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아저씨’에게 편지 보내던 시절, 군대는 비밀스럽고 위험하여 일반인에겐 멀기만 한 곳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신무기 개발과 국제 정세의 변화로 군대 사정도 변화했다. 군대에 대한 이미지 또한 바뀌었다. 건강한 남성이라면 모두가 필수적으로 군대를 가야하는 우리나라에서 군대는 우리의 아버지, 아들, 남편이 거쳐 온 인생의 한 시기이기도 하다. 때문에 군 문화는 어쩌면, 우리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특수한 일부분일는지 모른다.
우리나라에는 군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축제가 있다. 바로 계룡 군 문화 축제이다. 5년차로 접어든 축제는 차근차근 계룡시를 알리고 국내뿐 아니라 국외까지 우리 군 문화를 소개하는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매년 10월에 개최되는 계룡 군 문화 축제를 방문하면 세월과 함께 진화해 온 우리 군 문화의 현주소를 체험할 수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가 주말 안방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군대 문화를 접할 수 있을 만큼 군대와 민간인이 친숙해진 오늘날, 군대는 이제 두렵고 다가가기 어렵기만 한 곳이 아니다. 오히려 가까이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믿음직한 가족이자 친구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는 오늘의 군대 모습을 계룡 군 문화 축제를 통해 엿보자.
우리 군의 성지(城地), 계룡시
계룡시는 독특한 도시이다. 보통의 도시처럼 자연스럽게 인구가 모여 생겨난 시가지가 아닌 까닭이다. 계룡시가 이러한 특별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1989년부터 1993년까지 4년이 걸쳐 완공된 계룡대 때문이다. 우리군의 심장인 계룡대는 예로부터 대길지(大吉地)로 알려진 계룡산의 신도안에 위치하고 있다. 계룡대의 건립과 더불어 계룡시는 우리나라 유일하게 3군이 모두 위치한 군사적 요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계룡대가 위치한 곳을 방문해보면 이곳에 군사기지가 들어선 것이 우연 아닌 필연이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뛰어난 절경과 호기(呼氣)가 충만한 명지이기도 하다. 보안상의 이유 때문에 평소엔 민간인의 출입이 불가하지만 일 년에 단 한 번, 이곳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바로 ‘계룡軍문화축제’를 통해서이다. 수려한 경관은 물론 우리나라 3군의 현주소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계룡군문화축제, 도대체 어떤 축제일까 궁금해진다.
화합의 장(場)을 열다.
계급, 엄격함, 규칙……. 군대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아마도 군대를 생각하며 ‘축제’를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축제에 참여해보면 이러한 편견은 보기 좋게 깨지고 만다. 군 문화 축제의 기본 모토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 안보 의식의 바른 정착을 도움으로써 세계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계룡시는 인구 절반이 군인가족이다. 군사적인 필요에 따라 시(市)로 지정된 곳이기 때문에 절반 가까이의 주민이 군인인 가장(家長)을 따라 타지에서 이주해 온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계룡군문화축제는 군인가족과 기존 거주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화합의 장이기도 하다. 계룡시가 군사 특화 신생 도시인만큼 행정적인 면에 있어 기존 주민들의 불만이 생겨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리라. 군 중심으로 돌아가는 행정에 불만이 있던 주민들에게 군 문화가 달갑게 받아들여질리 없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차분히 성과를 늘려나갔고 이를 데이터화하여 주민들에게 제시해 주니, 이제 계룡시에서 군문화축제를 쓸데없다고 느끼는 이는 거의 없다.
축제는 군 문화 지역이라는 특수한 지역 자부심을 높여준 한편 상권을 활성화시켜 소득 증대의 효과도 가져왔다. 그러나 가장 큰 성과는 주민들의 화합을 촉진한 것이다. 기존 거주민들의 시에 대한 신뢰는 놀랄 만큼 두터워졌다. 축제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자원봉사자들도 늘어났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군인가족과 퇴역군인 그리고 일반 시민들 사이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축제를 위해 마련된 프린지 공연장에서는 계룡시민들의 장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시민들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민관연계 세미나를 통해 축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도 있다. 축제 효과는 비단 계룡시 안에 머물지 않는다. 계룡에서 군문화축제가 열리는 동안 이웃 대전에서는 벤처국방마트가 열리며 육군본부에서는 지상군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기존의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가까운 장소에서 지역축제를 통합 개최함으로써 시는 예산절감과 홍보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었다.
