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은 물의 고장이다. 탐진강 하천, 장흥댐 호수, 득량만 해수 등 청정한 수자원은 장흥의 자랑이자 자산이다. 맑은 하천에선 은어와 피라미가 헤엄치고 무공해 청정해역은 구수한 매생이와 무산김을 길러냈다. 득량만 간척지의 옥토에서 자란 장흥쌀은 윤기가 좔좔 흐르고 찰진 밥맛으로 유명하다. 풍부한 물은 나무에 새잎을 돋게 하고 숲을 우거지게 만들었으니, 100ha의 편백나무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쫓아 각지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년 여름이면 장흥의 ‘물’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물을 테마로 한 ‘정남진 장흥 물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물축제는 천편일률적인 전시나 공연이 아니라 지상 최대 물싸움, 물썰매장 등 특색 있고 활력 넘치는 축제로 장흥의 여름을 한바탕 들썩이게 만든다.
장흥 물축제가 5년 연속 소비자가 뽑은 올해에 브랜드에 선정되고 우드랜드의 편백나무 숲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는 등 관광산업에 조금씩 눈을 뜨고 있는 장흥이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주민들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사람보다 소가 많은 동네’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한가로운 고장이다. 다른 농어촌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인구감소 등의 문제 또한 겪고 있다. 이런 장흥에 최근 새바람이 불고 있다. 전라남도 중부권의 부족한 산업 부지를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장흥의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청정고을 장흥은 산업단지도 다르다
장흥 바이오식품산업단지는 장흥군 장흥읍 해당리, 삼산리, 향양리에 걸쳐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일대는 제암산과 사자산에 둘러싸여 있고 주변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는 한적한 전원 풍경 그대로다. 어찌 보면 ‘산업’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입지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바이오식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청정지역으로 이름난 장흥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전라남도에서는 장흥을 바이오식품산업단지로 특화했다. 분양 시 음·식료품 업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조립금속제품, 의료정밀 광학기기, 화합물 및 화학제품 업종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음·식료품 업종의 경우 인근에 자리한 천연자원연구원, 한방산업진흥원, 버섯산업연구소를 통해 110여 명의 전문 연구원을 활용할 수 있고, 연계사업을 진행하기도 수월하다. 연구소에는 유용한 효소와 생리활성물질을 초고속으로 발굴할 수 있는 HTS(초고속생리활성검색기) 등 최신 연구 생산 장비도 갖춰 놓았다. 표고버섯, 헛개, 황칠, 매생이, 매실 등 고품질의 원재료가 지척에 있어 운송비도 절감하는 효과까지 있다. 장흥바이오식품산업단지에 가장 먼저 입주한 ㈜다솔은 다향오리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오리 가공 식품업체다. 시장 점유율 20%로 동종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2011년도 전국 오리부분 HACCP 평가에서도 1위를 한 청정 식품 기업이다. ㈜다솔이 장흥바이오식품산업단지에 입주한 데에는 오리 소비가 많은 남도에 위치하고 있고 식품 특화 산업단지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장흥의 청정 이미지도 이곳을 선택하는 데 한몫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조성되는 장흥바이오식품산업단지는 전체 면적 291만4000㎡(88만평), 이 가운데 입주업체 분양 면적은 117만㎡(35만평)이다. 나머지 공간에는 지원·설비시설과 입주업체를 위한 체육시설(골프장)을 마련하고 있으며,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친환경 산업단지를 지향하고 있다. 총 사업비 2,178억 원이 투입된 장흥바이오식품산업단지는 2008년에 착공해 2013년 3월 10일 준공했다. 원래 예정되었던 일정보다 9개월 이상 단축한 것이다. 공업용수, 전기, 도로 역시 산업단지 조성에 맞추어 조기에 공사가 완료되었다. 현장직원들이 밤낮 없이 땀을 흘린 결과다. 군청 담당 공무원들 역시 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장흥군 상하수도사업소 위장일 상수도담당관은 지난 공사 과정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장흥 바이오식품산업단지에 거는 군수님의 기대가 남다릅니다. 군수님은 ‘군이 고생해야 주민이 편해진다’고 믿는 분이세요. 좀 옛날 생각이긴 하지만 배울 점도 많습니다. 과정은 힘들고 고달팠지만 이렇게 조기 완공을 하다 보니 성과도 좋고 분양 면에서도 훨씬 이득이 많습니다.”
