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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강좌제, 지역발전까지 배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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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덕구가 대전에서 가장 잘 사는 지역구 아닙니까? 연구단지도 있고 테크노 파크도 있잖아요? 서울로 치면 강남구 같은 데죠?”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대통령도 대덕구를 제일 좋은 지역구로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덕구는 서울의 금천구, 구로구 정도로 보면 딱 알맞다. 공단이 들어서있기 때문에 매연, 분진, 악취 등이 심하고 저소득층이 밀집되어 있는, 대전에서 가장 열악한 자치구가 대덕구다. 공업도시라 울산시처럼 부자들이 많지 않느냐고 묻지만, 같은 공업도시라도 재산세로만 세목을 충당하는 자치구일 때는 사정이 다르다. 대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서구의 반 정도인 21만여 명의 주민, 밤이 되면 공단의 불이 모두 꺼져 캄캄하기 그지없는 지역 분위기. 지역민들은 패배감과 소외감이 팽배했고, 자치구 재정은 열악할 대로 열악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과거의 얘기로 돌려야 한다. 대덕구가 지금, 완전히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아파트나 공원 등 현대적 건물이나 시설이 들어서서가 아니다. 바로 ‘학습이 배달됐기 때문’이다.

      주민을 직접 찾아가는 평생학습, 배달강좌제
      대덕구에는 으리으리한 평생학습센터가 없다. 대신‘대한민국 평생학습 최고히트상품(중앙일보, 2009.9.2)’인 ‘배달강좌제’가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여느 평생학습센터보다 월등하다.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센터나 학원에 가지 않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학습을 신청하면 구에서 강사가 직접 찾아와 가르쳐 준다. 배달강좌제, 말 그대로 강좌를 배달해 주는 것이다. 배달강좌제는 우려와는 달리 시작과 동시에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며 금새 대덕구를 최고의 평생학습 메카로 만들었다. 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은 7년째 대덕구의 구청장을 맡고 있는 정용기 구청장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역의 변화는 사람이 변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는 길이지만 교육과 학습에 의해서만 사람이 변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평생학습도시 전국응모에도 응하게 된 것이지요.”
      당시 대전에서는 이미 유성구가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되어 있었고 대덕구는 뒤늦게 막차를 탔다. 정 구청장은 자료를 만들고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해 가며 평생학습도시 지정에 열의를 쏟았다. 구청장의 열의로 평생학습도시로 지정은 됐지만 문제는 지정되고 난 후의 평가였다. 예산을 얼마나 투입했는가, 전담조직은 만들었는가, 평생학습센터를 건립했는가가 평가기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기준은 지방자치 단체의 재정 수준을 너무 간과한 것이었다. 전담조직이야 어찌어찌해서 만들 수 있다지만 센터를 건립할 수 있을 만큼의 재정은 당연히 없었던 것. 그 돈만 해도 100억 원대를 훌쩍 넘는다. 사회복지비에 그 정도 예산을 투입하면 공무원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실정이었다. 실제로 대덕구는 본예산에 공무원 인건비를 편성하지 못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계획처럼 평생학습도시를 성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용기 구청장은 정말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용기 구청장은 일본의 야시오라는 시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야시오시에서는 시 사업에 대해 시민들이 궁금해 하면 공무원들이 직접 시민들을 찾아가 설명해 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아, 이것을 평생학습과 연결해 보자!’ 고민의 실마리는 이렇게 풀리기 시작했다.
