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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종합개발사업, 장수 고령화 마을에서 꽃을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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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개의 마을, 2,577명의 인구로 이루어진 전북 장수군 장계면 장계리. 농업을 주 소득으로 하는 평범한 시골마을인 이곳에 지난 2년 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오랫동안 개발과는 담을 쌓았던 장계면에 일어난 변화는, 관광센터가 들어서거나 도로를 내는 등의 거창한 일은 아니었다. 방치되었던 우범지대에 가로등이 생겼고 땡볕 더위를 피할 쉼터가 형성되었다. 새로 정비된 주차장 덕분에 더 침수위험을 감수하며 주차하지 않아도 되었고 문화 센터에서는 평생 꿈이었던 악기를 배울 수 있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작은 시골 마을에 불어 온 변화의 산들바람은 기대보다 더 주민들의 일상을 신바람 나게 만들어 주었다. 주민 복지사업의 소소한 성과들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나아지게 했고 마을 분위기도 변화시켰다.
      변화를 이끈 주체가 ‘주민 스스로’였기에 결과는 더 값졌다. 마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무엇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주민들이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이들 역시 마을 인원인 지역 리더들이었다. 한 사람의 리더나 군 행정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고령화된 작은 시골마을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장수군의 작지만 다양한 변화들은 주민들의 가장 기본적이고 소박한 바람을 이루어 주었다. 바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이다.


      12 리더의 활약
      지난 수년간 장수군에겐 개발은 남의 이야기였다. 장수군의 노른자 땅이었던 사거리는 해마다 땅값이 떨어졌다. 산 좋고 물 좋은 고장이지만 타 지역에 비해 관광자원은 미미했다. 농산물 개방정책으로 인해 땅을 일궈 거둬들인 성과도 예전 같지 않았다. 산중에 위치하여 마을간 교류가 용이하지 않은 까닭에 산업기반은 취약해졌고, 생활권은 단절되었다. 마을 청년들은 하나 둘 더 넓은 도시로 발길을 돌렸다. 인구는 줄어갔고 땅을 지키는 노인들은 나이 들어갔다. 마을은 점점 재미를 잃어가는 듯 했다.
      장계면의 새바람은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이곳에서 세월을 보낸 나이 지긋하신 분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예전 같으면 어르신으로서 조언자 역할에 그쳤을 주민들이 이제는 마을 전체 인구의 대부분이었다. 적극적으로 사업에 앞장 선 것은 위원회를 필두로 한 고령의 주민들이었다. 그들은 노인이기 전 마을의 ‘주인’이었다. 장계면 사업 성공의 일등 공신인 주민위원회는 전국 어디보다도 사업을 열정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장계면주민위원회는 이광주 추진위원장과 김병전 면장, 두 리더를 필두로 하여 7개 마을 대표 이장들과 지역 언론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위원회는 주민과 군의 소통을 돕고 면의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믿음직한 해결사이다. 주민 화합을 이끈 열정적 리더인 이광주 위원장은 오랫동안 사회단체 수장을 역임하여 지역을 전체적으로 보는 안목을 갖춘 리더이다. 주민들의 요구사항과 행정부분의 편차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김병전 면장의 역할이다. 30여 년간의 공직생활 노하우는 이렇게 주민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자칫 행정적으로 다루어지기 쉬운 사업상의 과정들이 보다 인간적으로 해결될 수 있었던 이유는 위원회의 활약 덕분이었다. 이들의 도움 덕분에 군에서는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의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주민위원회는 사실상 마을을 사랑하는 어르신들로 구성된 자발적인 단체이다. 애향심으로 똘똘 뭉친 위원회 회원들은 이제 공공연한 장계면의 해결사이다. 마을 사람들은 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문제를 상담하거나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다. 매월 열리는 위원회의에서는 이러한 의견들이 종합적으로 다루어진다. 군에서 행정적으로 일을 끌고 나가기 전에 종합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이 다루어질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것은 장계면에게 있어서는 행운과 같다. 사업은 이렇게 주민-위원회-군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세심한 종합정비 사업
      장수군은 이제는 전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우시장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철도도 없고 버스노선도 많지 않아 교통편은 열악하지만 인근에 대전~통영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어 주변 읍면지역에서는 나름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장계면은 장수군 6개 면 중 인근 경상남도와 인접해있는 거점 면으로 타 면에 비해 유동인구도 많고 상권이 발달한 곳이다. 이곳에선 우시장을 중심으로 한 5일장도 열리고 있다. 전통 5일장은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인근 주민들에겐 아직도 경제적 젖줄과도 같다.
      산골 마을인 만큼 이런 지역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자가용은 필수적이다. 때문에 주차장 조성사업은 시장을 활성화하고 지역 상업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시설이기도 했다. 그동안 장계면엔 제대로 된 주차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장이 설 때마다 노상주차로 인한 교통 불편에 시달리는 형편이었다. 장수군은 마침 시행 중에 있던 장계천 생태 하천화 사업에 주차장이라는 아이디어를 더하여 그동안의 골칫거리였던 고수부지 주차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주차문제는 시장 주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장계면 상권의 중심 지역이었던 사거리에도 마땅한 주차공간이 없어 여러모로 문제를 겪었다. 위원회와 주민들의 바람을 수용하여 자연스럽게 주차장 부지로 선정된 신협 옆은 마을 경제 침체 후 생겨난 가장 으슥한 곳 중 하나였다. 오랫동안 지역의 대표적 우범지대였던 이곳은 젊은이들의 비행과 취객의 소변 등으로 인해 여러모로 지역의 분위기를 해치는 장소이기도 했다. 군은 부지를 매입하여 이곳을 공용 주차장으로 개선하였다. 어두컴컴한 곳에 환한 주차장이 들어서니 마을 분위기도 한결 나아지고 보기에도 깨끗했다. 현재 이곳 주차장 곳곳에는 꽃을 옮겨 심는 조경 사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주차장이 들어서는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근처에 있던 성당의 신도들과 마찰이 불거진 것이다. 장수군은 사업을 밀어붙여 갈등을 키우는 대신 이곳을 성당 주차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신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부지매입을 양보하는 방향을 택했다. 굳이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진행시켜 주민 화합을 흐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건설 과정이 늦춰진 사례가 또 있다. 장계면은 마을의 대표적 저지대였던 송신탑 주변에 체육공원 조성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송사에서 송신탑 대체 부지를 요구하며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송신탑 대체 부지 선정을 진행할 경우엔 체육공원에 필요한 사업비가 부족해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장계면의 화합은 이러한 난관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추진위원회를 필두로 한 주민 협의를 통해 체육공원 대신 만남의 광장으로 사업을 변경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렇듯 주민 의견은 장계면 사업의 중심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군에서 다목적 센터를 신축하는 계획을 세우던 중, 사업 완료 이후의 유지비 문제로 사업 진행이 불투명해진 경우가 있었다. 이때에도 위원회는 주민의견을 조합하여 활용이 용이하지 않은 건축물 대신 현안인 주차장을 추가 설치하자는 쪽으로 안건을 진행했다. 적지 않은 시골 마을에서 전시성 행정으로 지어진 많은 건축물들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한 현실을 되돌아보면, 이러한 주민 주도의 결정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이처럼 장계면 종합정비 사업의 특징은 사업 속도를 늦춰서라도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돕고, 오해가 있을 시에는 이를 바로잡아 나가도록 한다는 것에 있다. ‘지역 사업의 주인은 곧 주민’이라는 기본 취지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것이다. 무리한 사업진행이나 여론을 거스르는 사업은 진행하지 않는 장수군의 방침은 오히려 군의 사업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자리잡을 할 수 있도록 도왔고, 결과적으로는 주요 사업 성공요인의 하나가 되었다. 장수군청 직원인 정병인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희는 주민들의 불평을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공사업을 진행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오히려 세세한 부분에서 신경을 못 쓸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주민들이 불평도 하시고 참견도 하시고 하는 과정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거지요. 사실 애정도 있고 기대도 있으시니까 자연스럽게 불평도 하시는 거거든요.”