분양가에서도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 분양가는 처음엔 1㎡ 당 116,800원(평당 385,434원)으로 다소 높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장흥군과 전남개발공사가 1년간 수차례의 회의와 긴밀한 협의 과정을 거쳤다. 성공적인 분양을 위해 240억 원 가량을 공동 부담하기로 하고 1㎡ 당 99,363원(평당 328,494원)으로 분양가를 15% 가량 파격적으로 낮추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더해졌다. 전라남도 건설방재국 지역계획과의 곽재영 씨는 장흥군의 주변 여건과 현장 상황을 늘 예의주시하며 성공적인 사업 진행에 팔을 걷어붙인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입주 회사 입장에서는 산업단지가 조성되더라도 장흥 지역의 인구 고령화로 젊은 층의 인력이 뒷받침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러한 인식을 조금이라도 씻어내기 위해 인근 도시에서 산업단지로의 접근성 확보에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우선, 외부에서 시가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산업단지로 진입할 수 있게끔 2번 국도와 직접 연결되는 진입도로를 건설했다. 또한 최근 개통된 광양-목포 간 고속도로 이용 시 장흥IC에서 산업단지까지 5분이면 진입할 수 있도록 3.5km의 도로를 추가적으로 공사 중이다. 현재 목포와 순천에서 1시간 정도 걸리고, 향후 광주 방면 도로가 개설되면 이 역시 1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로 승부수를 띄우다
음·식료품 업종이 주로 입주하는 식품산업단지의 특성상 공업용수가 여타 산업단지에 비해 다량으로 필요하다. 특히 식품 관련 업체에선 원수가 아닌 정수된 물을 사용한다. 원수를 공급하게 되면 다시 각 업체에서 정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식품산업단지 측에서 아예 처음부터 정수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원활한 용수 공급을 위해 국비 82억 5200만원이 공업용수도 건설에 투입되었다. 2009년 11월 국비 지원이 확정된 후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전라남도 계약심사가 2010년 3월에 완료되었다. 이후 공사는 2010년 3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이루어졌다. 2013년 사업비를 2012년도에 투입하여 예정보다 빨리 완료할 수 있었고, 산업단지 입주기업에 용수 공급이 바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송수관로, 송수 가압장, 배수지 등이 신설되었다. 공업용수 예측 수요량은 1일 1만 2930톤, 이에 하루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을 1만 3000톤으로 맞추었다. 배수지는 각 1,750톤씩 두 곳에 마련되어 한 번에 3,500톤의 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장흥댐에서 용수를 끌어 쓰는 장흥바이오식품산업단지는 최상의 수질을 자랑한다. 여기에 더해 장흥군은 산업단지에 보다 많은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물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공업용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장흥군 수도급수 및 상수도 특별회계설치조례 23조를 개정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공업용수의 공급 원가를 ㎥당 490원으로 낮추고 정수에 부가되는 누진세도 부가되지 않도록 했다. 물이용 부담금 170원을 더해도 ㎥당 660원. 보통 정수의 원가만 700~800원인 것에 비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입주 후 현재 50%의 공장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다솔에선 하루 1,000톤의 용수를 사용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렴한 수도 요금은 장흥바이오식품산업단지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산업단지 부지 가운데 식품 관련 업체 부지로 계획된 면적은 33만㎡이다. 계획 면적에 대비하면 1일 1만 3000톤의 용수로 충분하지만 향후 식품관련업체 비중을 최대 60만㎡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럴 경우 2,000톤 정도의 용수를 더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장흥군은 예측하고 있다.
마을 주민에게 돌아간 물 복지
바이오식품산업단지가 조성된 주변 마을은 낙후된 지역이다 보니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대부분 지하수를 쓰거나 인근 계곡물을 길러다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공사 중에 계곡이 일부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주민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다. 장흥군 상하수도사업소 위장일 상수도담당관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산업단지 내 정수를 주민들에게 공급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바이오식품산업단지에선 이미 정수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처리 없이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장흥군에서는 주민 물 복지 차원에서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군비를 들여 인근 마을에 수도관을 새로 설치했다. 이로써 인근 세 개 마을 50여 가구에 생활용수가 공급될 수 있었다. 공사 중 발생한 민원을 원만히 해결함을 물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장흥군이 워낙 청정한 지역이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산업단지가 들어선다고 했을 때도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지역 환경단체를 통해 수시로 감시의 돋보기를 들이댔다. 청정 장흥의 산업단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장흥군 입장에서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문제였다. 지역주민의 이해를 높이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수차례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또한 산업단지 내 공업용수 폐수처리장 시설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질소, 인에 대한 고도 처리를 통해 장흥의 청정수역이 훼손되거나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 산업단지 입주 업체에 대해서도 선정 과정에서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따지고 있다. 오리 식품가공 업체인 ㈜다솔의 경우에도 여타 오리 공장과 달리 오리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장흥군의 바이오식품산업단지 설립취지와 청정 식품 기업의 지향점이 맞아떨어진 가장 이상적인 협력관계라 할 수 있다.
장흥에서 살고, 일하고, 즐기고
장흥바이오식품산업단지는 현재 7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각종 언론보도와 전남개발공사의 적극적인 홍보 덕에 바이오식품산업단지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장흥군에서는 산업단지를 통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지역 내 인력 채용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다솔의 직원 350명 가운데 90%가 장흥, 강진, 보성 주민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산업단지 인근에 개발되는 로하스(LOHAS)타운과의 연계효과 또한 주목하고 있다. 친환경적 정주공간을 모토로 사자산 아래 233만㎡(70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로하스타운은 장흥군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생태 휴양도시다. 공공과 민간의 공동개발방식으로 10년간 3,600억 원이 투입되며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로하스타운은 전원생활을 꿈꾸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생활자나 귀농·귀촌자들에게 자연과 어우러진 1,500세대(3,000명) 규모의 주거공간뿐 아니라 윤택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골프장과 승마장 등 문화시설과 특산물 직거래 장터, 각종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장흥바이오식품산업단지와 차로 불과 5분 거리밖에 되지 않아 입주업체 임직원들이 거주하기에도 최상의 조건이다. 로하스타운 주변으로는 우드랜드와 연계된 목재교육장과 목재 클러스터도 계획 중이다. 건강·웰빙이라는 로하스타운의 계획 취지에 걸맞게 국비 250억 원을 투입해 한·양방 통합의학센터도 조성할 예정이다. 명실상부 로하스타운이 장흥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로하스타운에서 살며 각종 문화와 의료서비스를 누리고 장흥바이오식품단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미래를 마주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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