      평생학습센터를 지어놓고, ‘학습 할 사람들 오시오’하는 방법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의 발상이다. 이는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와서 배우게 되니, 결과적으로 학습의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다. 이런 학습은 진정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 정용기 구청장은 “학습을 통해 삶의 의욕도 느끼고,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산적 복지를 위해서도 소외된 계층까지 골고루 학습의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찾아오게 하지 말고, 우리가 직접 나가면 어떻겠는가?” 구청장은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토론의 주제를 던졌다. 공급자 중심의 학습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학습이었다. 물론 예산 문제도 꼼꼼히 따져봤다. 그랬더니 웬만한 평생학습센터를 짓는 비용이면 거의 30년 동안 배달강좌를 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학습이 자장면처럼 배달됩니다.”, “5명 이상 주문만 하시면 무료배달”. 이렇게 시작된 배달강좌제는 앞서 얘기했듯이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지역민들이 배달강좌를 신청하고 문의하는 수(數)도 예상외로 많았고, 생각지도 못한 발상의 전환에 매스컴도 앞 다투어 보도하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평생학습대상을 수상했으며, 다른 도시(45개 지방자치단체)와 해외(인도네시아 프칼롱안시 및 일본 홋카이학원 대학)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 신청자격이 대덕구에 거주하는 구민이나 기업체, 학교, 학습기관, 경로당으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타 구 주민들이 “왜 대덕구 주민만 이용이 가능한가”, “대전시 전체로 확대해 달라”며 항의전화가 오기도 했다. 그래서 2011년 하반기부터는 대전시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배달강좌 시스템을 통합 사용하고 있으며 강사풀(pool)제를 통해 보다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히트 아이디어를 뒷받침해 준 운영체계
      인기가 너무 없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다. 대덕구의 배달강좌제는 너무 인기가 많아서 고민이었다. 우선 예산문제다. 처음부터 많은 예산을 가지고 시작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고, 예상을 뛰어넘는 주민들의 엄청난 호응으로 인해 여타 상사업비를 배달강좌제 예산으로 급하게 편성했다. 그럼에도 예산이 모자라 구민 1인당 1년에 신청할 수 있는 강좌수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지역발전위원회의 ‘창조지역사업’에 공모하여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국비(광특회계) 지원을 받게 되었고, 이를 통해 좀 더 안정적으로 배달강좌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밖에도 학습입문이라는 본 취지를 벗어난 학습자들의 계속적인 심화학습 요구 문제, 강사등록은 하였으나 강좌를 배정받지 못한 강사 발생 문제 등도 너무 인기가 많아서 생기는 문제였다.
      창조지역사업으로 날개를 달게 된 배달강좌제는 월 1회 강좌 선정을 월 2회로 확대했으며, 학습장소가 없어 강좌신청을 하지 못한 주민을 위해서는 학습배움터를 제공해 주었다. 또한 배달강좌 신청에 필요한 최소인원(5인)을 모으기 힘든 주민을 위해 홈페이지에 ‘함께 배워요’ 코너를 신설하여 연결해 주었으며, 배달강사가 꺼려하는 원거리 지역의 경우에는 동일 지역의 다른 신청강좌와 연결해주는 등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프로그램 운영의 묘를 더해갔다.
      전 구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구청은 더욱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대덕구청은 노무현 정부 때 시행된 팀제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팀제의 수평적 조직문화는 창조적인 발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정용기 구청장의 생각이다. 배달강좌제처럼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을 실천해 나갈 때는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으로 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팀제의 효과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이 배달강좌제 운영이었다.
      배달강좌제는 대덕구 평생학습원에서 총괄하고, 대덕구평생학습협의회 및 평생학습실무자협의회, 학습마을추진위원회, 각 동 자생단체, 배달강사 및 학습자 등으로 운영체계가 구성되어 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히트상품이 될 수 없다. 배달강좌제는 구청에서부터 각 마을에 이르기까지 짜임새 있는 운영으로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각 마을의 학습마을추진위원회는 학습마을 매니저를 통해 골고루 학습이 연결될 수 있도록 조율하고 있다. 또 창조학습마을축제를 개최하여 평생학습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인식제고에 힘을 쏟고 있다 
      2011년에는 12개동 주민 8,700여명이 참여하여 성황을 이루었으며 동별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갈수록 축제의 내용이 풍성해지고 있다.

      사람도 변하고, 지역도 변하게 하는 학습의 효과
      감춰두고 있던 배움에 대한 열의를 구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맘껏 쏟아낼 수 있었던 구민들은 배달강좌제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 실제로 학습자로 시작해 현재는 배달 강사를 하고 있는 장경화 씨(56세, 여)는 자신의 경험을 방송에 소개하면서까지 배달강좌제를 홍보하는 열렬한 지지자이다.
