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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산업을 놓을 수도 없고, 국제적인 관광지 제주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도 없는 일. 그래서 더욱 철저하게 축산분뇨관리에 들어가야 했다. 제주는 이미 전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가축분뇨의 공해상 배출을 조기 종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 육상처리시설 기반을 계속해서 확충시켜 나갔다. 가축분뇨를 냄새가 없는 퇴비와 액비로 가공하여 축산과 경종농가를 연계한 자연순환농업기반 구축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2011년도만 해도 5,576백만원을 투자하여 액비저장조 184개소, 액비유통센터 5개소를 설립하고, 액비성분분석기 및 액비살포비 지원도 이루어졌다.
꾸준한 축산분뇨관리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지역민들은 가축분뇨가 냄새나고 처리가 어려운 오염물질로 인식하고 있어 가축분뇨를 처리하는 시설이나 공장들이 지역내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 강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 자연순환농법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편이다. 일부 양돈농가나 액비유통센터에서 냄새나는 미부숙 액비를 유통하거나 몰래 농경지에 살포해 인근 지역민들이나 관광객들로 하여금 냄새민원을 사기도 했다. 분뇨 무단투기는 마치 가축분뇨 퇴·액비 자원화가 제주의 지하수 오염과 토양 오염의 주범인 양 오해를 사게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가축분뇨 처리시설에 대한 운영 미숙과 자연순환농법에 대한 홍보부족이 원인이라고 보고 축산농가 및 분뇨처리업체에 대한 환경개선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축산농가에서 발생된 분뇨가 어떤 업체에서 수거되고 어떻게 농경지에 액비로 살포되는지에 대한 투명한 처리 체계가 확립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산뜻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민, 관광업계, 축산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간담회와 토론을 통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가축분뇨 전자관리시스템이다.
스마트폰과 GPS로 관리·감시되는 가축분뇨
가축분뇨 전자관리시스템은 양돈농가와 자원화업체, 액비살포지를 오가는 가축분뇨수집차량의 이동경로와 처리되는 분뇨의 양을 IT기술로 추적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양돈농가 분뇨처리실태 현지조사를 통해 농가별 사육두수를 파악하게 되면 해당 농가에서 발생하는 분뇨량을 산출할 수 있다. 양돈농가에서 발생된 분뇨를 수집하는 자원화업체 차량 작업자는 언제 어느 농가에서 얼마만큼의 분뇨를 수집했는지를 현장에서 모바일로 전산입력하거나 업체에 도착한 후 PC로 입력하게 된다. 이때 농가에서는 업체에서 입력한 배출량을 확인하고 일일배출량을 예상하여 시스템에 등록한다.
자원화업체는 수집된 분뇨를 일정기간 처리하여 액비로 만들게 되며 완성된 액비는 자원화업체 차량에 실어 허가된 지역에 살포하게 된다. 작업자가 살포된 액비의 양을 모바일 기기나 PC로 전산입력하면 자원화업체는 농가에서 수집한 양과 액비로 살포한 양을 기간, 차량, 농가, 살포지별로 분류하여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농가에서 분뇨를 수집할 때부터 살포지에 이르기까지 작업차량의 모든 이동경로가 GPS를 통해 기록되어 기간, 차량번호, 특정거점경유 여부 등 조건에 따라 경로추적이 가능하다. 정리해보면 우선 농가는 가축분뇨 일일배출량을 등록하고 업체에서 입력한 수집량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자신의 농가정보를 관리하게 된다. 자원화업체는 수집된 분뇨와 배출된 액비의 살포량을 입력하고 자신의 업체정보와 소속된 차량을 관리한다. 시스템 관리자는 가축분뇨의 수집량과 살포량을 건별로 확인하고 통계를 볼 수 있으며 차량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살포지를 관리하게 된다.
이렇게 가축분뇨의 이력관리를 할 경우 가축분뇨의 무단 불법 살포로 인한 지하수 오염문제를 근절할 수 있으며 과다한 액비살포로 인한 토양오염도 감시할 수 있다. 또 미부숙 액비살포로 인한 악취민원 발생시 해당 차량에 대한 추적이 가능해져 발빠른 피드백으로 민원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장부에만 기록하던 전과는 달리 객관화된 데이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잘못된 처리실태에 대한 행정적 처분이 뒤따를 수도 있다. 농가도, 자원업체도, 관리자도 모두 정확한 분뇨처리에 책임을 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전자관리시스템으로 분뇨관리가 투명해지면 일반인들까지 가축분뇨처리사업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차량운전자를 공무원으로 하는 건 어떤가”
가축분뇨 전자관리시스템의 도입을 위해 제주도 축정과 공무원들은 도내 양돈농가에 대한 분뇨처리실태 일제조사부터 실시했다. 농가에서 발생되는 분뇨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전체 양돈농가 312개소, 도내 분뇨 수거·운송차량 90대를 대상으로 양돈농가별 분뇨 발생 및 수거 D/B를 구축했다. 한편 홈페이지 관리매뉴얼 구성을 위해 환경부와 관련부서 자문 및 협의를 진행하고, 사업자 입찰 공고 및 선정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KT컨소시엄을 사업 대상자로 선정, 본격적으로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사업비는 자체 지방비를 활용하였다. 가축분뇨 처리에 대한 도의 적극적인 지원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근민 도지사가 “분뇨 수거·운송차량 운전자를 공무원으로 하는 것이 어떠냐”며 관리체계까지 확실하게 해 보자는 제안을 했을 정도다.
