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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동, 제주 태흥 2리 공동어장의 특별한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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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태흥 2리 어촌계는 제주도에서도 남쪽 끝에 위치하는 작은 어촌계이다. 광활한 지형에 해안지대를 넓게 끼고 있는 이곳은 예로부터 ‘폴개’라 불렸다. 고려말경, ‘묵은 가름’이라는 곳에 인가를 두고 있던 사람들이 해안변인 이곳으로 이주한 이유는 소금밭과 가까우며 해산물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실로 오랫동안 이곳 사람들은 바다와 함께 더불어 살아온 것이다.

      제주해역은 대마난류와 황해난류가 동서로 감싸며 북상하여 계절에 따라 바다 성질이 달라지는 북서태평양의 주요 어장이다. 지난해 집계된 제주도의 잠수어업인 수는 4,574명. 우리가 ‘해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주요한 문화 자원이기도 한 제주도의 해녀도 이제는 고령화 되어가고 있다. 이곳 태흥 2리 어촌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태흥 2리 앞바다에는 우리가 모르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 오랜 세월을 이겨낸 진주처럼 빛나는 그것은, 순수한 협동의 마음이다.

      태흥 2리 수산종묘의 비밀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지난 1997년부터 대상지역을 선정하여 수산종묘를 방류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생기기 전, 시장에서 종묘를 떼어 와야 했지만 이제는 전염병 검사를 마친 고품질의 선호품종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촌계 규모와 관계없이 똑같이 분배되다보니 관리가 소홀한 곳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도에서 이뤄지는 몇 가지 심사를 거친 어촌계에서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개인이 아닌 어촌계에 할당되는 것인 만큼 관리와 생산이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수산종묘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수산종묘 방류효과를 분석해 본 결과 홍해삼 2.8배, 전복 1.5배, 오분자기 0.3배, 돌돔 4.6배 등의 생산성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2006년부터 선발 방류 시행된 홍해삼의 경우엔 최근 5년간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현재 우도에서는 홍해삼 종묘방류, 투석 등 홍해삼 대량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우도 홍해삼 양식섬’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2013년~2015년에 걸쳐 약 30억 원의 사업비로 진행 중인 이 사업을 통해 도시에서는 신선한 제주도의 홍해삼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도에서 직접 종묘를 선발하기 때문에 상당히 체계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 수산 종묘 사업의 강점이다. 또한 사업을 통해 사전 전염병 검사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미래양식연구센터)부터 도의 계약부서, 생산업체, 마을어장의 관리 주체인 해당 어촌계에 이르기까지 긴밀한 유대관계가 구축될 수 있었다. 특히 생산·관리 주체인 어촌계와 여타 기관과의 소통은 앞으로 새로운 사업 운영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제주 어촌계에서는 전통적으로 공동 어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공동어장을 관리하는 과정에 있어 모든 어촌계가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태흥 2리 어촌계는 공동어장을 관리하며 예전보다 훨씬 돈독해져 다른 어촌계의 부러움과 시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태흥 2리는 어장관리 우수어촌계에 선정되어 이제는 방류 사업 시 수산종묘를 우선 지원받고 있다. 어장이 방류초기 먹이원이 풍부한 수심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과 고정 암반이 아닌 크고 작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종묘의 부착 기질이 양호하다는 점 등이 환경적인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방류어종이나 환경적인 장점들이 특별히 다른 어촌계와 차별화되어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유독 태흥 2리의 공동어장에서 우수한 품질의 해산물이 꾸준하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흥 2리의 해녀들
