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라북도의 2012년 도랑살리기 사업성과 발표회가 있었다. 도랑은 국가하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과 투자가 미흡하여 생활하수, 쓰레기 등으로 오염이 많이 되고 있다. 이에 전북에서도 마을 주민과 함께 마을 앞 오염된 도랑의 정화활동, 수생식물식재, 수생태 모니터링, 생활 속 오염원 줄이기 등을 실천하는 도랑살리기 운동을 2012년부터 민간 주도로 시행하고 있었다. 도랑살리기 사업은 도비 7천만원이 들어가는 소규모 사업이지만 규모에 비해 지금까지의 성과가 매우 좋았다. 김완주 전북 도지사는 도랑살리기 발표회 자료를 점검한 후 이런 메모를 남겼다.
“광특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고려해 볼 것!”
이는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의 사업성격에 맞도록 사업을 변경하거나 확장하여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다시 구상해 보라는 의미이다.
도지사님의 “광특으로 고려해 보라”는 메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내에서 잘 이뤄지고 있는 사업이나 도민들의 요구가 빈번한 사업에는 어김없이 이런 지시사항이 내려왔다. 예산과에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도비로 진행하던 사업을 광특회계로 전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온갖 전략”을 구사해 방법을 강구해 내야 했다. 예산분배만 해도 힘든 마당에 사업기획부터 새롭게 해야 할 때가 많았다. 점차 예산운영 시스템까지 전략적으로 수정되기에 이르렀다. 전북의 전략이 제대로 통했는지 올해 그 운영성과를 인정받아 광특회계 인센티브로 역대 최고 규모인 201억 원을 확보했다. 전북의 “광특회계 활용법”은 무엇이었을까. 정부의 광특 포괄보조금 제도 시행 후 4년, 최우수 운영사례로 선정된 전북의 노하우를 만나보자.
그들만의 광특회계 활용법
전북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 면에서 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것도 20년째 최하위에서 두 번째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 도지사도, 공무원들도 늘 현상타계를 위해 고민 중이다. 광특회계의 전략적 활용도 그중 한가지였다.
열악한 재정 상태에서 순 도비만으로 대규모 재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이끌어가기에는 역시 애로사항이 많았다. 중간에 사업이 중단되기도 하고, 사업효과도 석연치 않았다. 그렇다면 국비를 제대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전북은 포괄보조금 제도로 인해 사업 발굴도, 예산 집행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포괄보조금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비지원을 많이 받을 수도, 적게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국비를 도비처럼 생각해서 사업 구상을 해 보자”이다. 이는 예산과 실무담당자들의 캐치프레이즈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도비로 추진하던 사업 중 광특회계에 맞는 사업으로 전환이 가능할 것들에 대해 기획을 변경하거나 새롭게 기획하여 사업을 수정해 나갔다. 또 현재 추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규모 현안사업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광특회계의 특성에 맞게 사업을 기획했다. 산림환경연구소 이전과 청사 설립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정부가 국가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균형발전을 꾀할 때, 전라북도 역시 도 사업소를 시군으로 이전하여 균형발전 정책을 실행했다. 산림환경연구소의 진안군 이전도 때맞춰 이뤄졌다. 이 때 새 청사 설립 등 이전에 따른 여러 사업들을 광특회계와 연계하여 계획을 세웠다. 산림환경연구소 주변에 내동산 산림욕장과 고원화목원을 조성한 것이다. 11년도 32억 원, 12년도에는 20억 원이 들어간 사업으로 광특회계비와 도비가 각각 50%씩 소요됐다. 이처럼 도비가 많이 소요될 수 있는 사업을 광특회계 사업으로 기획하면서 규모 확장은 물론 사업성과도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도 전략사업 육성에 꼭 필요한 인력양성 및 R&D 사업도 광특회계로 전환하여 사업을 규모화시킬 수 있었다. 11년도에는 순도비 13억 원으로 진행하던 ‘산학연 연계 기술사업화 종합지원’ 사업을 12년도에는 광특 15억 원, 도비 15억 원으로 총 30억 원 규모로 진행할 수 있었으며, 뿌리산업을 지원하는 “생산기반업체 공정개선 및 네트워킹 지원” 사업 역시 순도비 6억에서 광특회계 10억 원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지역 특성화산업 인력 양성” 사업도 2억 원 규모의 사업을 24억 원 규모로 진행할 수 있었다. 재원 한계로 어려움이 많았던 시군 현안사업도 광특회계로 기획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새만금 단체관광객 수용을 위한 부안지역 청소년수련관이 건립되었으며, 새만금 방조제 연계 관광객 유치를 위한 관광자원 개발을 위해 10~12년 3년간 군산, 김제, 부안 3개 시군에 매년 광특회계 20억씩 총 180억 원의 국비를 투입할 수 있게 됐다. 그 외에도 왕궁·용지 휴폐업축사 환경정비사업을 바이오순환림 조성사업으로 기획하였고, 새만금 지역 계속어업 희망자를 수용할 수 있는 대체어항도 조성할 수 있었다.
