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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곱 가지 색깔, 함께 모여 무지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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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촌이 변하고 있다. WTO DDA, 한·미 FTA협상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기후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은 우리네 농촌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했다. 도시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사회가 된 것이다. 이제까지 농민들은 품종, 비료, 기계 등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팔아서 매출을 올리고 이윤을 남기는 지가 새로운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전한 판로를 확보하고 독자적인 판매 전략을 세워야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 어떤 농산물이 우수하고, 인정을 받기 위해 어떤 투자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도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지도까지 그려야 하는 실정이다.


      이제 농촌도 배워야 사는 시대가 됐다. 농민들을 위해 정부가 자원해서 농업마케팅을 배우기를 권고하기도 한다.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농업인의 의지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배움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 농업인 스스로가 농촌의 문제점을 생각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농업마케팅이자 역량강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강원도 횡성의 공근금계권역은 관광지가 될 만한 자연경관도, 특별한 특산품도 없는 일곱 개의 작은 마을들이 모인 지역이다. 권역에 사는 주민들은 하루하루 열심히 농사를 짓는 다른 농민들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새농어촌건설운동 등의 정부지원 사업을 유치하며 주민들의 인식은 달라졌다. ‘어떻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주민들은 권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학습을 추진했으며, 우려 속에서도 투자를 감행해 소득사업을 실천했다. 지금 공근금계권역은 다른 마을들이 견학을 오는 선진지가 됐다. 평범한 일곱 마을이 어떻게 이런 발전을 이루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곱 마을, 소득을 위해 힘을 합치다

      공근금계권역은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공근리, 삼배리, 가곡리, 어둔리, 상동리, 부창리, 행정리의 일곱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각 마을은 친환경쌀 재배를 비롯해 한우사육, 담배·느타리버섯 재배 등 작목반이 구성된 동일 영농권이었다. 1980년대부터 친환경농법을 도입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친환경 생산의 선두주자였던 셈이다.
      그리고 각 마을은 새농어촌건설운동, 녹색농촌체험마을, 정보화마을 등 마을단위사업 또한 활발히 유치했다. 그 첫 시작은 공근리였다. 공근리는 새농어촌건설운동 사업을 추진하며 5억의 자금을 마을에 유치시켰고, 이를 보고 인근 주변의 마을들은 자극을 받아 선의의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작은 마을 규모로는 본격적인 경쟁력을 갖추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자연스레 7개 마을이 힘을 합쳐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주민들이 모여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계획을 짰다. 서로 다른 일곱 가지 색깔이 모여 무지개가 되는 것처럼, 모두가 권역을 위해 똘똘 뭉쳤다.
      공근금계권역이 일반적인 권역 사업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바로 무엇보다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목표로 삼고 소득사업에 매진한 것이다. 보통 소득사업은 20%의 자부담이 따르고 부지를 확보하는 문제 때문에 추진하기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거기에 돈을 투자하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소극적인 태도도 빠질 수 없다. 그러나 공근금계권역의 주민들은 상향식 마을개발사업을 추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음이 됐다. 당장 부담이 되더라도 멀리 보고 권역을 활성화시키자는 목적에 뜻을 두었다. 사업이 추진되기도 전부터 권역 내에서는 마을마다 돈을 걷어 견학을 다니고 전문가를 초청해 순회 교육을 받았다. 이른바 천천히 내부에서부터 ‘물밑작업’을 진행시킨 것이다. 이윽고 2006년 사업대상지로 선정되어 농어촌공사에서 기본 계획을 수립하게 됐다.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 소득사업