      바다 역시 육지처럼 인간이 예측하기 힘든 거대한 자연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을 채취하여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워진 사람이 바로 ‘해녀’이다. 바다에서 채취되는 해산물의 질과 양은 바로 이 해녀들의 소득과 직결된다. 그 때문에 태흥 2리뿐 아니라 제주도내 전 어촌계(100개소)에서도 수산종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어 한다. 하지만 한번 방류 한 후 4㎝ 크기가 상품가치를 가진 10㎝로 자라나기까지 평균 7~10년이 걸린 후에야 채취가 가능한 대부분의 해산물은 당장에 소득이 주어지는 작물이 아니기에 더욱 인내가 필요하다. 특히 중간에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꾸준히 양질의 해산물을 채취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혼자만의 힘으로 커다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수산양식 분야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을 태흥 2리 어촌계 잠수 부녀회는 상호협력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었다. 10년을 기다려야 채취가 가능한 해양작물들과 함께 잠수 부녀회는 울고 웃으며 함께 지난 세월을 흘러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부녀 회원은 약 50명 남짓, 대부분이 ‘물질’을 하지만 행정이나 회계를 맡고 있는 젊은 회원들까지 아우르는 숫자이다. 태흥 2리 잠수 부녀회는 남다른 돈독함을 자랑한다. 공동 어장에서 채취되는 해산물의 소득은 젊은 해녀, 나이든 해녀 할 것 없이 공동 분배된다. 서로의 욕심으로 하나의 공동 어장을 여섯, 일곱으로 쪼개어 관리하는 다른 어촌계의 사례를 본다면 놀라울 정도의 협력이다. 2013년 현재 제주도 해녀의 평균연령은 50대 후반이다. 우스갯소리로 ‘50대 해녀는 처녀’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사정을 알만하다. 태흥 2리 어촌계 대부분의 해녀들도 5~60대이며 가장 나이 많은 해녀의 경우 85세에 육박한다. 도시에서는 퇴직할 나이인 이들은 아직도 바다에 나가 ‘물질’을 한다. 자부심도 자부심이지만 소득도 아쉽지 않다. 이곳에서는 한창 ‘물질’을 하는 해녀 1인당 기대되는 연소득이 일 년에 3,000만 원 정도이다. 도시에서 웬만한 50대 여성은 꿈도 꿀 수 없는 수입이다. 태흥 2리 해녀들은 사비를 모아 목욕탕이 딸린 해녀 탈의장을 신축하기도 했다. 이러한 소득이 가능한 것 역시 자신의 몫에 만족하고 더 욕심 부리는 대신 남을 챙겨주는 공동체 정신 덕분이다. 누구 한 사람이 더 욕심을 냈다가는 전체적인 어장의 균형이 깨져버리고 만다는 것을 태흥 2리의 해녀들은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종묘가 다 자라버리기 전에 누구 한 사람 욕심을 부려 먼저 잡아버리고 말았다면 공동 양식장은 운영될 수 없었을 것이고 어촌계 안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도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도시에서는 쉬이 알 수 없는, 자연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만이 얻어 낼 수 있는 귀한 깨달음이다.

      빛나는 리더십
      2006년, 태흥 2리에 최초로 수산종묘방류 사업을 소개한 인물은 전 어촌계장인 강도일씨이다. 사업을 처음으로 추진한 강도일 전 어촌계장은 마을 어장의 자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기도 하다. 부드럽고 겸손한 리더십은 현 어촌계장인 강영남 씨에게 고스란히 내려져 왔다. 원래 배를 부리는 강 씨는 어촌계장 일을 하면서 자기 배를 부리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당장 돈을 벌려는 마음보단 보다 나은 어촌계를 만드는 데 그만큼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다. 강 씨는 특히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을 돕는 마을의 노인 공경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강 씨 역시 어르신들의 전화 한통에 달려가 불편한 일을 도와주고 있다.
      “노인 분들을 함께 돕다 보니까 자연히 욕심도 사라지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돕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 같수다.”
      태흥 2리에는 다른 어촌계엔 없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어촌계 공동 자금’이다. 전체적으로 소득을 나누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이 문화는 공동 자금을 예치해 두었다가 어촌계에 급한 일이 발생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마을 어르신이 돌아가실 때마다 마을 어촌계 공동명의의 위로금이 전달된다.
