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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로 뒤덮였던 땅, 신록을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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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지는 늘 물을 품고 있다. 다양한 생물은 그곳에 깃들어 독자적인 생태계를 꾸린다. 수분을 항상 유지하는 습지는 그야말로 안락한 서식처다. 담수습지에는 전 세계 생물종의 40% 이상이 산다고 하니,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생태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그밖에도 홍수 조절 기능, 수질개선 및 유지, 산소생산, 지하수 보충 및 수자원 공급 등 습지가 수행하는 기능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 습지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비약적인 경제 발전과 더불어 습지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택지개발을 위해 강제로 매립되거나 온갖 쓰레기로 오염된 것이다.


      코를 찌르는 악취와 쓰레기더미를 보고 사람들은 점점 습지에 발걸음을 끊었다. 그렇게 습지는 방치된 채로 시간만이 흘렀다.
      그러나 오늘날 환경문제가 큰 화두로 떠오르며 상황이 바뀌었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온갖 생명붙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 됐다. 선진국들은 한 발자국 빠르게 습지의 보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개발보다 습지의 보호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불가피한 경우에는 개발면적 이상의 습지를 다른 지역에 대체 조성하는 ‘습지총량제’가 시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어떨까. 급격한 경제성장은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습지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땐 이미 많은 곳들이 택지로 매워지고 난 후였다. 하지만 2015년까지 국토 면적의 1%를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여기에도 습지를 보전하고 그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경기도 고양시가 버려진 땅에 습지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고양시 최초의 ‘생태’공원, 그 탄생 일화를 들어보자.

      쓰레기로 뒤덮였던 땅, 숨통을 트다
      13년 동안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한 채 잠들어 있던 곳이 있었다. 치워도 늘 쓰레기에 파묻히기 일쑤였던 그 곳을 모두 쓰레기장이라고 생각했다. 이 나대지는 일산 신도시 조성 당시에 기부채납이 된 후로 줄곧 잊혀진 상태였다. 고양시는 이 불모의 땅에 숨을 불어넣고자 팔을 걷어붙였다. 나대지에 공원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도심 바로 옆에 위치해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쉬웠다. 쓰레기장이 녹음 가득한 도심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니, 이보다 멋진 환골탈태가 있을까! 하지만 평범한 ‘공원’이 아니었다.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유지할 수 있는 ‘생태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인구 96만의 대도시 고양에는 생태공원이 전무한 상태였다. 자연학습과 관찰, 생태연구가 이루어질 장소가 없었던 것이다.
      도심지에서도 자연을 체험하고 생태 학습의 장이 될 수 있는 공원. 2009년 고양시는 그렇게 공원의 밑그림을 그렸다. 고양시 생태공원 탄생의 첫 걸음이었다.

      환경단체를 아군으로 만들다
      김기태 고양시청 녹지과 부팀장은 밑그림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생태’라는 단어가 붙은 공원은 그야말로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김기태 부팀장은 이번 기획에 누구보다도 큰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곳도 그의 기대를 100% 만족시키지 못 했다. 새로운 ‘습지 생태공원’에 반영할 기존의 생태 공원에서 도출된 문제점들을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른 생태공원을 견학하며 느낀 리스크 요소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도출된 문제점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공무원이 해결하기에는 너무 높은 장벽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양시는 환경단체의 자문을 구했다. 201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서 경기개발연구원, 고양환경운동연합, PGA생태습지연구소 등 다양한 환경단체에 원고를 청탁했다. 처음 환경단체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담당 공무원들이 진행한 설계도를 보고 문제점들을 쏟아냈다. 세부공정별로 비생태적인 요소가 곳곳에 끼어있었다. 고양시는 모든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자 전문가들과 계속 의견을 교환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해갔다. 원고청탁 뿐만 아니라 현장답사, 설계검토, 분야별 모니터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관계가 형성됐다.
