를 함께 하자고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 있는 이곳은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웃의 얼굴도 제대로 알기 힘든 도시의 한복판에서 이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우리가 잊어버린 이웃이라는 이름, 공동체가 주는 든든함과 활력. 마을을 위한 삶이 또한 자신들을 위한 삶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의, 망치소리처럼 활기차고 편백나무처럼 향기로운 이야기를 들어보자.
①범어2동 주민커뮤니티센터야시골의 ‘야시’는 경상도 사투리로 여우라는 뜻이다. 지금은 고층 빌딩숲에 둘러싸인 도심이지만, 과거 이 지역에는 공동묘지가 있었다. 공동묘지의 음산함을 떠올리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동물인 여우. 그 여우가 출몰하는 마을이라 하여 ‘야시골’이라고 불렸다. 단독주택지구가 개발되면서 공동묘지는 사라졌고, 여우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대구 수성구의 범어2동과 만촌2동 지역은 동쪽에 2군사령부가 자리 잡고 있어 일부 고도제한지역으로 지정된 제1종 일반주거 지역이었다. 지반은 암반층인데다, 도로가 좁고 급경사가 심해 재개 발과 재건축이 어려운 저층 단독주택지역이다. 최근 수성구청을 중심으로 고층빌딩들이 밀집하기 시작하면서 빌딩숲에 가린 저층 단독주택지역의 노후화가 거주민들의 불만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5년 대구 수성구는 균형발전사업의 일환으로 ‘수성명품 단독주택지 조성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업추진을 위해 범어2동 주민협의체가 구성되었고, 주민협의체를 기반으로 운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현재 야시골협동조합의 손찬 대표는 당시에 ‘희망나눔위원회’라는 단체의 위원장으로 범어2동 주민협의체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범어2동 주민협의체에 함께하고 있다.
‘수성명품 단독주택지 조성사업’은 주민참여 활성화와 역량 강화프로그램을 통해 마을공동체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야시골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야시골협동조합을 통해 만나게 된 범어2동의 주민들은 2017년에 야시골협동조합을 마을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로컬푸드협동조합과 편백공방, 천연비누공방, 공구도서관 등의 수익사업을 통해 자생능력을 갖춘 지역공동체로 거듭나려는 야시골협동조합의 노력이 막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범어2동에 함께 살면서도 야시골협동조합 사람들의 활동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대구 수성구의 도시재생사업은 하드웨어 확충보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 오래도록 범어2동 지역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기다려온 이들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해 재개발이 방해를 받는다고 오해했다.
범어2동에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결성된지는 20년이 다 되어간다. 사실상 범어2동에 단독주택지가 생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후부터 재개발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최근 수성구청을 중심으로 대규모 도시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의 바람은 더 커졌다. 일부 주민들은 당장이라도 재개발이 이루어 질 것만 같은 기대감에 휩싸여 있다. 문제는 재개발을 원하는 이들이 도시재생과 관련된 사업들의 진행을 원하지 않는데 있다. 도시가 조금이라도 더 낙후되어 보여야 재개발이 빨리 진척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오해와 비난들에 대한 야시골협동조합 손찬 대표의 반응은 확고하다.
“내 집 비싸게 팔고 나가면 나도 좋습니다. 그래도 그 전에는 살기 편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집이 바뀌어도 근처 공원은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가 나간 후에 또 누군가는 이 지역에 살지 않겠습니까?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이런 일들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은 도시재생이 재개발을 막는다고 비난하지만, 공동체 활동과 공원 가꾸기는 재개발과 무관하게 중요한 일입니다.”
편백나무숲 가꾸기2016년에 범어2동 주민들은 야시골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스스로 마을 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범어시민근린 공원에 심을 편백나무를 구입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했다. 약 100여명 주민들의 손길이 모여 3천그루의 편백나무를 심을 수 있게 되었다. 한 사람당 적게는 5그루, 많게는 30그루의 편백나무를 기증했다. 이 사업의 경험은 야시골협동조합의 구성원들에게 강렬하게 남아있다. 내 손으로 내가 사는 마을을 아끼고 가꿀 수 있다는 뿌듯함과 자신감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민들의 손으로 가꾼 범어 시민근린공원은 현재 그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야시골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어있다.