      이렇게 작은 의견 하나하나를 자유롭게 주고받는 분위기는 태흥 2리 어촌계의 독특한 문화로부터 나온다.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어촌계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다 같이 만들어 간 것인데 어떻게 한 사람을 뽑나요? 다 각자의 위치에서 충실히 역할을 해 준 덕분이지요.”
      각자의 자리에서 주민 각자 성실히 일한 덕분에 태흥 2리 어촌계 주민들의 평균 소득도 크게 늘었다. 늘어난 소득은 다시 고품질의 종묘를 매입할 수 있는 자본금이 되어 주민들의 보람으로 돌아오는 선(善)순환을 만든다.

      밤바다에 보초서는 사연?
      일단 치패를 바다에 방류하고나면 전복의 경우엔 3년, 기타 자원의 경우엔 약 7년에서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인내해야만 한다. 이렇게 어린 종묘들이 채취 가능한 품질로 자라나기까지의 길고 긴 과정이 아무런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마을 어장의 돌을 뒤집어 주는 것은 태흥 2리 어촌계만의 독특한 비법이다. 누가 알려 준 것이 아니라 어촌계 해녀들이 직접 경험을 통해 알아낸 방법이기 때문에 더 귀한 노하우다. 바다 속에서 돌을 뒤집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종묘들이 돌 아래쪽에 붙어 있는 풍부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어 종묘 품질이 우수해 질 수 있다. 무거운 돌을 뒤집는 것은 젊은 해녀들의 몫이다. 힘들게 일한 수익이 똑같이 돌아가는 것이 억울할 법도 한데 누구하나 불만을 가지는 이가 없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발적인 노력이 이후 공동체의 커다란 소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상부상조로 거둬들인 ‘보람’이라는 보너스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태흥 2리 어촌계 사람들은 밤에 보초를 서기도 한다. 밤바다를 지키기 위해서다. 방류 초기 종묘가 충분히 자라나지 않은 상태에서 손상되면 양식에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되는데, 조수간만의 차가 클 때 썰물이 빠진 후 낙지를 잡기 위해 뻘로 들어오는 외부 사람들이 공동어장의 어린 종묘에 상처를 주는 일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보초를 서기로 뜻을 모았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어촌계 총회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불편함을 개선하는 해결책을 찾는 어촌계의 연구회장이다. 돌을 뒤집거나 공동 자금을 조성하는 등의 특별한 비법이 나온 것도 바로 이 어촌계 총회를 통해서였다. 보초를 서는 것 역시 총회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이다. 누구보다 바다와 가까운 해녀들은 바다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연구원들이다.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만큼 풍부한 경험을 함께 나눈다.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사심 없이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은 어촌계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된다.
      보통, 양식장에서 나오는 배출수로 마을어장이 오염되어 수산생물이 죽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태흥 2리 어촌계 마을어장에서는 바로 이 양식장 배출수가 나오는 곳이 어촌계 양식어장이 위치한 곳이다. 양식장 배출수 주변에 수산 생물이 많이 서식하는 것을 보고 시험적으로 종묘방류사업을 추진한 것이 계기였다. 양식장 배출수의 영양염으로 인해 해조류가 많이 서식하게 되어 수산 생물의 먹이가 많이 자라나게 된 것을 보고 전복 서식장으로 이용하게 된 것이다. 이 마을 양식장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일반 어촌계에서라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있을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사려 깊게 들어주지 않는다면 실현되기가 쉽지 않다. 태흥 2리의 경우, 방출되기 전부터 공동어장에 뿌려질 종묘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해적생물을 구제하는 등의 준비를 한다.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준비를 하는 것은 공동어장에 대한 마을 전체의 관심과 애정이 깊기 때문이다. 단순히 좋은 품질의 종묘를 공급받아 시장에 내놓을 것만 생각한다면 이러한 성과를 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태흥 2리 어촌계는 공동어장이 어느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마을 전체가 함께 키워나가는 소중한 보물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양희범 해녀담당 사무관은 태흥 2리를 통해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태흥 2리 어촌계의 빛나는 협동심, 제주도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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