      “배달강좌를 통해 뭔가를 조금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내가 배운 것을 다시 가르쳐 주고 봉사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제가 봉사를 시작하니까 가족들도 함께 봉사에 동참하게 되면서 가족이 모두 행복해진 것 같아요.”
      장경화 씨처럼 배달강좌를 통해 재능봉사를 펼치는 학습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시키지 않으면 먼저 하지 않는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이제는 먼저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되었다”는 장경화씨는 배달강좌제를 열어 준 정용기 구청장을 만날 때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한다. 배우고 싶었으나 시간과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배달강좌제로 학습에 입문하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시 배달 강사로 활약하는 선순환 구조, 이것이 정용기 구청장이 원하던 모습이었다.
      “자격증을 딴 학습자들이 학습으로부터 소외된 요양원, 경로당 등을 방문하여 재능 나눔 기부문화를 확산시켜 나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새삼 학습의 힘, 사람의 힘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배달강좌제는 2009년 3월 시행 이후 2013년 6월 말 현재에 이르기까지 3,851개 강좌를 개설하였고, 26,056명이 배달강좌의 수혜를 받았다. 이렇게 수혜자가 늘어날수록 무한 일자리 창출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학습자가 강사가 되는 선순환구조가 정착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 강사 활동을 통해 능력있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인력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다수의 학습자가 이동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강사가 직접 찾아감으로써 자동차 운행 횟수를 줄여 CO2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하였고, 기존 방식의 평생학습 강좌 운영에 수반되는 시설 인프라 유지에 필요한 각종 에너지를 절감하여 녹색경제를 선도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학습을 통한 지역 재생 부분은 배달강좌제가 가져 온 특별한 성과이다. 5명 이상의 주민이 모여 함께 배우고 소통함으로써 사라진 반상회 기능이 회복되고, 배달강좌제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통해 지역에 대한 자긍심까지 회복되었다. 학습을 통해 구정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하였다. 학습으로 변화된 사람들이 공동체 문제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대덕구의 달라진 모습만 나열해도 그 변화는 확실하다. 대덕구 구민들은 이제 주차 문제, 쓰레기 문제 등 고질적인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대전시 자치구 중 가장 인구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작년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에서 1등을 했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시행 후, 가장 미진한 구가 겨우 3% 감량에 머물 때 대덕구는 30% 이상 감량했다. 주민들이 교육지원 자원 20억을 모금해 관내 모든 학교에 전자칠판을 도입하기도 했다. 모두 ‘학습이 배달되고 난 후의 변화’이다.

      대덕구,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생태·학습도시로 간다
      "영미 평생학습을 보면 일자리와 연결된 평생학습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취미·교양 부분이 대다수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들어온 분들을 다음 단계로 어떻게 연결하느냐이고 더 나아가 공동체 문제 해결에 같이 참여하게 하도록 하는 게 궁극의 목표입니다.”
      정용기 구청장은 배달강좌로 학습에 입문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또 여전히 학습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참여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특히 여성 참여가 많은 배달강좌제 이외에 남성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도시농업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동별 개인사유지를 이용해 텃밭을 만들어 분양해 저녁을 가족과 함께 하는 건강한 삶이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 것이다. 이미 30~40대가 60% 이상 신청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외에도 대덕구는 대전의 3대 하천(대전천·유등천·갑천), 금강, 계족산 등 천혜의 자연자원을 이용한 각종 녹색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로하스 금강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대청호 일원을 생태도시 명소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고, 개별적으로 추진해오던 각종 녹색인프라 사업을 생태·문화·가족이라는 테마로 하나의 길로 묶어, 대덕구 전체를 녹색생태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200리 로하스길’을 완성하였다. ‘200리 로하스길’은 금강변의 로하스 해피로드를 중심으로 3대 하천길, 대청호 누리길, 계족산 황톳길 등으로 연결되어 있다.
      배달강좌제로 포문을 연 대덕구의 발전은 이렇게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녹색 생태도시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배달강좌제를 통해 배달된 것은 학습만이 아니었다. 대덕구 구민들의 변화, 그리고 대덕구의 발전까지 한 묶음으로 배달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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