재개발이 마을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공동체를 붕괴시킨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나아가 재개발은 마을 주민들의 사회적 기억까지 단절시키는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마을의 원래 이름을 잊어버리게 만들고, 누군가와 함께 살았던 기억을 지워버리게 한다. 반면에 야시골공원이 야시골이라는 이름을 되찾은 것처럼, 다시 형성된 공동체는 공동의 사회적 기억을 축적하기 시작한다.
야시골협동조합 손찬 대표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가 내가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문제와 다르지 않음을 강조한다.
“재개발이 금전의 문제라면, 공원은 내가 숨쉬는 공기의 문제예요. 공원이 들어오는 것과 아파트가 들어오는 것은 완전히 공기가 달라지는 문제죠. 공원을 우리가 살아가는 중요한 환경으로 보아야 합니다. 저도 가본 적이 있긴 한데, 편백나무 숲을 보러 멀리 전라도까지 갈 일이 뭐가 있습니까? 그러지 말고 집 근처에 편백나무 숲을 가꿔서 보도록 하면 되는 거죠.”
마을학교 참여를 통해 자발성을 회복하고 역량을 강화하면서 지원 사업을 해나가다 보니 어느새 자신감도 조금씩 붙었다. 주민커뮤니티센터를 새로 건립하는 일이 늦어지게 되자, 범어2동 주민들은 마을에 오래 비어있던 건물의 지하에서 유휴공간을 찾아냈다. 현재 범어2동 주민커뮤니티센터가 위치해 있는 바로 그곳이다. 오래 비어있던 터라 보수가 많이 필요했다. 전세보증금을 수성구청이 지원하고, 공간을 보수하는 데는 주민들이 힘을 보탰다.
공구도서관스스로 만들고 꾸민 공간은 활동의 중요한 거점이 되어주었다.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를 1주일에 2번씩 열고, 공구도서관 사업을 통해 집수리에 필요한 100여 가지의 공구를 빌려주는 일이 가능해졌다. 공구도서관 사업은 주민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며, 이후에 집수리사업단 운영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 사업이었다. 로컬푸드 사업은 산지와 직거래를 통해 주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일인 동시에 수익금을 통해 마을기금을 조성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외에도 범어2동 주민커뮤니티센터에서는 숲해설사 양성교육이 진행되고, 때마다 편백공방이나 천연비누공방이 차려진다. 연말에는 야시골협동조합의 수익금으로 조합원들이 직접 김장을해 마을의 저소득가구와 독거노인들에게 나누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범어2동 주민커뮤니티센터가 마을 주민들에게 활동과 교류의 공간이 되어준다는 점이다. 주민커뮤니티센터가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자신들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범어2동 주민들은 잘 알고 있다.
사업이 계속될수록 주민들은 점점 공동체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지만, 막상 마을기업을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다들 조금씩 설립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도시재생사업이 끝난 뒤 애써 만든 지역공동체의 기반이 사라지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다행히 2016년부터 도시재생센터로부터 마을기업에 대한 권유를 받고, 컨설팅도 받을 수 있었다.
전국에 잘 되는 협동조합들을 견학해 볼 기회도 생겼다. 도시 재생센터에서 견학차량 비용을 지원받고, 나머지는 야시골협동조합 조합원들이 협동조합 수익금과 개인 경비를 보태 견학을 다녀왔다. 다녀와서 보니 더 쉽지 않겠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도시재생사업이 끝나고도 자생적으로 살아남은 협동조합은 아주 드물었다.
마을기업 형태의 협동조합이 자생력을 확보하는데 4년에서 5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보면, 빨라도 2년이나 3년은 지나야 가능성이 현실화된다고 볼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그 기간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 하면 사업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았다. 살아남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살아남은 협동조합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야시골협동조합의 손찬 대표는 냉정한 현실에서 느꼈던 당시의 막막함을 통해 오히려 협동조합의 목표를 새로 설정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때 마음으로는, 안망하는 협동조합이 되자. 그게 바로 우리 목표가 됐죠. 돈을 버는 일보다는 지역 봉사에 초점을 두고, 조합원 월례회의를 운영하면서, 남이 안 하는 걸 해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협동조합이 되기로 했죠.”
