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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도 사람처럼 늙어간다.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공동화 현상은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안에서도 마을은 쇠락을 길을 걷고 있다.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3동 또한 오래된 단독주택과 좁고 어두운 골목길, 빈집과 폐가의 방치와 주변에 나뒹구는 쓰레기, 주거의 밀집으로 악화된 주차난과 낙후된 정주여건이라는 문제점을 겪고 있었다. 그런 도심 속의 마을이 어떻게 ‘행복이음 활력마을 남산情’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회복하였는지 들여다보자.
대구광역시 남산3동에도 여느 도시 골목에서나 있을 법한 마을 목욕탕이 하나 있었다. 마을 목욕탕은 사람들이 가장 적나라하게 마주하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목욕탕은 마을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었고 가장 시원한 곳이었다. 서로 속내를 털어놓는 마음이 따뜻했고, 서로 등을 밀어주는 손길이 시원했다. 그래서 목욕탕은 인정이 무르익는 곳이었다. 따뜻하게 들어가 몸을 담그는 행복이 있는, 시원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얻는 정(情)의 충전소였다.
30년간 만남과 소통의 공간이었지만 어느덧 마을 사람들과 함께 늙어버린 목욕탕이 되었다. 긴 세월 마을의 커뮤니티 기능을 담당해온 목욕탕의 소멸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었다. 목욕탕의 새로운 역할을 유도했다. 그것은 잃어버린 정을 되찾는 커뮤니티의 현대적 재현이었다. 다름 아닌 ‘남산情’의 재창출이었다. 남산3동 사람들은 ‘목욕탕의 부활’을 도시재생사업의 키워드로 삼은 것이다. 모든 세대와 계층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공간의 재창조는 곧 情의 회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남산情’의 등장은 남산3동만의 지리적·문화적 자산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남산3동은 무엇보다도 대구 원도심 지역에 위치하여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를 이용한 편리한 대중교통 접근성이 주거환경 개선의 유리한 여건을 제공했다. 인근의 대학 캠퍼스에서 파생된 청년문화와 공연예술거리가 있고, 대구 최고의 도심인 반월당과 동성로와 인접하여 유동인구가 활발하다.
대구시 중구 남산로6안길은 가톨릭교구청과 성모당, 수녀원 등 유서 깊은 종교문화 유산과 연계한 지역발전 가능성도 높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랜 기간 함께 살아온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주민들의 자존감이자 자긍심의 발로였다. 대구 근대골목투어의 중요 코스인 ‘남산 100년 향수길 조성사업’의 파급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을 했을 것이다.
‘남산情’에 정이 깃든 것은 주민들의 마음을 잇기 위한 소통 강화에서 비롯되었다. 고령층과 젊은 세대 간, 구도심 주택 거주민과 신축 아파트 주민 간, 그리고 종교를 초월한 화합을 위하여 도시대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여기서 현안을 발굴하고 문제도 해결해 나갔다. 마을 축제와, 반찬을 나누는 공유부엌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를 회복하고 활성화했다. 고령층과 경력단절 주민 등 구도심 낙후지역 사람들을 도시재생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면서 바리스타와 제과제빵, 한식조리기능사 등 재취업과 재사회화를 위한 교육과 함께 자격증 취득과 취업을 연계했다.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자립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집수리 봉사단 운영’으로 독거 어르신과 취약계층의 집수리에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공공디자인과 녹지조성 주민공모사업 진행도 주목받을 만했다. 100년 역사의 남산동 골목 거주환경 개선에 지역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오래된 골목을 주민들이 직접 꾸미고 관리하는 것이었다. 디자인 관련 교육을 받은 예술인과 주민들로 구성된 공모사업팀들이 아이디어와 시안을 제공하고 지역 예술가들이 제작하고 시공하는 방식이었다. 사업 후에도 주민들이 직접 특화공간과 결과물들을 관리하고 갤러리 전시, 아카이브 사업 등 후속 활동을 진행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주민공동체 주도의 도시재생 거버넌스와 통합추진체계를 구축하면서 더 큰 정이 깃들었다. 2022년 한 해 동안 도시재생뉴딜사업 주민협의회 회의를 43회나 개최했다. 프로그램 및 하드웨어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주민협의회는 사업 추진과정에서의 갈등 요소를 사전에 예방하면서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자긍심 고취에도 기여했다.