전라북도는 이처럼 광특회계의 전략적 활용으로 역대 최대 인센티브 확보 뿐 아니라 도비 710억 원의 대체투자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광특회계 인센티브만 하더라도 10년도 147억 원, 11년도 122억 원, 12년도 141억 원에서 13년도 201억 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광특회계 평가요소는 집행실적, 사업성과, 성장촉진지역 배분실적, 공공요금 동결실적 등이며 전라북도는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높은 점수를 받았고, 특히 성장촉진지역 배분 실적과 사업성과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특별회계로 낙후지역까지 날개를 달다
재원의 효율적 배분에 있어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북은 도 자율편성사업 재원의 50%를 시군에 배분하여 시장·군수에게 예산편성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균특 도입 당시인 2005년부터 시군에 재원을 배분하였으나 초창기에는 별도의 모형 없이 과거 실적치에 근거하여 배분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낙후지역은 계속 소외된 상태로 발전에서 뒤처지게 되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07년 전북발전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하여 낙후도와 사업수요를 동시에 고려한 재원 배분 모형을 만들었다. 2012년도에는 현실에 맞게 낙후도 요소를 수정하여 배분 모형을 개선하였다.
전북은 2006년 동부권 지원조례를 제정했으나 재원의 한계로 산발적으로 도비가 지원되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0년 11월 동부권 사업을 식품과 관광으로 특화하고, 광특회계 도 한도액의 10%인 광특 200억 원과 도비 100억 원의 300억 원 규모로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하였다. 동부권 지역이 실질적인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특별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진안 홍삼, 임실 치즈, 순창 장류 등 시군별 특화품목 식품클러스터가 조성되었고, 남원 광한루, 진안 마이산, 장수 말 산업, 순창 강천산 등 대표 관광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광특회계가 아니었으면 동부권 지역에 대해서도 이렇게 체계적인 지원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이렇게 많은 재원을 배분할 수도 없었을 거예요.”
곽승기 도 예산과장의 말처럼 광특회계의 효율적 운영으로 전북은 도의 균형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시스템이 움직인다
예산과의 김영숙 주무관은 3년째 예산과에 근무하고 있다. 김영숙 주무관 뿐아니라 전라북도 예산과 공무원들은 모두 3년 이상씩 근무하고 있다. 2년마다 이동하는 여타 지자체 공무원들의 패턴과는 다르다. 담당 실무자가 지속적으로 관련 업무를 이행할 때 사업운영의 효과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라북도 예산과 실무담당자들은 “오늘의 결과는 한 개인의 역량이 아닌 안정된 시스템이 낳은 결과”임을 강조했다.
“담당자가 바뀌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그것보다 관리시스템이 잘 만들어졌고 그 시스템이 이제는 정착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누가 와도 잘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운영체계가 안정적입니다.”
전라북도의 체계적 시스템은 이미 타 지자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전북의 광특회계 예산편성 및 관리시스템은 크게 방향설정, 재원배분, 사업기획, 성과관리의 단계로 설계되어 있다. 각 단계에 따라 기간별로 도민의견수렴, 사업발굴, 예산편성 토론, 부처 심의 대응, 자율평가, 현장확인, 활성화를 위한 노력 등이 세분되어 있다.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획, 평가, 관리까지 체계화되어 있는 것이다.