      추진위원회는 몇 번이고 사업 아이템을 검토했다. 농민들이 하는 사업인 만큼 고정비가 적게 들고 변동비가 높은 사업을 찾아야 했다. 또 생산한 뒤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사업을 원했다. 무엇보다 마을과 주민들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고심한 결과 소득시설로는 누룽지가공시설, 한우관리체험장, 김치가공시설이 들어섰고 농촌관광시설로 권역홍보관과 금계문화교류센터가 지어졌다.
      누룽지가공시설은 공근금계권역의 대표적인 소득 사업으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기 전 생활협동조합인 (사)한살림과 계약을 맺어 우선 판로를 확보했다. 모두 돈을 투자하여 농가의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 목표에 의거한 것이었다.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만 유지·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룽지공장의 경우, 권역 내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우렁이쌀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원료 공급이 수월했고 쌀 재배 농가에서는 안정적인 판매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렇게 2차 가공된 누룽지는 한살림 뿐만 아니라 홈쇼핑, 롯데마트 등에 꾸준히 납품하며 590백만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뿐만 아니라 전화, 인터넷 주문 등이 많아 소비자 직거래를 추진하고 생산라인을 추가로 설치 중에 있다.
      쌀의 지속적인 소비로 권역 내에서는 벼 재배면적이 늘어나기 까지 했다. 작년 누룽지 가공에 들어간 쌀 소비량은 72톤으로, 80kg짜리 쌀 900가마에 달하는 양이다. 벼 재배면적은 2006년에 56농가가 51ha의 규모였지만 2010년에 100농가 127ha로 증대했다. 실제 누룽지공장 내에는 ‘쌀소비 촉진은 공근금계권역이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생산된 쌀은 누룽지가공 뿐만 아니라 (사)한살림과 학교급식 및 자매결연 단체 등에 납품을 하며 판로를 지속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한우관리체험장은 처음부터 수월하게 사업이 진행됐던 것은 아니었다. 한우입식에 따른 초기자본 확보가 어려웠지만 농협한우를 위탁사육하며 문제가 해결됐다. 현재 한우관리체험장 한우 100두를 사육하며 36,000천원의 소득을 올렸다. 한우관리체험장은 향후 3년간 위탁사육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김치가공시설은 김치와 절임배추 두 가지를 판매하는데, 단순히 배추를 판매하는 것 보다 5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2011년 11월과 12월에만 250백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치가공시설은 농가와 계약재배를 함으로써 채소가격이 불안정해 피해를 보는 농가에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할 수 있었다.
      직접적인 소득사업은 아니지만 금계문화교류센터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문화교류센터는 폐교를 리모델링한 곳으로, 생태체험학교를 운영하고 갖가지 축제를 여는 등 다른 권역들을 이어주는 일종의 ‘만남의 장’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2011년에 열린 ‘해피바이러스 김장축제’는 방문객 1,000명과 매출액 140백만원이라는 실적을 올렸다.
      안정적인 수입은 상시고용 창출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각 시설물에 1명에서 최대 7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총 15명이 공근금계권역에 일자리 터전을 잡았다.

      권역 사업의 핵심은 ‘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던가.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짰다 하더라도 각 마을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특히 공근금계권역은 주민들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사업에 대한 요구사항도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이를 원만하게 수습하고 중재하는 이가 있다. 바로 권순근 공근금계권역 추진위원장이다. 그는 태어나고 자란 고향 공근리에서 2004년부터 이장을 맡으며 사업의 첫 단계부터 참여한 사람이다. 공근금계권역의 사업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8년이 됐다.
      각기 다른 마을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 사업을 유치하고, 그 과정에서 마을 간의 이해관계를 중재하는 일. 그것이 추진위원장인 그가 하는 일이다.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권역사업을 이제껏 끌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 ‘술’이라고 답한다. 사업회의를 마친 후 참여한 이들과 반드시 술을 마시며 친목을 다진다고 한다. 일종의 소통의 시간인 셈이다. 술을 마시며 동네 이장들과 사업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을의 요구사항과 주민들의 피드백을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권역사업은 이장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이장이야말로 마을의 사정과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업을 8년이나 진행하다보니 이장이 바뀌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그때 전 이장이 현 이장에게 인수인계를 잘해야 사업도 차질 없이 계속 진행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업이 진행되고 나서 그가 알게 된 이장은 총 23명. 권순근 위원장은 지금도 그들 모두와 계속 연락을 유지하며 연결고리를 끊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올해에도 새로 취임한 이장들을 위해 제주도로 2박3일간 견학을 다녀왔다고 한다. 권역사업의 성공 여부는 ‘지속적인 소통’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처음 사업 계획 단계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계획을 몇 차례나 수정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행정과 마찰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세를 보아 맞지 않으면 아이템을 바꾸는 일은 당연하다”며 행정을 설득했다. 그는 무엇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학습과 그에 따른 의식변화를 강조한다. 정부주도의 사업은 사업기간이 끝난 후 행정이 손을 떼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의 자립의지를 행정이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 그것이 권역 사업의 성공 열쇠라고 그는 말한다.

