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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실증사업으로 탄생한 독자적 대추재배기술
보은의 작물 브랜드는 누가 뭐래도 대추다. 임금님께 진상했던 작물이니 그 명성이 대단했다. 조선 팔도의 별미음식만을 담아 기록했다는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도 그 이름이 올라가 있다. 보은에 가면 대추를 찾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실제적으로 보은에서 대추농사를 짓는 농가는 몇 되지 않았었다. 그 몇 농가마저 소득이 되지 않았다. 벼농사도 소득이 안 되긴 마찬가지였다. 고추, 참깨, 담배 역시 연작장해로 수확량이 제로가 되는 해도 있었다. 농업이 기반이면서도 농업으로 흥할 수 없었던 보은군의 시름은 해마다 무게를 더해갔다.
군민들의 고민을 알고 보은군의 미래를 가장 염려했던 이는 이향래 전 군수였다. 이 전 군수는 오랫동안 선거운동을 하며 군 이곳저곳을 살펴볼 수 있었다. 내로라 하는 농산물도 없는 농업군 보은,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군으로 만들 수 있을까. 조합장 출신으로 농업경영에 능했던 그이기에 일찍부터 소득작목 하나쯤은 제대로 개발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는 대추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대추를 보며 “저거다” 싶었다. “그래, 대추고을의 명성을 다시 찾아보자!” 그는 군수에 당선된 후 곧바로 농업기술센터 최병욱 계장을 찾았다. 최 계장은 대추를 소득작목으로 만들어보자는 군수에 말에 처음엔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했다고 한다. 빗자루병도 심한 데다 심어놓은 것도 돈이 안 되는 마당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당시에도 군에서 대추에 대한 지원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정립된 재배 기술이나 연구 실적이 없어 생육상태가 불량하고 병해충 다발 문제로 군민들이 재배를 기피하거나 포기하고 있었다. “재배기술이 문제라면 그 기술을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 이향래 전 군수는 대추재배기술을 개발하여 농민들에게 전파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 전 군수와 최병욱 계장은 그 자리에서 의기투합하여 대추 살리기 본격 작전에 들어갔다.
군에서는 ‘대추육성계’를 만들고 기술센터에서는 ‘특화작목계’를 가동했다. 행정에서는 대추관련 기반 시설을 지원하고 기술센터에서는 대추재배기술을 확립하고 신기술을 보급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 것이다. 문제는 ‘대추재배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였다. 대추재배기술이나 병해충에 대한 정보는 그 어떤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체계적으로 정리된 도감도 없는 실정이었다. 최병욱 계장을 비롯한 기술센터 담당자들은 현장조사부터 들어갔다. 경산에도 가 보고 청도에도 가 보았다. 보은에서 오랜 기간 대추를 재배했던 분들도 만나보았다.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좋은 사례들을 모아봤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았다. 기술센터의 결론은 “직접 심어보자!”였다. 농업기술센터 옆 3천 평 부지에 대추나무를 심었다. 1년간 대추를 직접 키워보면서 문제가 되는 요소들을 전부 실증해 보자는 것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게 발견이 되면 사진을 찍어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이름도 모르는 병해충에 대해서는 표본을 비닐봉지에 넣어 산림청이나 농업진흥청으로 보내 정보를 알아냈다. 전국에 단 한 명이라도 대추박사가 있었다면 그토록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술센터 담당자들은 스스로 대추박사가 되어 갔다. 단기간이었지만 1년간 실증시험을 해 본 결과 가능성이 보였다. 다음해에는 면적을 확대해 가면서 재배기술을 하나하나 축적해 나갔다.