예산 배분을 위한 설문조사는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광특회계 활용만을 위해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곳은 전북이 유일할 것이다. “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하여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할 사업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동부권 균형 개발을 위하여 어떤 사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등 도민이 알기 쉽게 항목을 세분하여 ARS조사가 이루어진다. 이같은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 연도 광특회계 투자의 기본방향 7개를 선정하게 된다. 2013년은 여론 조사를 통해 ‘삶의 질’ 분야에 집중 투자가 결정되었다.
다음에는 선정된 투자방향에 맞춰 부서별로 사업을 미리 발굴하고, 발굴보고회와 토론을 통해 사업을 구체화시키게 된다. 보통 광특회계 사업 발굴은 119개 사업 내에서만 발굴하는 데 비해 전북은 그 틀을 넘어서는 사업도 발굴 대상에 포함시킨다. 도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추진해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발굴된 사업들을 두고 여러 번의 보고회와 토론이 이루어지다 보니 실국장들은 거의 모든 사업에 대해 낱낱이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각 사업부서마다 요구하는 재원들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토론을 통해 지원기준을 세우기도 하고, 신규사업이 기존사업과 중복성은 없는지 등도 토론하게 된다.
다음은 가장 어려운 단계인 부처 심의 대응이다. 열심히 기획한 사업도 중앙부처가 보기에는 광특회계 사업이 아니라고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부적인 대응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광특회계의 전략적 활용으로 인해 부처 심의 대응 역시 전북이 가장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하라는 사업만 할 것이지 왜 안 되는 사업까지 가지고 오느냐”며 핀잔을 듣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이어지는 자율평가도 전북에서만 하는 부분이다. 민간전문가로 평가단을 구성하여 광특회계 사업의 계획, 집행, 성과분야에 대해 평가를 받아 다음 해 광특회계 예산 편성 시 반영하게 된다. 그리고 주요 재정사업장 현장확인을 통해 문제점이 있으면 해결방안을 도출하거나 구조조정할 사업들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에는 광특회계 사업 담당자 교육, 언론 홍보, 제도 개선 수시 건의 등을 통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단계이다.
이렇게 운영시스템을 철저히 이행하다 보니 “광특만을 위해서 설문조사를 한다니, 거짓말 아니냐”, “이런 식으로 운영하다니 믿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그만큼 효율적으로 운영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아도 예산운영은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의견수렴에 자체평가에, 사업발굴도 해야 하고, 토론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산 넘어 산이죠. 그래도 이제는 좋은 평가도 받고, 인정을 받게 돼서 보람을 느낍니다.”
광특예산 중장기 투자계획도 수립할 예정
도자율 포괄보조사업은 18개로 한정되어 있고, 부처별로 엄격한 세부 지침이 있어 광특회계 사업 발굴에 한계가 따른다. 예를 들어 ‘농어촌자원복합사업화’ 사업에서는 제조·가공·판매 연계사업만 지원하고, ‘관광자원개발’ 사업에서는 숙박시설·음식점 개선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전라북도의 경우 ‘지역특성화산업 인력양성’ 사업은 2012년 지식경제부를 설득하여 어렵게 광특회계로 진입했으나 ‘산학관커플링’ 사업은 노동부 등에 해당 포괄보조 사업이 없어 순 도비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라는 것은 포괄보조 사업의 부처와 사업분야를 더욱 개방하고, 추진지침은 정부정책 차원의 큰 틀에서만 제시하여 지역실정에 맞는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자율성이 부여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광특회계 운영에 있어 한 단계 앞서가기 시작한 전라북도는 이제 광특예산 중·장기 재정계획 수립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컨벤션 등 대규모 재원 소요사업을 위주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광특회계 집행률 제고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현재는 집행률을 분기별로 확인하고 있는데 어려운 점이 많다. 광특 예산 편성 시에 사전절차 이행여부 심사를 강화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전례없는 포괄보조 운영 우수사례를 만들어 낸 전북의 다음 스텝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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