      이제 마을 경영도 기업 방식으로!
      또 한 명, 이 사업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김명웅 사무장이다. 권순근 위원장이 대외적인 일을 하며 마을 간의 연계에 힘을 쏟아 붓는다면, 그는 권역 안의 살림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권순근 위원장은 제대로 된 사무장이 있어야 권역이 순탄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고 대학기관에서 김명웅 사무장을 보고 그를 점찍었다. 그 후 위원장은 1년 동안 농촌관광대학을 다니며 그에게 공근금계권역의 사무장을 맡도록 권유했다.
      횡성으로 오기 전에도 김명웅 사무장은 다른 지역의 사무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었다. 거기에서 그는 정부의 무작정인 지원보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의를 바로 수락한 것은 아니었다. 그즈음 다른 권역에서도 횡성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사무장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돈보다 자신을 정말 필요로 하는 곳을 원했다. 권순근 위원장의 끈질긴 설득에 정부지원사업을 제대로 수행해서 농촌지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보자는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그의 가족은 모두 횡성으로 귀촌하게 됐다.
      그 후 김명웅 사무장은 권역 내의 재정 관리를 도맡으며 회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독학으로 회계를 공부하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회계장부를 기록했다. 그는 “돈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함이 아닌, 통계를 위해 장부를 적는다”고 한다. 누룽지의 경우 주문량에 따라 재료가 얼만큼 필요한지, 그리고 미리 얼마의 양을 도정해놔야 하는지가 회계를 통해 나온다는 것이다. 통계는 경영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었고 미래의 경영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됐다. 권역에 마을경영이 아닌 기업경영 방식을 도입시킨 것도 그다.
      김명웅 사무장은 앞으로 권역 내에 있는 영농조합법인을 묶어 합자법인화를 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보통 농촌마을사업은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공근금계권역의 경우 권역 차원이 아닌 마을이 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각 마을마다 어울리는 사업 아이템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추진위원회는 사업성 검토 등 커다란 윤곽을 잡아주는 일만 했다. 수익분배 때문에 잡음이 많아 권역사업이 제대로 환기되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명웅 사무장은 회사법인은 상법 기준을 받는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무한책임사원은 채권채무에 대해서 무한책임을, 유한책임사원은 자신이 출자한 지분만큼만 책임을 진다는 것을 눈여겨보았다. 영농조합법인은 출자금에 상관없이 1인1표가 돌아가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 있어서 여러 갈등이 생기기 쉬웠다. 즉 자신이 일하고 투자한 만큼 책임과 수익분배가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최대한 공평하게 주민들에게 수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그는 계속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권역사업의 선진지로 거듭나다
      공근금계권역은 사업 초기부터 하나의 목표에 충실하게 달려왔다. 바로 친환경농업을 바탕으로 한 활기찬 농촌 만들기다.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에 그치지 않고 2차 가공과 판로를 확보해 소득을 증대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였다. 마을이 활성화되어 확실한 기반을 다지면 도시 사람들이 자연스레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결과로 나타났다. 현재 공근금계권역의 인구수는 384가구 1,103명으로, 2007년 사업에 착수했을 당시와 비교해 16가구 28명이 증가한 것이다. 농촌의 위기가 닥치고 그 존폐여부마저 입에 오르고 있는 시점에 공근금계권역의 인구수 증가는 미미하지만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쯤 되자 다른 지역에서는 공근금계권역의 성공 요인을 궁금해 했다. 2011년만 해도 123단체, 2,400여 명이 권역을 방문했다. 권역사업의 선진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놀라운 발전을 이룬 공근금계권역을 보고 횡성군은 주민 개개인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꼈다고 한다. 군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했을 때, 마을의 역량과 주민들의 의식이 맞지 않으면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것은 당연지사다. 고석용 군수는 앞으로도 자립심이 강한 주민들에게 맞는 사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군에서도 리드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
      7개 마을이 따로 또 함께하며 발전해 온 공근금계권역은 현재 사업이 안정화된 단계에서도 고민이 많다. 홍보마케팅, 새로운 가공품 개발 및 판로 개척, 관리운영 기금 확보 등 지속적인 자립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계속 연구 중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베껴하기 식의 사업이 아닌 자신들의 역량에 맞는 사업을 찾아 달려온 공근금계권역. 앞으로도 쉬지 않을 그들의 진정한 성공 스토리는 이제부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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