대추재배기술은 쌓여갔지만 농민들의 호응은 미지근했다. 대추재배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군민들에게 무조건 대추를 심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이향래 전 군수와 기술센터 직원들은 대추 붐 조성을 위해 단계적으로 움직였다. 우선 공무원 교육부터 시켰다. 월례조회 때마다 전 공무원들에게 대추교육을 시켰다. 다음에는 읍면을 순회해가며 농촌지도자, 농업경영인, 이장단 등 군민들을 설득했다. 군수는 대추재배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고 기술센터에서는 기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국도변에 있던 은행나무를 베어내고 대추나무를 심었다. 대추나무 가로수길을 조성한 것이다. 비난이 “말도 못하게” 쏟아졌다. 군수는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만큼 대추에 대한 군민들의 믿음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군민들에게 대추재배 면적을 받아내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직접적인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일일이 설명해 주며 군민들과 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했다. 행정에서 발벗고 나선 일인데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면 어디 체면이 서겠는가. 최병욱 계장의 말을 옮기자면 “죽기 살기로 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성공이다. 아니 ‘대성공’이다. “보은 대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니 군민들의 만족도는 말해 무엇하랴. 대추재배면적이 2007년 274ha이던 것이 2011년 663.5ha가 되었다. 일년에 100ha씩 증가해 6배 증가한 수치다. 대추를 재배한 농가들의 소득도 눈에 띄게 올랐다. 대추농사로 연간수입이 450만원에서 600만원 수준이었던 것이 4,500만원에서 6,000만원이 됐다. 잘하는 농가는 7,000만원에서 8,000만원까지 올리기도 한다. 재배농가도 많이 늘었다. 현재 대추재배농가는 총 1,340농가에 이른다. 대추로 유입된 농가도 100여 가구 증가했다. 대추의 고질병인 빗자루병도 극복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보급된 종합관리기술로 농민들이 직접 관리하니 병해충도 걱정거리가 안 된다. 이제 보은군은 당당히 대추의 고장으로 부활했다. 그런데, 이 성공적 부활의 주인공은 건대추가 아니다. 바로 ‘생’대추다.
대추의 고장이 아닌 ‘생’대추의 고장이라 불러다오
현재 보은에서 잘 팔리고 있다는 대추는 ‘생대추’다. 물론 건대추의 판매도 증가했다. 보은의 생대추가 잘 팔리니 다른 지역의 대추들도 덩달아 잘 팔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년에 몇 번씩 견학도 온다고 한다. 견학을 온 한 관계자는 “보은의 대추는 다 공산당같다”는 품평을 하기도 했다. 나무수형이 다 똑같기 때문이다. 기술센터에서 품질좋은 생대추를 얻기 위해 실증실험을 거친 후 농가에 보급한 결과이다. 기술센터는 실증실험을 하면서 대추가 소득작목으로 효용가치가 높으려면 ‘과일’로 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였다. 주로 약재로 쓰이는 건대추보다 과일처럼 먹을 수 있는 생대추가 더 많이 팔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일로 개념을 바꾸고 나니 과실로서의 품질향상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과일이 되려면 일단 굵고 커야 한다. 노지재배로는 안 된다. 노지에서 자란 대추는 비나 바람만 스쳐도 표피가 거칠어진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비가림시설이다. 비를 안 맞으니 표피가 깨끗해 입에 닿는 감촉이 부드러워졌다. 햇빛을 충분히 받으니 품질도 향상됐다. 비가림시설 안에서 효과적인 뿌리 관리나 병해충 관리까지 이어지면서 크고 맛있는 생대추가 탄생하게 되었다. 보은 생대추의 크기는 탁구공과 비교되기도 하고 계란하고 비교되기도 한다. 직경이 22~24mm가 주종이며 28~32mm짜리 대추도 나온다. 당도는 평균적으로 27~30brix이고 32~34brix짜리도 나온다. 타 지역에서 생산된 대추에 비해 영양도 높다.
이렇게 품질좋은 생대추를 생산해 놓았으니 이제는 제대로 파는 게 관건이었다. 기존 건대추를 판매할 때도 판로개척은 늘 골칫거리였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활용도 미진할 때라 농민들이 직접 파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탐스러운 생대추의 탄생을 보면서 보은군은 생각을 달리 했다. “공무원들이 나서보는 게 어떨까” 보은군 공무원들은 그 해 생산된 생대추 20kg씩을 메고, 지고, 이었다. “생대추를 공무원들이 직접 팔아서 홍보했다”고 하면 ‘설마’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은군 공무원들은 출장을 달고 서울의 아파트 단지로, 인천, 대전, 청주, 유명 관광지로, 등산로로 생대추 홍보를 감행했다. 그렇게 판 20kg에 대한 판매료는 해당 농가에 가져다주었다. 품질에 자신이 있었기에 일단 맛부터 보게 했다고 한다. 맛을 본 사람들은 반색을 표하며 생대추를 사 주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다시 보은표 생대추를 찾게 되었다. 저절로 충성고객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보은군 공무원들의 헌신적 홍보가 물꼬를 잘 터 준 덕분에 지금은 어느 농가나 “재고 제로”의 판매율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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