농가와 업체 등 자발적인 동참이 이루어졌지만 구축하는 과정에서 일부 운전자 및 분뇨처리업체의 반발도 있었다. 제주도 축정과 전문위원 고한종 박사는 업체 담당자들을 직접 만나 협조를 얻어냈다. “양돈업이 제주에서 관광업과 더불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뇨처리가 어느 누가 보더라도 객관화되고 투명화되어야 한다.” 고한종 박사는 평소 양돈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연구로 최초 기획부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네덜란드의 무기물 기장제도 MINAS를 벤치마킹하여 GPS설치로 차량을 관리하자는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그의 머릿속에는 관광업과 상생하는 제주의 축산업 미래가 이미 펼쳐져 있었다. 고한종 박사는 해당 사업뿐 아니라 바이오가스 플랜트 사업과 친환경농장조성을 위해서도 해당 주체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사업 진행을 독려하고 있다. 사업주체들에게 일을 맡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정에서 꾸준히 관리와 지원을 해 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가축분뇨 전자관리시스템은 제주도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2012년도에는 이용자 교육과 시범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활성화시키는 것이 1차 목표이다. 시스템이 안정되면 타 지자체에도 제안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냄새없는 양질의 액비 사용처 확대를 위해 액비품질 인증사업과 더불어 골프장 등 신수요처에 대한 액비 살포 시범사업을 통해 가축분뇨가 오염물질이 아닌 귀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을 넓혀갈 계획이다. 신뢰 향상 교육과 홍보는 축산업의 지속발전을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객관화된 전자관리시스템의 정착은 든든한 홍보자료가 되어줄 것이다.
친환경축산업 조성으로 에코타운 제주를 완성하자
마을 주민들은 농사가 끝나고 들판에 버려진 옥수수 등 각종 부산물과 가축 분뇨를 모아 메탄을 만들고, 이를 태워서 열병합 발전을 한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는 지정된 법에 따라 1㎾당 17센트라는 높은 가격에 전력회사에 판매된다. 바이오에너지설비에서 생산되는 열은 지역주민들에게 지역난방열로 팔리며 전기생산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퇴비로 사용되기도 한다. 세계 최초의 ‘에너지 자립 마을’로 꼽히는 독일의 윤데(Juhnde)마을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윤데 마을보다 더 앞서가는 에너지 자립 마을이 될 수 있는 곳이 제주라고 얘기한다. 윤데 마을의 경우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시작해서 초기 정착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제주의 경우 관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고 환경적인 조건이 좋기 때문에 윤데 마을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에서도 가축분뇨 처리과정에서 발생되는 메탄가스를 신재생에너지로 활용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양돈분뇨 바이오가스 플랜트’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가축분뇨의 적정 처리와 동시에 폐기물 바이오매스 활용을 통한 바이오가스 전력을 생산,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2010년 12월 준공 이후 현재까지 바이오가스 플랜트 운영실적은 총 21,837톤의 양돈분뇨를 이용, 74만kWh의 전력을 생산하여 97백만원의 매전수입을 기록하였다.
더불어 농가에 보급된 가축분뇨 액비저류조에 대한 관리와 주변환경 개선을 통한 아름다운 농장 가꾸기를 추진하고 있다. 서귀포시 봉영농장의 경우 양돈분야 전국 최초로 농식품부에서 인증하는 ‘환경친화 축산농장’에 지정되어 다른 양돈목장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제주도는 HACCP 인증을 받은 도내 농장들이 환경친화농장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홍보와 지원방안을 확대하는 한편, 친환경 축산농장으로 지정된 농장 우수사례를 일반 축산농가에 홍보하여 양축농가의 환경보전 의식 전환과 실행을 독려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제주는 2017년까지 1,530억원을 투자하여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용량 증설 및 신규 공공처리시설을 단계적으로 확대시킨다는 방침이다. 양질의 퇴비·액비 생산과 이용을 위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여 2014년까지 양돈분뇨 발생량의 85%를 공공 및 공동자원화로 처리해 나갈 것이다.
제주는 사람·동물·자연환경이 모두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는 에코타운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축산분뇨처리 사업은 이 중 가장 상징적인 사업으로 모두의 기대 속에 하나하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관광지인 만큼 축산선진국도 부러워할 만한 결과로 청정관광제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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