      100년 주민 쉼터, 느티나무처럼
      장수군의 종합정비 사업은 대부분이 작은 규모이지만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크게는 주민들을 위한 시설 정비 사업들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주민 문화 활성화사업도 함께 펼쳐지고 있다. 장계면의 문화프로그램은 도시에 위치한 문화프로그램과는 그 바탕이 다르다. 다양한 문화적, 교육적 환경을 접할 수 있는 도시민들과는 달리 시골에서는 그런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피아노 학원도 찾기 힘든 시골 마을이지만 이곳 장계면의 주민들은 요가와 색소폰 기타 등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여가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색소폰 반의 실력은 뛰어나서 도 대회의 수상 경력까지 자랑한다. 문화센터에서 갈고 닦은 이들의 기량은 장계시장의 다목적 광장에서도 펼쳐진다. 5일장을 찾은 지역 주민들은 색소폰 공연을 즐길 수 있고, 공연자는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으니 그야말로 1석 2조의 효과인 것이다.
      이러한 장계면 프로그램의 다양하고 선진적인 아이디어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위원회는 주민 역량강화와 현실적인 벤치마킹을 위한 강사 초빙과 국내 견학 등을 통해 끊임없이 사업 방향을 고민하는 한편 차세대 지역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리더 워크숍과 주민교육 또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초석을 닦아 놓은 전임자들의 역할도 한몫했다. 한규하 전 면장은 면장 시절이었던 사업 초기, 빠르게 지역 현황을 간파하여 사업을 주도한 인물 중 하나다.
      이렇게 주민의 뜻이 모이면서 주차장이 들어서고, 가로 환경이 정비된 한 편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생성되었고 중심가의 지저분했던 간판들이 깨끗하게 정비되었다. 한때 마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오랫동안 그대로 방치되어 있던 시설물들을 복원한 것이다. 장계초등학교 앞 오래된 나무 주변 역시 주민의견을 통해 쉼터로 조성되었다.

      “이곳에서 어릴 적에 나무 타고 놀면서 컸지요. 그 땐 나무가 참 컸는데 이제 와서 보니 생각보다 작네요.”

      올해 76세인 이광주 위원회장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의 호탕한 웃음에서 느티나무와 같은 역할을 묵묵하게 해 내고 있는 주민 대표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장계면의 종합정비사업이 의미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주민들은 어떤 전문가들보다 평생을 살아온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행정적, 사업적인 경험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뿐이다. 장계면의 리더들과 장수군의 노력은 주민들이 원하는 바를 스스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낸 것이다. 어쩌면 사람이 하나되는 이 과정이야말로 사업진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부분일지 모른다. 종합정비 사업 진행 요원 중 가장 어린 연배에 속하는 장수군청의 정병인 씨는 사업을 진행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농촌에 태어나 성장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현재까지 항상 의문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남아 폐허가 되고 무너지는 집들, 새마을 운동을 계기로 정비되었던 담장들이 또 다른 흉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왜 우리는 유럽 국가들처럼 아기자기하고 유서 깊은 농촌마을을 만들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사업을 2년째 꾸려나가면서 그러한 고민에 많은 답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민들과 부딪히고 소통하면서 깨끗하고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힘 있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장수군의 젊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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