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끄러운 소리와 어지러운 시야가 차단되고 오롯이 물결 속에 몸을 맡긴다. 아스라이 부서지는 한줄기 빛에 의지하며 자유롭게 유영하는 사이 신비로운 바다 속 풍경은 어느새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경험한 바닷속 세상은 인류가 우주를 여행했을 때의 감동에 비견되곤 한다. 그 속내를 쉽게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넓다는 점에서 바다와 우주는 다르지 않다. 또한 진공의 우주에서 우주복 없이 사람이 살 수 없듯, 산소가 없는 바닷속도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사람이 숨을 참고 깊은 바다에서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은 일반적으로 40초 남짓, 해녀의 경우도 1분 30초 정도에 불과하다. 짧은 시간 동안만을 허락했던 바닷속 미지의 세계가 활짝 열린 것은 1943년 프랑스 공학자 에밀 까냥과 해군장교 자크 이브 구스토가 자급식 수중 호흡기인 스쿠버(SCUBA, Self-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를 발명하면서부터다. 이후 잠수복, 공기통, 부력조절기 등을 착용하고 잠수하는 스쿠버다이빙과 산소통 없이 마스크, 스노클, 핀 등을 부착하고 잠수하는 스킨다이빙을 함께 일컫는 스킨스쿠버다이빙은 해양레포츠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다른 해양레포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비가 간편하고 배우기 쉬우며 바닷속 세상을 보다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부터 스킨스쿠버다이빙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동호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다만, 늘어나는 다이빙 인구를 감당할 만한 해양레포츠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대부분 동남아를 비롯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해외 다이빙 여행 인구는 연간 약 6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기획재정부, 2009년 발표).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고 다양한 해양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활용과 개발 측면에서는 너무나 더딘 현실. 이런 와중에 경북 울진군은 2008년 스킨스쿠버다이빙을 테마로 한 해양관광인프라구축사업에 용기 있는 첫 발을 내딛었다.
울진의 해양 비경, 왕돌초와 거북초
울진은 흔히 ‘육지의 섬’이라고 불린다. 섬만큼이나 교통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북에서 남으로 길게 뻗은 백두대간의 소백산맥이 장벽처럼 울진의 입구를 가로 막아 꾸불꾸불 고갯길을 넘어 가야만 울진에 도달할 수 있다. 사람의 발길이 덜 닿으니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보상처럼 주어졌다. 금강소나무숲길이 조성되어 트레커들의 발길을 붙잡았고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불영계곡으로 피서객들이 몰려들었다. 산만큼이나 좋은 것이 울진 앞바다다. 102km의 해안선을 따라 운치 있는 해변이 8곳에 이른다. 해안 드라이브코스로 유명한 7번 국도를 따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도 낭만적이다.
울진 바다의 비경이 겉으로만 드러나 있는 것은 아니다. 울진군 후포면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바다에 위치한 수중암반지대 왕돌초는 수중 금강산으로 불린다. 해상에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면적은 여의도의 2배에 이를 만큼 광활하다. 이곳은 오랜 세월 동해 어민들의 황금 어장이 되어 주었다. 2006년 한국해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왕돌초 주변 해역에 해조류 21종을 비롯해 어류 25종, 해면동물 4종, 연체동물 30종 등 모두 126종의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쪽은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반면 동쪽은 완만한 경사로 되어 있으며 수심은 40~60m이다. 좁은 해역임에도 한류성·외양성·난류성 등 수역별로 서식하는 생물을 모두 만나볼 수 있어 다이버들에겐 최상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울진의 또 다른 다이빙 포인트인 거북초는 오산항에서 불과 1.8km 떨어져 있다. 동서 700m, 남북 2.5km로 이루어진 거북초는 수심이 3m에서 40m까지 다양해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크고 작은 자연암반으로 이루어진 절경과 다양한 수심대에서 각기 다른 어류와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이밖에 크고 작은 다이빙 포인트가 60여 곳에 이른다.