주민협의회에는 공유부엌 분과, 노인돌봄 분과, 아동돌봄 분과, 공동작업 분과 등 4개의 분과를 뒀다. 분과별 공간활용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실무능력을 높이면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유도했다. ‘마을활동가 양성’과 ‘도시대학’ 과정도 진행했다. 마을관리협동조합 육성을 통해 도시재생사업 종료 후에도 수익모델과 연계한 자생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남산情의 성공은 지역의 지리적·인문학적 자산과 연계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의 결과였다. 사업의 구상 단계부터 도시대학(주민 스스로 지역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교육과정)과 주민협의회를 지속적으로 운영해왔다. 가톨릭 교구청, 밀알복지재단, 마을기업인 사랑나눔협동조합과의 협약과 협력 등 다양한 거버넌스의 구축도 성공의 큰 요인이 되었다. 녹지공간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소프트웨어 부분을 주민공모사업과 연계해 주민들이 직접 계획하고 제안한 ‘남산情 이음마당’을 조성·연출한 것도 그렇게 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주민 대상 컨설팅과 생태조경에 대한 교육의 결과이기도 했다. 공원과 녹지공간이 부족한 마을에 주민들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휴식공간을 조성해서 생활 속의 예쁜 골목과 정원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함께 품었다.
남산3동에는 가톨릭 교구청과 성모당을 비롯한 오랜 천주교 건축 자산이 많다. 하지만 낡고 파손된 옹벽과 담장이 많아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130m에 이르는 교구청의 낡은 담장을 시멘트 재질로 미장 처리해 보완하는 교구청 벽체 노후화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또한 간단한 사안이 아니었다. 담장의 역사적 정체성을 해칠 우려가 있었던 것이었다. 주민협의회와 벽체 인근 주민 그리고 교구청과의 갈등으로 시멘트 미장 공사가 일부 중단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남산3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중구청과 교구청 그리고 주민협의체 등이 임시협의회를 구성해 이견을 좁히고 의견을 수렴했다. 건축 및 디자인 전문가, 지역주민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벽체의 미관적 요소를 해칠 수 있는 시멘트 미장을 포기했다. 대신 줄눈작업으로 벽돌 접착력을 강화해 벽체를 보강하는 한편 크랙 보강 시공을 병행 추진하는 방안을 택했다. 결국 교구청과 주민들이 이를 수용하였고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한 공공디자인 주민 공모사업을 통해 타일로 담장을 디자인하는 작업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낡은 담장에 갤러리를, 천주교 담벼락엔 벽화가 탄생하면서 골목길이 알록달록한 정으로 물들었으며, 인근에 이미 추진된 도시재생사업인 ‘남산 100년 향수길사업’, ‘남산하누리 행복공간 조성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었다.
정이 넘치는 남산은 자립을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실현되었다. 그것은 곧 지방시대의 구현이요 균형발전의 모범이었다. 아동 보육 및 방과 후 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였다. 정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아동 돌봄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자 주민들이 직접 방과 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여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앞장섰다. 이뿐만 아니다. 아동요리지도사 자격 과정과 독서 프로그램, 아동미술 프로그램, 아동건강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주민들이 직접 전문 강사로 활동하여 주민 스스로 지역의 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낙후지역 문화역량강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주민협의회 예술문화 종사 위원들과 연계해서 지역의 문화자산을 발굴하고 자료를 수집해 작품전과 성과 공유회 등을 열었다. 그 결과물들은 담장 갤러리와 녹지조성 등 마을 꾸미기에 활용했다. 마을의 아카이빙 활동과 마을 브랜드화 가치를 창출해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주민들이 마을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하여 공공디자인 마스터플랜, 마을 캐릭터, 마을 로고, 마을 지도 제작 등에 참여한 것이다. 마을 소식지와 홍보물 및 홍보영상을 제작하면서 애향심을 높이고 도시재생 저변을 확대해 나갔다. 지역 축제인 ‘남산情 행복한마당’과 건강프로그램 운영 등도 주민 소통과 화합의 장 역할을 했다. ‘남산情 마을단위 주차장’을 확충해 주차공간 부족을 해소하고, 좁고 어두운 골목길 곳곳에 CCTV 등의 생활안전시설들을 설치했다. 안전하고 쾌적한 골목은 정이 넘치는 ‘남산情’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주민들 간 情을 잇기 위해서는 지역민 중심으로 폭넓은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주변 주민들과의 보이지 않는 갈등과 불편도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그리고 ‘남산情’의 특별한 가치는 인근 주민들과 공유하고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도 공감이 되어야 한다. 지역의 종교자산, 예술문화 자산, 편리한 교통여건을 활용한 ‘남산情’의 고유한 정서를 더욱 널리 알리면서 주민주도형 마을관리의 모범사례로 정립해 나갈 것이다.
‘남산情’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도시재생이 행정기관과 주민협의체 그리고 도시재생지원센터의 협력 덕분이라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주인정신과 적극적인 참여였다. 단순한 봉사나 소극적인 참여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남산情’ 사람들은 예술문화, 집수리, 요식업 분야 실무자로 성장하면서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했고 지역 업체와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함께 나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도시재생’은 똑같은 형태의 도시 복제가 아니다. 고유한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 지역만의 정체성을 살린 새로운 얼굴로 거듭나는 것이다.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활력이 넘치는 남산情 공동체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情이 깃들고 情을 품으며 情이 넘치는 마을의 르네상스를 꿈꾼다면 대구의 남산情은 꼭 찾아가 볼 만한 특별한 장소가 될 것이다.