郡 문화? 軍 문화!
군대와 축제를 결합한다? 의외의 조합이었던 만큼 처음엔 군(軍)을 군(郡)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군 문화란 무엇일까? 군 문화란, 사실상 군대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상생활 문화를 일컫는다. 우스갯소리로 여성들이 군대와 축구 이야기를 즐겨하는 남성을 데이트 상대로 꺼려한다는 말이 있는데 알고 보면 또 재미있는 것이 바로 이 군 문화이다. 군대에서 쓰는 말투, 먹는 음식부터 모든 것이 민간인의 생활과 다르다. 계룡시의 군문화축제는 바로 이런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축제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에겐 군 문화를 추억할 수 있는 장소인 동시에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아이들과 여성들에겐 군 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특색은 축제 곳곳에서 자연스레 드러난다. 지역 특화문화행사이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예산 지원은 되지 않지만 인력 등 가능한 부분에서의 지원은 아끼지 않고 있다. 헌병 등 군 인력을 통한 교통통제 및 행사 운영 모습과 3군과 해병대의 협동 군악의장대의 공연은 군 문화 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F-5전투기는 모형이 아닌 실제이다. 특히 오는 10월에 열리는 2013년 축제에는 17종의 최신 무기 장비들이 새롭게 투입되었다. M48A2, 나이키미사일, M47전차, 8인치 곡사포, 8인치 자주포, 105미리 곡사포를 비롯하여 F-4E전투기와 F-5전투기 등이 새롭게 전시된다. 이렇게 흔히 접할 수 없는 실제 군용기와 탱크, 장갑차 등을 만져보고 체험하는 것이 계룡군문화축제에서 만큼은 가능하다.
프로그램 또한 다양하다. 나만의 군번줄 만들기, 훈련 체험해 보기, 군대 도시락 등의 판매를 통해 실제 군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재료비가 필요한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해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연예병사 덕분이다. 한류는 우리 군 문화를 알리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유명 연예 병사들의 공연을 보기위해 찾는 외국 관광객들은 시의 소득에도 크게 일조하였다. 2010년 완공된 병영훈련체험장에는 레펠타기, 외줄타기, 사격장, 특전용 고공막 타워, 수류탄 투척훈련장등의 체험시설이 정비되어 있다. 축제기간 외에도 상시 개방되는 병영훈련체험장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미래의 군인을 꿈꾸는 소년, 소녀들이다. 수도권에서부터 제주도, 울릉도 등 전국에서 온 아이들은 군대 체험 최적의 장소인 이곳에서 우리나라 국방의 현주소, 그리고 안보를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을 무료로 경험할 수 있다. 충청권 최대로 45,000㎡의 크기를 자랑하는 이곳에는 지금까지 아이들, 청소년을 포함한 4만 5천명이 병영 훈련을 체험하였다.
계룡군문화축제는 전국 유일의 군 문화 행사이다. 진해의 군악제나 오산의 에어쇼와 같은 쟁쟁한 행사들도 있지만 군 문화를 이렇게 집합적으로 축제화한 곳은 계룡이 유일하다. 완성도 역시 외국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이다. 세계적인 군문화축제로는 영국의 에딘버러 국제 군 악제, 미국의 버지니아 따뚜, 스위스의 바젤 따뚜 등이 있다. 하지만 이중 어떤 축제도 계룡시의 축제처럼 3군 문화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은 없다. 실제로 2012년 축제에 초청한 미국 군악대는 계룡시의 군문화축제의 새로움에 많이 놀랐다고 한다. 특수한 군사적 상황아래 이렇게 수준 높은 축제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외국인들에겐 놀라움의 대상이다. 여타 군문화축제와의 차별성도 뚜렷하다. 대부분 군악중심으로 운영되는 다른 축제와는 달리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 특유의 군 문화를 잘 개발한 면도 있지만 국방부와 계룡시 자체에 특수 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차분히 쌓아온 5년간의 명성
계룡 군 문화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공무원과 지역민들의 남다른 노력이다. 축제는 심대평 전 충청도지사의 공약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1998년 첫 번째 축제를 성황리에 마친 계룡시는 2010년을 목표로 군 문화 엑스포를 계획하게 된다. 원래는 대전에서 계획되었던 군 문화 축제의 바통은 3군이 위치한 계룡시로 자연스럽게 넘어왔다. 상대적으로 부지가 좁고 군 특색이 미미한 대전보다는 3군이 위치한 계룡시가 축제에 제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일반적인 축제가 아닌 만큼 여러 가지 보안상의 걸림돌로 엑스포는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축제는 계속되어야 했다.