이처럼 울진의 해양환경은 스킨스쿠버다이빙을 위한 최적의 입지 조건을 자랑한다.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 열린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는 이러한 울진의 해양관광자원을 외부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스킨스쿠버다이버들의 수중촬영대회 등을 통해 왕돌초와 거북초가 알려지면서 전국의 스킨스쿠버다이버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해안가를 따라 스킨스쿠버다이빙 전문 숍도 하나둘 늘어갔다. 울진군은 지역 스킨스쿠버 숍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동남아 등 외국으로 유출되는 스킨스쿠버 마니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것은 기회일 수 있었다. 울진군의 뛰어난 해양관광자원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인프라만 조성된다면 전국의 스킨스쿠버 마니아들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한국해양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사계절 해양관광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2002년부터 울진 후포항 인근에 관광형 바다목장 조성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울진군 해양수산과의 박금용 과장은 울진군만의 차별화된 전략이란 강한 믿음으로 2007년 기본 구상에 들어갔다. 문경시 행정직을 거쳐 울진군 문화관광과 관광기획팀장을 역임하며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그였다. 해양레포츠가 아직은 시기상조 아니냐는 군내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해양수산부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지역의 해양자원과 관광 수요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8년 스킨스쿠버리조트조성 사업계획으로 해양수산부 해양관광자원개발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킨스쿠버 트레이닝센터
사업부지는 울진 바다목장과 연계할 수 있으며 다이빙 포인트인 거북초와 그리 멀지 않은 오산항 주변으로 선정되었다. 오산항은 해양수산부장관이 지정·개발하는 국가어항이기도 하다. 스킨스쿠버리조트조성사업은 총 3단계로 진행되었다. 1단계로 147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10년 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스킨스쿠버 전문 트레이닝센터인 울진해양레포츠센터 건립 공사가 시행되었다. 연면적 5,121㎡의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울진해양레포츠센터는 호주 다음으로 세계 2위, 아시아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한 잠수병치료를 위한 챔버를 보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전문시설이기도 하다. 센터의 핵심 시설이라 할 수 있는 전용 실내잠수풀장은 센터 1~2층에 걸쳐 수심이 5m에 이르고, 물 2,500톤이 채워져 한번에 200명의 교육이 가능하다. 교육과정은 오픈워터,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레스큐, 다이브마스터 등 초급 입문 과정에서 지도자 과정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여기에 숙소, 식당, 강의실, 휴게실 등이 잘 갖추어져 있어 장기간 투숙하며 훈련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센터에서 전문 강사에게 교육을 받고 바로 걸어 나가면 짙푸른 동해가 펼쳐진다. 실내 교육과 현장 실습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해상의 기상상황이 나쁠 때나 추운 동절기에도 스킨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어 성수기와 비수기의 편차가 심한 해양레포츠를 사계절형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울진해양레포츠센터는 현재 위덕대학교에서 무상으로 2년간 위탁 운영 중이다. 울진군과 위덕대학교가 수익을 50 대 50으로 분배하였으며, 울진군의 수익은 시설에 재투자하는 조건으로 상호 발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사업 기획 단계부터 위탁 업체 선정에 애를 먹었다. 이런 종류의 센터를 운영할 만한 전문업체가 국내엔 전무했던 탓이다. 울진군 입장에선 국내 첫 사례라는 자부심보다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다. 두 차례의 공고 끝에 다행히 위덕대학교에서 운영 의사를 밝혀 왔고 지금껏 잘 운영해오고 있다. 2013년 8월 운영 계약 만료를 앞두고 7월경 전국의 공모를 통해 위탁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다수의 업체에서 해양레포츠센터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수천만 원의 사용료를 납부해서라도 운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오고 있다.
지역 주민과 함께 나아가다
중앙기관에서는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낸 사업이지만 지역 주민의 여론은 처음엔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우선 해양레포츠센터 내 스킨스쿠버 장비대여가 문제가 되었다. 오산항 주변에 4개소를 비롯해 울진군에는 모두 16개소의 스킨스쿠버 전문 숍이 자리하고 있다. 장비대여를 비롯해 교육, 다이빙 포인트 안내, 지역 관광까지 겸하고 있다. 그런데 해양레포츠센터가 건립되면 경쟁업체가 하나 더 늘어나는 꼴인데다가 센터 교육생들이 차후에도 자신들에게 익숙한 곳을 이용하게 될 소지가 다분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울진군에서는 교육 없이 바로 바다로 나가는 다이버들은 지역 내 전문 숍을 이용하게끔 유도함으로써 불만의 소지를 최소화했다. 또한 전국 지자체 최초로 스킨스쿠버 가이던스 책자를 제작하여 지역 내 16개 스킨스쿠버 숍을 홍보함은 물론, ‘스킨스쿠버’ 하면 울진이라는 이미지를 조성하는 데 한몫 거들었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울진해양레포츠센터의 최신 시설과 규모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갈수록 지역 내 스킨스쿠버 샵을 찾는 이용객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성에 대해 의문을 품던 지역민들도 관광객 증가에 따른 부가적인 이익을 보고 있다. 멀리 배를 타고 나가는 다이버들이 많아지면서 어민들의 배를 이용하게 되었고, 승선료가 부가적인 지역 소득원이 된 것이다. 울진군에서는 지역 어민들이 골고루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순번을 정하고 공평한 기회를 주고 있다. 또한 해양레포츠센터 관리·운영과 관련하여 9명의 지역 내 고용창출도 이루어졌다.
