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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의 다리, 순천의 녹색 꿈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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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 선암사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교수가 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로 유명하다. 유교수는 선암사를 찾기 위해 매년 순천에 방문한다고 한다. 하지만 순천에서 빼어난 것은 선암사뿐이 아니다. 순천만 갈대밭에서 하얀 철새들이 날아오르는 가을 풍경은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절경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5대 습지로 손꼽히는 오염되지 않은 넓은 습지 역시 순천시뿐 아니라 모두가 소중히 지켜나가야 할 우리 모두의 생태 유산임에 틀림없다. 다양한 생태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자연의 땅 순천은 전국에서 생태보존사업을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는 시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순천만의 수호지(Guard) = 주민들의 정원(Garden)
      정원 박람회가 열리기 이전, 부지는 버려진 땅이었다. 상습적으로 침수되던 저지대 농지는 진흙과 흘러든 쓰레기들로 해마다 고초를 겪었다. 그러나 이곳은 국토해양부에서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넓은 습지로 통하는 중요한 관문이었다. 도심 팽창으로부터 순천만을 보호하는 녹지축(공원)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이렇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순천시는 사람에 의한 오염을 막으면서도 주민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땅으로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 고심했다. 하지만 단순한 공원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고심 끝에 순천시는 순천만을 수호하는 가드(guard)를 순천시 주민들의 정원(garden)으로 가꾸는 묘안을 생각해냈다. 정원이라는 테마는 부지에 안성맞춤이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었다. 식목들이 자리를 잡는데도 시간이 필요했지만 누군가가 꾸준히 가꾸지 않으면 쉬이 망가지고 마는 것이 정원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마당 문화가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아직 정원 문화에 대한 인식 역시 미미한 상태였다.
      정원 박람회는 순천 내외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그리고 시의 노력을 통해 결실을 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가들은 적은 보수만을 받고 자신의 작품인 조형물들을 기꺼이 정원박람회에 내 놓았다. 시민과 대학생 봉사자들의 참여도 한몫했다. 지금도 오렌지색 조끼를 착용한 자발적인 시민 봉사자들이 박람회장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공무원들도 자연스러운 열정으로 뭉쳤다. 처음 7명으로 시작해 현재 50명이 넘게 불어난 위원회는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정원박람회를 떠받치는 단단한 기반이 되었다.

      네트워크의 힘
      순천만으로 통하는 입구이자 잦은 침수 지역이었던 부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통해 ‘정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실 순천시가 애착을 갖는 것은 ‘박람회’보다는 ‘정원’ 자체이다. 순천정원박람회의 나무들은 일반적으로 밖에서 나무를 받쳐주는 지지대를 땅속으로 집어넣어 뿌리를 잡아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지지되어 있다. 이런 새로운 방식 덕분에 험하기로 유명했던 지난여름 태풍에도 나무 한 그루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위원회에서 나무를 지키고 키우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등의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실제 박람회장에 심겨진 나무 하나하나가 순천의 새로운 정원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박람회장에 있는 600살 된 나무는 시민의 기증으로 정원 박람회로 이식(移植)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나무들이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인 기증을 통해 정원박람회장으로 모여들었다. 그중엔 멀리 울릉도로부터 온 나무도 있었다. 이렇게 관심 어린 애정으로 만들어진 정원에 애착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박람회 이후 무료 개방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관리 운영과 맞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신 사기업의 자발적인 협력으로 지속적인 홍보와 소득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포스코는 박람회장과 순천만을 잇는 노면전차를 건설 중에 있다. 이 레일이 완공되면 박람회장을 찾는 방문객들은 쉽고 빠르게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관을 자랑하는 순천만을 둘러볼 수 있게 된다.