      이로 인해 기존의 설계에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공원 내 길을 마사토로 포장하고, 인위적인 시설도 최대한 배제해 공원 안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원두막과 정자, 벤치만 설치했다. 경기도 시책추진보전금을 확보해 인근 대화천의 동물 이동통로, 조류관찰대 설치, 친환경농업체험부지조성, 태양열에너지시설 등도 추가로 설치했다. 그렇게 설계도는 세 차례나 바뀌었다. 바뀐 것은 설계도뿐만이 아니었다. 부정적인 시선으로 문제점을 잡아내던 환경단체들은 어느새 생태공원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되어 있었다. 고양어린이식물연구회는 자처해서 식물모니터링을 실시할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고양시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받아들일 줄 몰랐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밤 11시에도 김기태 부팀장이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할 정도였다니, 그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전문가들의 협력은 설계단계에서 그치지 않았다. 생태공원 문제점의 대안을 제시하고 대체에너지설치, 생태공원의 주제설정, 향후 운영관리방안 제시 등 준공 후 발생할 문제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기태 부팀장은 “관내 인적 인프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업 계획 단계부터 민·관 협력체계 구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체계를 통해서 계획, 설계, 시공, 운영관리 방안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어야 최대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이 주도하는 딱딱한 사업방식에서, 민·관 협력체계로의 전환이 그들의 사고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서로 상반되는 입장의 정부와 시민단체가 서로 협력하는 일은 매우 드물고 의미가 있는 일이다. 환경단체가 제기한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태도,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을 최대의 조력자로 만든 일. 고양시 생태공원 사업의 가장 큰 성공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여기 버리는 나무 있나요?”
      도시민들은 가끔 각박하고 황폐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 고층건물 사이에서 바라보는 네모난 하늘이 아닌,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충전의 시간을 가지기 위함일 것이다. 사람들은 식물원, 수목원, 자연휴양림을 찾아가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 어울린다. 하지만 그곳이 하루아침에 울창한 숲을 품게 된 것은 아니다. 식물원, 수목원을 짓는 데에도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수목원만 하더라도 식물이 1,000종이 넘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무엇보다 식물에게도 자랄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 묘목들의 성장 시간을 단축시킬 수도 없다. 생태복원의 기간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생태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 그 식물들을 구입하는 데에 드는 비싼 비용, 그리고 나무의 성장 속도가 발목을 잡았다. 나무의 종류도, 그 수도 턱없이 모자랐다. 원하는 종류에 적절한 수령을 갖춘 나무는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값이 비쌌다. 주어진 예산 안에서 수목을 갖추자니, 생각보다 그 규모가 굉장히 작아져버렸다. 고양시는 다시 한 번 머리를 싸매야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고민해서 나온 해결책은 놀라울 정도로 간단했다. 바로 고양시 관내에서 벌목되는 자생종 수목을 재활용하는 것! 이를 위해 고양시는 2년 동안 임야, 하천, 개발현장을 일일이 찾아가 소유자들을 만났다. 흔쾌히 허락한 곳도 있는 반면, 수목을 재활용한다는 것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었다. 개발 현장에서 벌목되는 수목들을 생태공원에 재활용한다니, 생소한 이야기로 들릴 법도 하다. 하지만 끈질긴 설득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는 다른 부서에서 먼저 ‘버려질 나무들이 있는데 가져다 쓰겠느냐’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
      여기에 기증 수목도 한 몫을 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생태공원에 적합한 종류와 수령을 지닌 나무를 찾아다녔다. 나무의 주인을 찾기 위해 구청, 동사무소 등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어렵사리 주인을 찾으면 생태공원의 취지를 설명하고 기증여부를 조심스레 물었다. 물론 전부 기증을 받지는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 총 17종 306주의 나무를 기증받을 수 있었다.
      이런 일화도 있다. 관내 안에서 생태공원에 딱 알맞는 용버들을 발견했을 때 일이다. 동사무소에서 물어물어 어렵사리 소유자를 찾아가자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가 나왔다. 생태공원 이야기를 꺼내자 할머니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저 나무를 베어버리고 싶어도 힘이 없어서 못 하고 있었어. 언제든지 데려가요.” 지금 용버들은 생태공원에 자리를 차지하고 당당히 그 모습을 뽐내고 있다.