해양스포츠센터 건립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사업부지로 선정된 곳에는 덕신초등학교 분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역 사업을 위해 학교 건물을 철거한다고 하자 초등학교 동문회로부터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이 서린 초등학교가 사라진다는 아쉬움에 동문회의 반대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수차례 주민설명회를 열어 설득에 나섰다. 그럼에도 반대하는 동문들은 박금용 과장을 비롯해 울진군 공무원들이 일일이 찾아가서 설득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덕에 가까스로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완공된 해양레포츠센터 뒷동산의 교적비와 1층 로비에 덕신초등학교 분교와 관련된 기록과 사진을 전시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남을 동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있다.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 해양레포츠의 메카로
해양레포츠센터 건립에 이어 2단계 사업으로 오산항 레저선박 계류시설 설치공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3단계로 거북초 수중테마공원(씨워킹)을 2014년 12월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레저선박 계류시설은 바다 멀리 나가는 다이버들의 요트나 선박을 정박할 수 있도록 설치한 것으로, 지역 어민의 일반 선박과 구분해놓은 시설이다. 사업비 40억 원이 투입되며 해상에 20척, 육상에 10척의 배를 정박할 수 있다. 관리사무소 겸 클럽하우스 1동도 들어선다. 수중테마공원은 씨워킹(sea-walking)처럼 동남아 등지에서 많이 즐기는 해양레포츠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역 스킨스쿠버 동호인의 의견이 반영된 사업이다. 사업비 18억 원을 투입해 거북초 인근에 조성되는 수중테마공원에는 조각상, 난파선 등을 설치해 보다 다채로운 바다 속 탐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 차별화된 해양관광 자원개발을 위해 지역 내 소재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분원 및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과의 지속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레저로서의 스쿠버다이빙뿐 아니라 산업잠수·구조잠수에 대한 교육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새로운 자원개발, 수중작업과 관련된 건설업의 증가, 수자원 및 환경보호의 인식전환 등에 따라 산업잠수에 대한 요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고도화된 전문 기술과 잠수 능력을 겸비한 양질의 인적자원 양성에 울진군이 앞장선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다. 또한 최근 전국의 119소방구조대와 해양경찰특수구조대 등이 울진해양스포츠센터에서 수난 사고에 따른 인명구조기술을 습득하는 등 구조잠수 교육장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2014년까지 7년간 스킨스쿠버리조트 조성사업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250억 원. 그중 국비 46억 원, 도비 14억 원, 군비가 190억 원이다. 군비는 원전특별회계로 충당하였다. 울진군에는 원자력발전소가 소재하고 있어 전력생산량 등에 따라 매년 2,000여억 원의 특별회계가 추가적으로 있으며, 이를 군의 시책사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스킨스쿠버리조트 조성사업의 경우 광특회계에 따른 사업비만으로는 어려운 점이 있어 원전특별회계를 투입한 것으로 이는 울진군의 사업추진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해양수산부에서 울진 후포항에 거점형 국제 마리나항만을 기본설계 용역 중에 있다. 이곳에는 경북요트협회가 상주하고 있으며,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한 대한민국 요트인의 산실이다. 또한 후포항에서 출발해 울릉도·독도를 왕복하는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가 개최되는 국제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짙푸른 바다를 형형색색 화려한 돛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장관이 연출된다. 연중 운영되는 울진군요트학교에서는 일반인도 부담 없이 요트를 배우고 즐길 수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생태하천 왕피천은 윈드서핑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 바람을 가르며 시원하게 내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전국에서 윈드서핑 마니아들이 몰려온다. 매년 여름엔 울진윈드서핑연합회가 주관하는 윈드서핑 체험행사인 ‘울진바람축제’를 열어 피서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울진은 ‘해양의 전국체전’이라 불리는 제1회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의 개최지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10년만인 2015년 제10회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이 울진에서 열리게 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울진군은 다시 한 번 해양레포츠의 메카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국내 해양 스포츠 수요는 2000년도 157만여 명에서 2010년도에는 636만여 명으로 10년 사이 4배로 증가하였다. 후포항 요트, 왕피천 윈드서핑 등과 더불어 오산항 스킨스쿠버 리조트 조성으로 울진군이 해양레포츠의 본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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