      박람회 이후 자원을 개발하여 시민 활용도를 고민하는 대부분의 선진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박람회 이후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정원박람회는 일회성의 소득창출과 홍보에 그치지 않는 미래 지향적인 박람회이기에 더 가치가 크다. ‘정원’이라는 테마를 차용했기에 단기간에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드러나기가 힘들다는 것은 누구보다 운영진들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천시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준비된 자세를 갖추어 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울창해질 순천시의 정원은 아름다운 순천만의 입구, 그리고 시민들의 안락한 휴식처로서 역할하게 될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한 정원박람회는 기획부터 정비까지의 과정과 구성요소 하나하나가 사람과 사람 간의 네트워크로 이루어낸 성과이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의 상징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꿈의 다리’이다. 순천의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노력과 염원은 바로 이 ‘꿈의 다리’를 통해 다음 세대에 전해질 것이다. ‘정원’이 앞으로 더 울창해질 나무들로 이루어진 곳이라면 ‘꿈의 다리’엔 자라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정원박람회, ‘꿈의 다리’를 품다
      박람회 기획과정에서 순천시는 양 공원을 연결하는 동천 횡단교량으로 녹색도로 설치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박람회를 위한 메인 교량인 만큼 특별해야 했고 그 만큼 고심도 많았다. 용역사가 제안한 다양한 디자인 시안을 가지고 검토하던 중, 다리에 여러 가지 그림을 전시하자는 시민 제안이 눈에 들어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었다. 때마침 2010 상하이엑스포 외벽 한글작품 작업을 수행하였던 강익중 작가와 운 좋게 연결되었다. 평범한 다리가 될 수도 있었지만 순천시는 예술가의 열정과 한마음이 되는 길을 택했다. ‘꿈의 다리’는 다리 이전에 예술품이다.
      입구에 위치한 일반 공원과 박람회장 사이에 도심하천인 동천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헤엄쳐 건너지 않는 이상 ‘꿈의 다리’를 통과하지 않고 정원 박람회장으로 들어갈 방법은 없다. 순천시는 예상보다 방문객이 많이 몰리자 임시적으로 꿈의 다리 옆에 수교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유연한 운영을 하기도 했다. 꿈의 다리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컨테이너 다리이기도 하다. 컨테이너 2동을 2열 교량길이 방향으로 설치한 꿈의 다리엔 다양한 아이디어가 녹아 들어가 있다. 교량과 컨테이너를 결합하는 부분에서 연결부 누수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제작팀은 아이디어를 통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다리를 구성하는 슬라브가 기온에 따라 수축팽창하면서 생긴 작은 이동이 컨테이너 구조물의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제작팀은 고군분투 끝에 슬라브 길이를 컨테이너 몇 개를 연결한 길이와 똑같이 맞춤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컨테이너와 다리가 함께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이동이 생기는 컨테이너 연결지점을 고무재질로 채운 뒤 다시 그 위를 철판으로 덮자 누수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된 세계 최초 컨테이너 설계는 이처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효과는 상당했다. 폐 컨테이너를 재활용함으로써 예산도 절감했지만 유지 및 보수까지 간편해진 것이다.
      지붕이 있는 교량의 실내는 한옥의 구조를 살려 설계되었다. 사면이 막힌 컨테이너이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은 다리 중간 중간에 뚫린 재미있는 형태의 창으로 재미있게 깨졌다. 결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된 다양한 예술적 장치들은 오히려 추억과 꿈을 눈앞에 보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창을 뚫기 위해 만든 프레임에 설치된 오래된 TV껍데기는 다리를 건너는 어른들을 순식간에 1970~80년대 TV 속으로 데려간다. 동천의 고즈넉한 풍경은 윗세대에겐 지난 시절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아이들에겐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훌륭한 교육 장치가 되어준다.
