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오랫동안 수도권의 대표적 공업도시로 인식되어왔다. 인천하면 떠올랐던 것은 인천항의 흐린 회색하늘과 매연을 뿜어 올리는 공장굴뚝들, 그리고 계획 없이 들어선 주거지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천의 이미지들은 이제 과거의 것이 되어가고 있다. 인천시는 이제 어느 시군보다 다양한 생태계 개선 사업을 펼쳐나가며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녹색 변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발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학계와 환경 단체 등 각계에서 이러한 변화에 힘을 실어 주었다. 송도 국제도시의 개발은 시 전체의 생태 환경을 되돌아보게 한 좋은 계기가 되어 주었다. 인천시는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시군 중 하나였기에 환경 사업에 대한 갈증 또한 어디보다 강했다. 이에 전체적인 시민의식의 향상은 당장 이득이 떨어지지 않는 환경 사업을 묵묵히 진행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주었다. 회색도시 인천이 캐나다와 스위스의 청정 도시들을 밀어내고 대표적 국제환경기구인 GCF을 유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인천시의 지난 노력이 이루어 낸 쾌거인 동시에 인천시의 녹색 미래에 대한 외부의 강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GCF 유치를 통해 그들의 녹색변화가 단순한 단기적, 표면적인 성공이 아님을 입증한 셈이다. 십년 후엔 어쩌면 철새들이 날아들고 야생동식물들이 시민들의 보호 속에 살아가는 아름다운 녹색 도시로 인천시를 떠올리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런 상상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지고 있다. 회색하늘을 걷어내고 녹색심장으로 다시 뛰는, 새로운 인천시를 만나보자.
회색도시에 불어오는 초록바람
인천시 녹색 사업의 특징은 ‘전방위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전시성 행정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인천시 환경사업의 진심을 나타내고 있다. 인천시는 현재 총 7개 환경관련부서와 3개 환경관련사업소를 운영 중에 있다. GCF 유치 이후에는 GCF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가 신설되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큼직큼직한 GCF 사업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소소한 사업들의 촘촘한 뒷받침이 더욱 필요하다. 특히 환경 사업의 경우엔 성과가 곧바로 드러나지 않고, 소득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더 인내를 갖고 세세하게 사업을 진행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인천시의 환경에 대한 노력은 2001년 <인천시 공원·녹지축의 복전 및 복원방안> 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 연구를 책임졌던 조우 박사는 ‘훼손지 복원 및 보전 체계’와 ‘단절된 녹지축의 복원’에 대한 중요성을 가장 먼저 인식함으로써 인천시 환경발전계획의 주춧돌을 쌓은 인물이기도 하다. 공무원들의 노력 또한 남달랐다. 현재 생태도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서용성 자연환경팀장과 이상희 팀원은 환경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애정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개발로 망가진 도시 전체를 깨끗하게 복원하고 시민들이 푸른 환경과 더불어 편안히 살아가게 하는 것이 인천시 환경사업의 일관된 목표이자 바람이었다. 취지는 단순했지만 실현은 쉽지 않았다. 한번 손상된 자연환경을 복구하는 일도 힘들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의 ‘개발’이 아닌 뒤로 돌아가는 방식의 ‘복원’이었기에 고려해야 할 것이 더 많았다. 하지만 인천시는 환경사업을 진행하던 초창기부터 환경사업특성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자연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느 한 지역이나 요소에 집착하기보다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녹색 네트워크’는 산과 녹지, 공원, 하천과 바다가 연계되도록 하는 인천시 환경사업의 기본 모토이다. 녹지가 생기면 산이 살고 산이 살면 하천이 살고 하천이 살면 바다가 산다는 자연의 기본 섭리를 따르는 것이다. 인천시는 ‘녹색 네트워크’를 통해 녹지를 연결하고 도시 엔트로피를 줄여 생태계를 복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게 된다. 이러한 네트워크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습지가 살아났고 산맥이 복원될 수 있었다. 네트워크는 토지이용밀도를 관리하고 이산화탄소 고 배출 지역을 관리하는 한편 불투수포장지 관리와 수계 복원까지 아우른다. 인천에 ‘바람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서해에서 인천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은 열섬현상으로 열병을 앓고 있는 도시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한편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을 몰고 와 보다 살기 좋은 도시, 숨 쉬기 편한 인천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인천시 녹색사업의 척추, S 둘레길 복원 사업
회색도시 이미지 때문에 백두대간의 한 축이 인천시 중심을 꿰뚫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백두대간 13정맥 중 하나로, 인천시 중심을 통과하고 있는 한남정맥은, 오랜 개발을 거치며 중간 중간 손상된 우리나라 수도권 개발의 대표적인 상처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현재 손상된 한남정맥을 포함한 S자 산맥의 손상된 곳곳을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 동맥 녹지축 연결 복원 사업’이라 불리는 이 사업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9개 단절 구간 중 5개 복원이 완료되었다. 송영길 시장의 공약으로 시작된 본 사업은 도로개설, 택지개발 등 도시화 과정에서 단절되고 훼손된 녹지축을 복원하여 생태계를 복원시키고 야생 동식물을 보호하는 100% 친환경 사업이다. S자 녹지축의 원래 역할이 철새들의 쉼터이자 야생동물의 주요 서식지였기 때문에 명실상부 인천 생태계의 척추를 되살리는 사업이기도 하다.