다만 도시재생사업이 끝난 뒤 이미 만들어진 공동체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끈은 놓지 말아야 해요. 금전적 지원을 떠나서. 사업이 끝난 뒤에도 홍보를 비롯한 관리·감독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협동조합이 설립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안 망하고 살아남는 협동조합을 만들겠다는 손찬 대표의 담담한 포부는 막연한 기대나 희망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손찬 대표에게서 느낄 수 있는 충만한 생명력과 활기 역시 단지 한 개인의 성향만이 아닐 수 있다. 한때 범어동에서도 가장 가난했다던 범어2동의 한 건물 지하에 꾸려진 주민커뮤니티센터. 아늑하고 활기차게 공간을 채우는 생명력은 야시골협동조합과 범어2동 주민 모두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범어2동에서 35년 가까이 거주했다는 현영임(62)씨는 조합원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협동조합 초창기 구성원으로서, 재무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현영임씨에게 유독 기억에 남는 사업은 편백숲 가꾸기 사업이다. 주민들에게 성금을 독려하면서, 일일이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설득했던 기억들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5만원, 10만원씩 모은 성금들이 마을의 산을 가꾸는 데 쓰이고, 그 사업에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인상에 깊이 남았다.
야시골공원의 편백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현영임씨. 도시재생사업이 끝나도 야시골협동조합이 사라지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동네에서 공동구매사업 진행하면서 조합을 이끌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죠. 도시재생할 때 바람을 좀 더 불어넣어보자, 이런 마음. 요즘 60대는 경로당도 못 가고 갈 데가 없는데, 우리 60대가 중심이 되어 여길 운영해 보면 어떨까 하고. 사실 자식이나 형제보다 나은 게 우리 주민이죠. 가깝고, 의지되고. 마을을 살리기 위해선 다른 방법이 없어요.”
이수경(71)씨는 퇴직 후 도시재생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방문했다가 협동조합 일도 함께 하고 있다. “커뮤니티센터 만든다 하기에 제 능력을 발휘할 데가 있을까 해서. 재능기부로 다도예절수업도 하고 그랬죠. 제가 교사로 오래 근무했거든요.” 주민커뮤니티센터는 20년 이상 한 마을에 거주하면서도 만나지 못했 던 이웃을 지역공동체로 묶어주었다. 이수경씨는 협동조합에 참여 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느새 조합 활동에 푹 빠져 있다.
“퇴직 후에 할 게 없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였는데, 모임을 통해 우정공동체가 형성되었죠. 자식 둘 중 하나는 출가하고, 하나는 서울 살고, 부부만 남았는데. 지금은 시간만 나면 여기 옵니다. (로컬푸드 장터가 열리는) 화요일, 목요일엔 아예 다른 일이 안 생겼으면 하고 바라죠. 여기 오고 싶어서.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 들어 보셨죠? 여기 오면 평소에도 10명은 넘게 모여 있어요.” 서울에 거주하다 대구로 옮겨와 직장생활을 마친 이수경씨에게 야시골협동 조합은 삶과 관계를 회복하게 해준 소중한 곳이다.
이금자(65)씨는 30년 동안 범어2동에 거주하면서, 20년간 새마을단체 봉사를 해왔다. 재무이사인 현영임씨의 권유로 협동조합에 함께 하게 되었다. 지금은 조합원들이 자식이나 형제보다 낫다는 말에 누구보다 공감한다. “재개발이 되면 좋긴 하죠. 그래도 가능하면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아요. 어딜 가도 여기만큼 재미있진 않을 것 같아요. 공동체가 회복되니,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금자씨 같은 분들에게 주민커뮤니티센터는 사랑방과 같은 공간이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경로당이 아닌 중로당이라고 불러요. 우리 같은 60대는 갈 데가 없어요. 생계가 문제가 아니에요. 생계보다 중요한 게 취미활동이에요.” 이금자씨 역시 마을을 가꾸는 문제가 돈으로만 해결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저개발 지역이라고 하드웨어 중심으로 대규모 공사만 유치하거나 수익사업에만 집중 해서는, 지역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주민들이 먼저 알고 있는 것이다.