“사실 계룡시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군사특화도시’로서의 확실한 성격을 강화하는 것뿐입니다. 재정 자립도가 높지 않은 조그마한 시에서 축제를 운영하는 것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죠. 특화된 시이기 때문에 처음엔 주민들의 화합도 쉽지 않았고요. 하지만 대규모 공장이나 대학 없는 계룡시가 따로 수익을 창출할 방안은 ‘국방 관광도시’로 거듭나는 것뿐이었습니다. 시의 브랜드(Brand)를 만드는 것이죠.”
축제를 지속하고자 했던 계룡시의 노력은 지난 5년간의 꾸준한 성과로 이어져왔다. 단발적인 화제로 반짝 사라지고 마는 수많은 지방 축제들과 달리 계룡시의 군문화축제가 꾸준히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남다른 노력이었다. 계룡시에는 군문화축제를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저는 4년 동안 축제업무를 담당해 왔지만 단순한 행정업무로는 축제가 운영되지 않거든요. 지속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 주어야 합니다. 매년 축제가 끝나고 나서는 시민과 제대군인, 공무원과 행사 관계자들이 한 데 모여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이러한 점은 좋았다, 저러한 점은 별로였다, 이렇게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회의가 끝나고 나면, 좋지 않았던 아이디어들을 새롭게 대체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합니다.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서는 따로 공부도 많이 해야 하구요. 그렇게 고심 끝에 탄생한 아이디어들을 모아서 다시 그걸 현실화시키는 준비에 돌입합니다. 그러다보면 일년이 훌쩍 가지요. 축제가 열리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면, 그 땐 보람도 큽니다. 사실 힘들지만 보람만큼은 가장 큰 부서이기도 하지요.”
군문화축제 담당 공무원의 말이다. 재향 군인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계룡시에는 이곳에서 퇴직한 군인들도 많지만 다른 지역에서 퇴직한 후 계룡시에 새로이 터전을 트는 재향 군인들도 많다. 평생 동안 군에 몸을 담았으니, 3군을 품고 있는 계룡시가 고향 같기 때문일 것이다. 재향군인들은 다양한 부분에서 군문화축제를 돕고 있다. 현재 엑스포 추진준비위원회에도 2명의 재향군인들이 채용되어 있다. 퇴직 군인인 이들은 본인의 평생을 걸친 군에서의 경험으로 축제 준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퇴직 군인들은 시민단체까지 만들어 축제와 계룡시를 돕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 축제로!
계룡시가 군문화축제를 통해 바라는 가장 큰 염원은 군문화엑스포를 개최하는 것이다. 군문화엑스포의 개최가 확정되면 올림픽과 같이 계룡시에 본부를 두고 4년에 한 번씩 정례적으로 세계 평화와 안보를 선도하는 축제 한마당이 펼쳐지게 된다. 군문화축제는 엑스포를 향한 염원이 담긴 모(母)축제이기도 하다. 계룡시는 6.25전쟁 발발 65주년, 전시작전권 한국군 환수가 예정되어 있는 2015년에 개최예정인 ‘계룡세계군문화축전’의 성공개최를 바탕으로 그 이후에 엑스포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만일 엑스포가 성사된다면 관람객 300만 명, 방산 업체 1000여개, 50여 개의 외국군이 참여하는 대형 축제로 기획될 것이다. 엑스포를 통해 계룡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5년 전, 첫 축제가 열렸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다.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그리고 이를 통한 세계 평화에의 일조이다. 축제 담당 공무원들은 축제를 통해서 6.25 참전용사들의 눈물과 국군 장병들의 희생, 그리고 분단국가의 현실을 교육하고자 하는 부모님들의 노력을 곁에서 지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국민들의 염원 하나하나가 바로 계룡군문화축제의 정신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계룡시는 병영체험훈련을 하는 아이들을 위한 캠프장을 조성 중이다. 병영캠프장이 조성되면 자라나는 소년, 소녀들이 캠프를 통해 더 깊이 있게 군 문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앞으로는 많은 아이들이 계룡시를 통해 분단국인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뒤돌아보며 우리 군에 대한 자부심과 더 나은 나라를 위한 꿈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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