      2009년 말 시작한 수목재활용은 큰 성과를 보여주었다. 2010년에는 31종 486주, 2011년에는 21종 898주로 총 5억 3천만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재활용수목들이 생태공원 현장 내 식재수목 중 66.8%에 달하게 됐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일례다.
      예산절감으로 고양시는 생태교육에 꼭 필요한 ‘생태학습관’ 건설에 착수할 수 있었다. 생태학습관은 생태도서관, 전시관 등이 포함된 건물로 옥상에 태양열판을 설치해 태양열에너지를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건물 내 자연채광, 벽면녹화 등으로 생태공원에 걸맞은 친환경적인 건물로 완성될 예정이다. 수목자원을 보전할 뿐만 아니라 예산까지 절감할 수 있었던 일석이조의 수목재활용 시스템. 고양시는 2012년 이후부터 이 수목재활용 시스템을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도입할 예정이다.

      주변 환경을 연결 짓는 ‘생태 클러스터’ 구축
      오늘날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안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연을 보는 인간의 사고방식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며 ‘유기체적 자연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유기체적 자연관은 자연을 하나의 생명체로 생각하고 모두가 필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반면에 기계론적 자연관은 자연을 단순한 기계의 부품으로 생각하며, 원인과 결과를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계론적 자연관은 현대에 들어서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했다. 자연은 거대한 기계가 아니며 일정 부분만을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하나의 생명처럼 긴밀한 연결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천이 오염되면 그 주변의 환경도 자연스레 영향을 받듯이, 어느 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경로와 결과까지 생각할 수 있는 통합적인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양시는 생태공원이 고양시의 환경문제를 유기적으로 연결 짓는 ‘생태 클러스터’로서의 기능을 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생태공원이 조성된 나대지는 그 위치가 절묘하다. 옆으로는 대화천이 흐르고 고봉산, 장원평천, 장항습지와도 가깝다. 산림생태계와 습지생태계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에 최적격인 셈이다. 고양시는 앞으로 이 생태축을 이용해 주변의 생태를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관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문제가 발생했을 시, 주변 환경을 고려한 최적의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번 생태공원의 조성 목적에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생태교육’이다. 고양시는 앞으로 ‘생태교육 클러스터’를 구축해 각 부서별로 운영 중인 생태교육을 연계시켜 더 체계적인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 고양시 생태공원 한쪽에는 작은 텃밭들이 가꿔지고 있다. 고양시 내의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방과 후 공원을 찾아 직접 흙을 파고 씨를 뿌려 일구어낸 텃밭이다. 도시에서 제대로 흙을 만질 기회도 좀처럼 없는 아이들이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서로 더 열심히 텃밭을 가꾸려 경쟁에 불이 붙었다고 한다. 작은 텃밭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생명을 자기 손으로 직접 기르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고양시는 이미 생태교육의 첫 발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생태공원
      앞으로 고양시는 생태공원을 거점으로 다양한 생태 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한강하구 장항습지와 연계한 테마별 생태관광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내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 및 지역의 숲해설가를 적극 활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양시의 진짜 과제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고양시와 환경단체들은 누구보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앞으로도 고양 생태공원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고양시 또한 공원을 위탁 운영이 아닌 시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생태공원 안에서 화학방제가 불가능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앞으로도 생태공원내에서는 친환경방제만이 가능하도록 직접 법을 바꾼 것이다. ‘경기북부의 생태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고양시의 열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생태공원은 하루 입장객을 제한하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일부 지역주민이 자유로운 활용을 요구하는 민원을 냈지만 고양시의 입장은 확고했다. 공원이 완성되기도 전에 많은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공사 중인 공원에는 너구리가 나타나기도 했고, 흰뺨검둥오리가 찾아와 알을 낳고 새끼가 부화한 일도 있었다. 제한적 운영은 이용객들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공원 안의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고양시의 고집이기도 하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땅이 신록 가득한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바쁘게 삶을 영위해나가는 사람들은 그 공간에서 잠시 쉬어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공존을 깨닫는다면 생태공원으로서 그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그것이 유지되려면 고양시의 고집 또한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공원 내의 생태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고양시의 고집을 마음 속 깊이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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