2022 남산3동 도시재생뉴딜사업(프로그램사업)’ 만족도 및 참여인원| 프로그램 구분 | 만족도(5점) | 참여인원(명) |
|---|---|---|
| 도시대학 | 4.1 | 30 |
| 목공예술 | 4.6 | 5 |
| 회화 | 4.3 | 7 |
| 제과제빵 | 4.6 | 9 |
| 바리스타 | 4.5 | 11 |
| 한식조리 자격증반 | 4.7 | 5 |
| 공유부엌(가정식요리) | 4.4 | 5 |
| 청제작프로그램 | 4.4 | 20 |
| 건강프로그램 | 4.1 | 50 |
| 노인돌봄(생활지원사 자격과정) 프로그램 | 4.5 | 10 |
| 마을축제 운영 | 3.9 | 300 |
| 집수리 교육 | 4.3 | 10 |
| 공공디자인, 녹지조성 | 4.4 | 19 |
| 집계 | 4.3(평균) | 481(합계) |
| 사업대상 | 남산동 2210-7, 96(491m²), 15면 규모 |
|---|---|
| 사업내용 | 주민들의 주차공간 부족 및 외부차량 장기주차 문제 해소를 위해 공용주차장으로 활용 불법 주·정차 문제 및 주차로 인한 지역갈등과 사회적비용 감소 효과 |
1954년 한국산업은행 대구지점으로 이용되다 2011년 대구근대역사관으로 새롭게 단장한 곳이다. 르네상스 양식으로 우수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역사관 건물은 2003년 대구시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는 근대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상설전시장, 기획전시실이 갖춰져 있다. 대구의 근대역사에 대한 교육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대구광역시 중구 경상감영길 67 / 053-606-6430
시민들이 자주 찾는 앞산공원에 있는 전망대다. 앞산은 ‘대구의 앞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불리던 이름이 고유명사가 된 경우다. 공원에는 울창한 산림, 접근성 좋은 산책로,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는 케이블카가 있다. 등산으로 전망대에 다다를 수 있지만, 케이블카로 손쉽게 정상에 올라가 도시를 한눈에 담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 산227-4 / 053-625-0967
대한민국 유일의 섬유박물관으로, 섬유와 패션의 역사를 조명하고 그 미래를 물색한다. 패션관, 산업관, 미래관으로 전시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전시공간은 기업의 참여로 전문성을 더한다. 실과 바늘을 소재로 한 외부 상징조형물, 누에고치를 형상화한 내부의 상징조형물 등 전시 외 볼거리도 풍부하다.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구광역시 동구 팔공로 227 / 053-980-1004
항일문학가로 잘 알려진 이상화 시인의 고택이다. 1999년 고택 보존을 위한 시민운동을 시작으로, 군인공제회가 매입하여 대구시에 기부하였다. 이후 고택 내 전시물을 설치해 시인의 정신과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인이 생전 쓰던 물건, 책, 사진이 그대로 담겨 있어 그의 세계와 역사를 체험하기에 제격인 공간이다.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2가 / 053-256-3762
안녕하세요. 대구광역시 중구청장 류규하입니다. 남산3동은 그동안 원도심에 입지하여 중구를 넘어 대구의 대표적인 주거지로서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왔으나 최근 도시화의 영향으로 쇠퇴의 길을 걸어 저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산3동은 2020년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인 “우리동네살리기”형 사업으로 선정되어 마을 발전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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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3동은 그동안 원도심에 입지하여 중구를 넘어 대구의 대표적인 주거지로서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왔으나 최근 도시화의 영향으로 쇠퇴의 길을 걸어 저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산3동은 2020년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인 “우리동네살리기”형 사업으로 선정되어 마을 발전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선정 당시 남산 3동은 고령층 비율이 중구에서 가장 높았고, 동시에 주변부 고층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 신구 주거지가 공존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사업 전략을 세대별로 소통하고 계층별로 어울리는 더불어 활력 넘치는 “행복이음 활력마을 남산情”으로 정하고, 활동공간 또한 30년이 되어 기능 한계와 경영난에 힘들어하는 마을 목욕탕을 주 무대로 활용하기로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일명 “남산情 마음이음공간”은 어르신의 힐링공간과 아동활동 공간 그리고 마을 공유공간과 공동작업장 및 안심상가 등으로 구성된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하여 마을공동체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는 기초를 다지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더불어 부족한 녹지공간을 조성하고자 ‘이음마당’과 어르신 야외 쉼터를 조성하고, 지역에 입지한 가톨릭 종교자산과 어울리는 특화 공간과 둘레길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중구의 매우 고무적인 변화이며, 동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입니다.
이러한 남산3동의 도시재생사업이 주거지 재생 및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이루는데 수범사례가 되도록 중구청에서도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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