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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지역을 지탱한다. 나고 자란 땅에 대한 향수, 공동체가 주는 안정감과 자부심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도시를 회복시킨다. 지난날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오직 인프라 개선만이 해답이라 여겨졌지만, 팬데믹은 더 근본적인 해법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충청북도와 청주시는 그 해답을 ‘청주를 청주답게 만드는 것’에서 찾았다. 출발은 청주가 간직한 유네스코 기록유산 ‘직지’였다. 다만 과거의 유산을 오늘의 삶과 연결하려면 더 쉽고, 생활에 가까운 언어가 필요했다. 그리하여 청주는 직지의 특성을 거름삼아 ‘기록하고 기억하는 도시’로 거듭났다. 청주는 이제 기억을 매개로 서로를 확인하고, 연대한다. 모두가 15분 안에 기억을 통해 연결되는 도시. 청주의 변화가 특별한 이유다.
‘충주’와 ‘청주’가 만나 ‘충청북도’, 청주는 충청북도의 도청 소재지로, 예로부터 충청권의 정치·행정·경제·교육·문화 중심지로 기능해왔다. 충청북도 전체 면적의 12.7%를 차지하며, 2024년 말 기준 외국인 포함 인구 약 88만 1,600 명으로 도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대전과 세종에 인접하고, KTX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 등 편리한 교통망을 갖춘 도시다. 10곳이 넘는 대학을 비롯해 산업단지가 소재하고 있어 인구 유입도 꾸준하다. 언뜻 조용해 보이지만, 청주는 주민 주도의 변화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도시다. 2014년, 전국 최초로 주민이 주도한 행정구역 통합을 실현한 경험이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별개로 청주가 안고 있던 고질적인 고민도 분명히 존재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비롯해 청남대 등의 관광자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 도시로서의 지속가능한 발전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지역 주민의 높아진 문화적 수요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통합 청주시 출범 이후, 도시에 대한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 시민의 삶과 어떻게 다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이어졌다. ‘도시에 대한 자부심’은 시민이 지역에 머무를 이유가 되고, ‘공동체의 회복’은 시민 삶의 질은 물론, 지역 발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다.

청주시는 먼저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시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스스로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방식에 주목했다. 특히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을 비롯해, 풍부한 기록유산과 근현대 문화자산을 지닌 점에 착안하여 ‘기록’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2020년부터 기록문화 창의도시 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직지’는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책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청주의 기록문화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산이다. 여기에 문화제조창(옛 연초제조창)과 동부창고와 같은 근대산업 유산이 더해지면서, 청주시는 ‘기록유산 보전’, ‘기록활동 활성화’, ‘창의가치 창출’이라는 3대 전략 아래 총 17개의 세부사업을 발굴하였다. 또한 문화제조창과 동부창고 인근에 있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내에 문화도시센터를 설립하여 사업의 실행 기반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청주가 기록문화 창의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의 중심에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청주가 주목한 ‘기억’은 위대한 인물의 위업이 아니라, 일상 속 시민들의 목소리였다. 이러한 시민참여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의사결정 과정뿐 아니라, 마을 단위로 조성된 동네기록관, 그리고 기록문화활동가 활동을 통해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흩어져 있던 개인과 마을의 기억이 기록을 통해 연결되면서,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 또한 함께 강화되어 갔다.