인천 동맥 녹지축은 계양산에서 시작되어 봉재산으로 끝난다. 그 사이에 있는 산이 이 두 개의 산을 포함하여 무려 12개이다. 이중 계양산부터 거마산까지가 바로 백두대간의 한 축인 한남 정맥 코스이다. 한남정맥은 계양산, 천마산, 원적산, 함봉산, 만월산, 만수산, 거마산까지 다섯 개의 산으로 내려오는데, 중간 중간 손상되어 끊기게 된 곳에 터널을 놓아 연결하고 그 위를 생태지로 복구한 것이 생태통로이다. 이렇게 복원된 산길은 야생동물들의 이동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어 개체수를 늘릴 수 있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각 산의 둘레길들을 서로 연결해주어 제주도 올레길처럼 끊이지 않고 연결되는 ‘친환경 길’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도심 속 철새와 야생동물의 성지 원적산길 생태통로
복원 사업은 개발로 끊어진 두 개의 산 사이에 통로를 만들어 산줄기가 이어지도록 한 것으로 간단하지만 그 의미는 남다르다. 이런 간단한 공사가 바로 잃어버린 한남정맥의 생태계가 복원되게 하는 ‘수술’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업과는 달리 S축 복원사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철새들과 반딧불이 그리고 야생 동·식물들이다. ‘자연’을 가장 우선하여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 S축 복원사업이 선진적인 이유이다.
“처음 사업을 인수받으면서는 많은 혼란이 있었어요. 저는 조경을 전공했기 때문에 예전엔 사업설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사업을 하면서 점점 깨닫게 되었어요. 불편을 감수하면서라도 자연을 먼저 염두에 두어야만 할 때가 있다는 것을요.”
인천시 환경정책과 이상희 씨는 생태통로 사업을 담당하며 환경 운동가가 다 되었다며 웃었다. 실제로 인천시 환경정책과는 환경운동단체와도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어 일반적인 시(市)와 시민단체 사이의 껄끄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동식물 중심이라고 해서 사람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인천시는 경험을 통해 사람과 생태가 아우르는 ‘접점’을 찾는 현명함을 보이고 있다. 첫 번째 생태통로인 주안산길의 경험은 고스란히 원적산길 생태통로 건설 사업에 반영되었다. 좋은 점은 계속적으로 차용하는 한편 부족한 점은 수정을 감행했다. 주안산길 통로가 좀 더 등산로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물고 규모가 작은 원적산길 생태통로는 생태보호에 중점을 두었다. 다양한 생태시설을 설치하는 한편 사람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통로 양쪽으로 설치된 계단은 건널목 역할을 함과 동시에 둘레길을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시설물들이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야생 동물의 이동로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통로는 펜스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주안산길보다 좀 더 친환경적인 다리를 만들기 위해 자연석을 사용해 계단을 만들었고 안전 펜스 또한 친환경 재료인 통나무를 사용했다.
생태시설의 전체적인 조경면적은 6,194㎡이며 사람의 출입이 불가하다. 소나무, 떡갈나무, 조팝나무, 으름덩굴 등 총 33종 13,602주의 수목 식재와 구철초 등 8종 35,250본의 지피식물 그리고 1,513㎡의 잔디피복이 생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아직 발견된 야생 동물은 없지만 생태통로는 천천히 생태기능을 되찾아가고 있다. 조류먹이공급대 주변에서 철새들이 다시 발견되고 있으며 인공 설치된 생태연못을 중심으로 다양한 곤충들과 야생식물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머지않은 언젠가 이곳을 찾을 야생동물들은 사람들이 설치해 둔 돌무덤과 장작더미에 보금자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다공성 자갈과 모래와 침목으로 포장된 생태통로는 10m 아래로 지나다니는 자동차도로와는 완전히 분리된 새로운 세상이다. 방음벽과 배수로 소방과 전기 시설 등도 갖추어져 있다.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설치된 CCTV는 생태도로 동식물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방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실제 경비 또한 두고 있지만 이에 부족할세라 매일 꼼꼼히 CCTV를 점검하며 생태통로를 보살피고 있다.
시민들의 협조도 적극적이었다. 생태복원이라는 다소 생경한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전에 진행된 시민 설명회는 25개월에 걸친 공사기간 동안 민원 한건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되었다. 시에서도 이러한 시민들의 협조에 보답하기 위해 공장현장의 우려 요인들을 철저히 사전 제거하는 한편 집중적으로 공사를 진행하였다.
원래 자연을 위해 계획된 생태 통로는 이제 시민들에게도 또 다른 기쁨이 되고 있다. 생태 통로는 인천시 아이들의 생태 교육을 위한 산 교육장인 동시에 어른들에게도 잃어버렸던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자연 사랑’이라는 시민 공감대 형성은 예상치 못한 귀중한 사업성과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보살핌이 계속되고 있기에 계양산 반딧불이들이 이곳을 다시 찾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인천의 녹색미래
인천시는 생태 통로 이외에도 단절된 나머지 녹지축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 중이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제작 중인 비오톱지도(biotope mapping)는 향후 인천의 녹색 미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오톱지도는 지역 내 공간을 구분하고 각 구역의 생태적 특성을 분류하여 지도화하는 작업으로, 지도가 완성되면 인천 전 지역 생태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조사를 바탕으로 매겨지는 보전가치 생태등급과 구체적인 생태평가결과는 친환경적 도시개발과 자연생태계 보전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의 녹색변화가 값진 이유는 인천시야말로 우리나라의 놀라운 경제성장의 희생을 치러낸 대표적 도시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청정 자연 도시들을 제치고 GCF를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변화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환경파괴의 폐해를 가장 많이 경험한 도시이기에 그 심각성 역시 가장 잘 알고 있다. 인천 녹색 사업이 ‘진심’인 이유이다. 인천시는 이제 막 녹색의 싹을 틔웠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날 때까지, 녹색인천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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