      꿈의 다리는 건너기에도 아름답지만 밖에서 보기에도 재미있는 요소들로 꾸며져 있는 공공예술품이다. 다리 이곳저곳에 숨어 있는 재미난 콘텐츠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것 또한 ‘꿈의 다리’를 건너는 또 다른 재미이다. 외부는 평소 강익중 작가가 즐겨 생각하던 재미있는 한글 문구들로 이루어져 있다. 알록달록한 오방색 유리타일로 만들어진 한글 패널들이 서로 키 재기를 하듯 재미나다. ‘텃밭상추에 옅은 식초를 뿌리면 벌레가 사라진다’와 같은 생활 정보부터 ‘간짜장과 짜장의 가장 큰 차이는 가격이다’와 같은 재미있는 문구도 있다. ‘실현이란 꿈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꿈의 다리’의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해준다. ‘꿈의 다리’는 각종매체에 소개되며 순천정원박람회를 소개하는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재만이 아닌, 장래 어린이들이 자라서 자신의 그림을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올해 박람회는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6개월의 행사기간 동안 목표로 세운 400만 명 중 절반인 200만 명이 처음 2개월 동안 방문했다. 이러한 기대 이상의 성과엔 물론 ‘꿈의 다리’ 효과가 컸다. 아이들은 자신의 꿈이 새겨진 다리를 찾아오고 싶은 마음에,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의 꿈을 엿보고 싶은 마음에 이곳을 방문했다. 중국, 일본, 동남아,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세계 16개국에서 모여든 아이들의 꿈은 외국 관광객 유치에도 한몫했다. 특히 가까운 중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많이 찾아 왔다고 한다. 단순한 관람이 아닌 꿈을 확인하러 먼 길을 찾아와주는 방문객들을 위해 순천시에서도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두었다. 벽면의 위쪽에 각각 위치한 알파벳들과 그림에 부착된 숫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그림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각자의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고 방문하는 가족들을 위해 16만 개의 그림 전부를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이다. 제작 과정에서 손상된 그림들과 누락된 그림들, 뒤늦게 도착한 그림에 대한 관리도 이루어지고 있다. 순천시는 아이들의 그림들을 단순한 ‘그림’이 아닌 ‘꿈’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세계 16개국, 14만 아이들의 꿈을 건너다
      이제 순천시의 자랑으로 거듭난 ‘꿈의 다리’에는 순천시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꿈을 포함해 전 세계 16개국 14만 어린이의 꿈과 염원이 담겨 있다. 그러나 방문객들이 다리를 건너는 동안 그림 하나하나를 감상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꿈의 다리’의 아버지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는 현재 미국에 거주 중임에도 불구하고 다리 제작 기간 동안 수시로 순천을 찾았다. 그는 남북 화합을 염원하여 2002년 임진강에 설치하려다 좌절된 꿈을 순천에 다시 놓았다. 이를 통해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긴 지붕이 있는 형태의 다리가 하나의 공공미술로 재현될 수 있었다.
      “‘꿈의 다리’는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입니다. 그림이 사람을 흔들고 연결하고 치료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180m의 다리 하나를 만드는 과정 속에 서로 연결되었고, 치료되었다. 구상부터 완공까지 2년이라는 시간과 80억 원의 돈이 투입되었지만 그 사이 들어간 사람들의 노력은 훨씬 값지다. 우선 14만 개의 그림을 모으는 작업부터 쉽지 않았다. 공문을 보내 전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유치원들로부터 그림을 모으기 시작했다. 중국과 동남아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도 상당한 양의 그림이 수집되었다. 국적은 달라도 아이들의 꿈은 한결 같았다. 그 과정에서 운영진에게 감동을 준 사례도 많았다. 마감 직전에 연락이 닿은 캐나다의 한 유치원 선생님은 ‘나중에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꿈의 다리’를 찾았을 때, 자신의 뿌리 나라인 한국에서 꼭 어릴 적 꿈을 조우했으면 좋겠다.’며 한국인 2세대 이민자 아이들의 그림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렇게 모아진 그림들은 가로세로 3인치의 나무판에 수작업으로 옮겨졌다. 14만 개의 그림을 크기에 맞게 잘라내고 나무판에 투명 커버를 씌우는 것 모두가 봉사자들의 몫이었다. 순천시민들과 청암대학 자원 봉사 학생들은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내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작은 난로에 손을 녹여가며 소중한 꿈들을 하나하나 다듬어 나갔다. 이렇게 다듬어진 꿈들은 서울의 미대생들이 순천까지 내려와 그려준 벽면의 밑그림 위에 포개졌다. 꿈의 다리의 실현은 이처럼 자원봉사자들과 순천시 공무원들, 그리고 대학생 봉사자들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꿈의 다리에 전시되어 있는 16만 개 타일 하나하나에 새겨진 아이들의 꿈은 바로 그 꿈을 염원하는 어른들의 꿈이기도 하다. 순천정원박람회는 오는 10월 마무리된다. 그러나 꿈의 다리, 그리고 순천만의 녹색 꿈은 앞으로 10년, 20년 이후에도 쭉 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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