충청북도는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결국 이를 이루어내는 시민의 힘이라고 단언한다. 이른바 ‘시민 문화력’이다. 좋은 문화공간 혹은 시설을 세우는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이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이 바로 시민에게서 나왔다. 실제로 기록유산 보전을 넘어, 기록을 생활 속 활동으로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간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이 공간들은 모두 시민의 힘으로 지금까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민기록관과 동네기록관이다. 시민기록관은 지역의 집단기억을 수집하고 공유하는 아카이브 거점이며, 생활권 단위의 동네기록관은 주민이 마을과 삶을 기록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시민 기록활동가 양성 과정도 꾸준히 운영되어 매년 평균 30명 이상이 수료하고 있으며, 구술채록과 기록편집 등 실습 중심 교육을 통해 시민의 기록역량이 성장하고 있다. 청주는 기록을 통해 과거를 현재와 연결하고, 시민의 힘으로 도시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있다. 청주가 지향한 ‘기억을 통한 도시의 회복’은 이처럼 시민의 힘으로 구현되고 있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가 기록문화 기반을 다진 시기였다면, 2023년부터 는 시민기록활동가를 중심으로 지역 자원을 기록하고, 본격적으로 기록의 가치를 콘텐츠로 전환하는 성과 창출 단계로 접어들었다. 일자리 창출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목표로 청년문화상점 ‘굿쥬’ 1호점에 이어 원도심 내 2호점이 추가로 문을 열었으며, 청년문화창작소 ‘느티’와 청주 문화도시 시민 아카이브를 연계한 기록문화 공간망도 함께 조성되었다.
그 결과 도시 내 어디에서든 15분 안에 문화공간에 도달할 수 있는 ‘청주형 15분 문화생활권’이 실현되었다. 2024년 기준 청주시 면적의 75% 이상에서 자전거 15분 이내로 문화공간 접근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청주 문화 도시조성사업 거점공간 및 연계문화공간은 173개소로 권역별로 균형 있게 분포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시민이 일상 속 가까운 거리에서 기록을 보고, 쓰고, 나누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기록이 더 이상 특별한 활동이 아닌 지역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24년 ‘올해의 문화도시’ 선정이라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청주는 이에 문화도시 청주 시민아카이브를 구축하고 문화도시 5년 종합성과를 이어갈 수 있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청주의 기록문화 창의도시 조성사업은 지역 내부의 변화에 머물지 않고, 전국적인 벤치마킹과 국제적 확산으로 이어졌다. 굿쥬, 동네기록관, 시민기록관 등 시민 중심의 문화 기반시설은 김해, 밀양, 울산 등 여러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로컬100에 선정되며 지역문화거점으로서 가능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센터 유치, 동아시아문화도시 가나자와시와의 국제 교류, 파키스탄·영국·싱가포르 등과의 민간 기록포럼 개최 등도 청주의 브랜드를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청주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도시재생과 도농균형 전략과도 유기적으로 연결해왔다. 도심의 중앙동 동네기록관은 도시재생허브센터와 통합되어 주민과 행정이 함께 운영하는 모델로 발전했고, 농촌 지역인 문의면과 오창읍에 도 기록관을 설치하여 외부 방문객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했다.
이를 통한 경제적 성과도 분명하다. 굿쥬 1·2호점은 원도심 쇠퇴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2023년 기준 직접 매출은 약 9,990만 원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굿쥬 마르쉐 역시 1,650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23% 성장했다. 또한 ‘여유리에’라는 로컬문화 협동조합을 설립해 ‘커넥트현대 청주’에 입점을 확정지으며 지역기반 자립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된다. 등록인구는 1% 증가했고, 관광인구는 17% 증가했다. 시민이 뽑은 통합 청주시 10주년 10대 성과 중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 자리매김’이 포함됐으며, 마을과 개인의 삶을 기록하는 시민 활동은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진행된 기록문화 창의도시 조성사업은 국비 지원 기간을 마쳤지만, 청주시는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체계를 구축하고자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100만 자족도시, 글로벌 명품도시’를 미래 비전으로 삼고, 2025년에는 자체 재원을 활용한 문화도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보존을 넘어 생활 속 기록문화의 확산, 그리고 이를 문화관광자원으 로 연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청주는 충청권 거점 문화도시로서의 입지 를 한층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세계적 유산 ‘직지’에서 시작된 청주의 기록문화는 이제 일상 속 기억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도시에 대한 자부심을 기반으로 시민이 주체가 된 문화 도시. 모두가 15분 안에 기억으로 연결되는 도시. 청주는 기억을 통해 문화 도시 그 이상의 경험과 가치를 품게 되었다.

| 활성화 | 관광화 | 로컬화 |
|---|---|---|
| 기록유산 보존을 넘어 기록유산 활성화 | 기록활동 활성화를 넘어 기록문화 관광으로 확장 | 청주 고유의 콘텐츠를 통한 청주만의 로컬 브랜드 강화 |
| 2020~2022년 기록문화 기반 구축기 | 2023년 기록가치 성과 창출기 | 2024년 기록문화 도시브랜드 확산기 |
|---|---|---|
| - 거버넌스 및 행정 기반 확립 - 기록 전담 조직 3개 설립 - 기록 관련 조례 6개 제정 - 기록거점공간 조성 - 시민기록관 및 동네기록관 17개 - 청년문화상점 굿쥬 1호점 오픈 - 자원발굴 및 기록활동 활성화 - 다음세대 기록, 기록활동가 양성 | - 지역 자원을 기록화·콘텐츠화 - 다시 찾은 보물, 메이드인청주 - 골목상권 활성화 및 활력 촉진 - 원도심 내 굿쥬 2호점 오픈 - 도시이야기 여행 - 문화누림 확대 - 문화10만인 클럽 회원 61,013명 (시민 85만명 중 7% 가입) | - 기록문화 문화역량 나눔 - 청주시청 10개과와 기록문화로 협력 - 기록문화 브랜드 확산 - 중앙부처, 관광기업, 전국지자체와 문화도시 성과 사례 공유 - 국제교류 네트워크 - 일본 가나자와 성과공유 워크숍 - 동아시아문화도시 연계 |
| 기록관리 유공 대통령 표창 행안부 장관상 표창 | 올해의 문화도시 선정 | 국내·외로 기록문화 도시브랜드 창출 |
과거 연초제조창에서 피어난 수장형 미술관
담배 공장에서 예술 창작공간으로 재탄생한 문화 제조창은 청주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례다. 이 안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국내 유일의 수장형 미술관으로, 소장품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시와 수장고 견학이 가능하다. 맞은편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는 입주 작가와 시민이 예술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창작 현장 체험과 전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 043-261-1400
대통령의 숨결이 머문 남쪽의 청와대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 불리는 청남대는 과거 대통령의 별장이었으며, 지금은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개방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탁 트인 대청호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대통령기념관, 산책로, 테마정원 등을 둘러보며 조용한 사색과 휴식을 즐기기에 좋다.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정원도 아름답다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646 / 043-257-5080
청년과 예술이 숨 쉬는 감성 복합문화공간
옛 연초제조창의 담배 보관창고를 개조한 동부창고는 전시, 공연, 워크숍, 북카페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품은 복합공간이다. 특히 시민이 직접 기획 하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청주의 문화적 자생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다. 문화제조창과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에도 좋다.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덕벌로 30 / 043-715-686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 ‘직지’를 품은 기록문화의 현장
청주고인쇄박물관은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직지’의 역사적 가치뿐 아니라 인쇄문화의 흐름과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상설 운영된다. 박물관 내 체험관에서는 전통 인쇄 체험도 가능해,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도 인기다. 기록문화 창의도시 청주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명소 중 하나다.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 713 / 043-201-4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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