범어동은 범어1동부터 4동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수성구청 근처 범어네거리는 현재 한창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수성구의 중심지역이다. 이 범어네거리를 중심으로 범어동이 분포되어 있다. 야시골 협동조합이 위치한 범어2동은 범어동 안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고층건물이 없는 저층 단독주택지로 노인 거주비율이 70 ~ 80%에 이른다.
거주민 중에는 재개발이 되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싶은 이들도 있고, 새로 지은 아파트로 입주하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다. 재개발을 원하는 이들은 도시재생의 필요를 느끼지도 못하고, 도시재생이 가능하다고 믿지도 않는다. 집을 경제적 가치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지역공동체의 기반이 마련되어있을 때에야 비로소 도시재생이 가능해진다. 마을이 가진 사회문화적 가치를 알아보면서, 도시재생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을 단기간에 성과를 내거나, 한 번에 끝나는 사업으로 보는 시각도 곤란하다. 수성구청 도시디자인과의 손용택 주무관은 도시재생사업의 지속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손용택 주문관이 이 사업을 담당하게 된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존에 진행해오던 균형발전사업의 완료시기가 다가옴에 따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범어2동의 야시골협동조합은 담당공무원이 교체되어도, 주민들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가며 지역공동체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물론 도시재생사업 기간 내에 빨리 자생력을 갖추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에는 여건이 어렵다. 도시재생사업이 완료된 뒤에도 다른 사업과 연계하며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대구 수성구는 부동산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어 있는 상태다. 사업지의 지가상승 문제 등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완전히 막혀버렸다. 수성구 일부 지역에 개발 붐이 시작된 건 사실이지만, 모든 수성구 지역이 그렇지는 않다. 야시골협동조합이 있는 범어2동만 해도 재개발 가능성을 전혀 예상할 수 없고, 투기와도 거리가 먼 저층 단독주택지이다.
더구나 지역공동체 기반 마련을 위한 소프트웨어사업을 통해 지가상승 등의 부작용을 예상하기는 힘들다. 지가상승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는 곳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문제이다. 손용택 주무관은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조성과 유지·발전을 위한 도시재생사업에서만큼은 사업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는 공모사업을 정부에서 발굴해 주기를 희망한다.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조성과 유지·발전이 사실상 도시재생사업의 근본적 기반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커뮤니티센터 내부“도시재생사업의 기본은 자본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 되는데, 단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었다는 사실 하나로 뉴딜사업에 신청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행정편의 때문이라고밖에 이해가 안됩니다.” 손용택 주무관은 도시재생사업의 기본방향과 허점을 간파해내어 강경한 어조로 설명한다. 많은 도시재생사업에서 반복되어왔던 문제들이다.
“사업이 끝나면 기껏 만들어놓은 조직은 사라지고, 다시 사업을 받아 새로 조직을 만듭니다. 그러지 말고 기존의 조직들이 자생할 수 있게,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니 마을기업들이 도시재생 공모사업에만 매달리게 하는 결과를 낳은 겁니다. 지역공동체가 자생할 수 있게 연구하고 관리해줘야 합니다. 지원이 없이는 살아남기가 힘듭니다. 자체적 순환구조가 가능해지도록, 하드웨어 말고 소프트웨어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하드웨어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일회성에 그치는 제안을 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도시재생이 가능하지 않다. 이미 만들어진 지역공동체에 대해 시대적 흐름과 방향에 맞게 관리·감독을 하고,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편백나무 숲을 가꾸고 지켜보면서 야시골이라는 이름을 되찾은 범어2동 주민들처럼, 도시 재생사업에도 계속해서 함께하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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