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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지면 대촌동 주민들은 마음을 졸였다. 대촌동은 상습적이고 고질적인 농경지 침수지역이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배수로 정비가 시급했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으로 공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선정은 불가피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과 주민 간에 갈등이 깊어졌다. 이에 광주시 남구청은 ‘우선 선정 원칙’을 세웠다. 단순하고 기본적인 원칙이었지만 효과는 컸다. ‘원칙’이 얼마나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남구청이 보여준 예다.
◈공사 원칙을 세워 주민과 신뢰감 형성
배수로 정비 사업으로 대촌동 주민들이 한시름 놓게 되었다. 그동안 대촌동은 영산강과 지석천 사이에 위치한 개발제한구역으로, 집중호우 때마다 영산강이 범람해 침수 피해가 컸던 곳이다. 농작물 비닐하우스만 3,200동(307㏊)이 될 정도로, 제법 규모가 큰 하우스 재배지역이다보니 농가 피해가 극심했다. 낙후 지역에 속해 배수로 정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피해는 더 컸다. 폭우가 쏟아지면 배수로가 넘쳐 농지뿐만 아니라 일부 구간에 물길이 형성돼 주민과 차량 통행에도 큰 불편을 줬다.
이에 남구청은 유수 흐름을 개선하고 침수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배수로 정비에 나섰다. 이때 가장 어려운 점은 공사 지역 선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행정 간에 마찰이 일어났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너도나도 자신들이 사는 마을의 피해가 가장 크다며 먼저 공사해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공사 대상 지역에서 제외되면, 민원을 제기하거나 구청까지 달려와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때마다 가장 많은 시달림을 받았던 것은 본 사업 담당자인 나병택 계장이었다.
나 계장은 20년 이상 남구청 경제과에서 농업행정을 담당해 온 베테랑중 베테랑이다. 누구보다 지역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고, 해당 사업에 대한 전문 지식도 갖추고 있었다. 이 때문에 공사 지역 선정에 있어 주민들의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잘 헤아리고 있었다. 주민들이 공사 지역 선정에 불만을 품는 것은, 무엇보다 선정 과정에 의구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행정에 대한 불신이 문제였다. 나 계장은 행정과 주민 간에 신뢰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공사 지역 선정에 있어 공정하고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세 가지 공사 지역 ‘우선 선정 원칙’ 세웠다. 원칙은 다음과 같다. 매년 집중호우 시 가장 많은 침수 피해를 보는 재해지역을 우선으로 할 것. 물의 역류를 막기 위해 상류보다는 하류부터 공사할 것.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할 것. 이 세 가지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지역이 공사 지역으로 선정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을 주민들이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여전히 자기네 마을부터 공사해 달라고 무조건 우기는 이도 있었고, 친분을 내세우며 사적으로 부탁하는 이도 있었다. 그는 그때마다 이렇게 말하며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자신만 생각해서는 절대 아무것도 안 됩니다. 다른 사람 처지도 생각하면서, 양보도 해야 내 차례가 옵니다.” 나 계장은 ‘융통성이 없다’, ‘냉정하다’ 는 말을 숱하게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이 세운 원칙을 고수했다.
사실 마을 주민들도 그런 나 계장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그가 마을 사업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계장은 적어도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은 마을에 나가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만일 공사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절대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지 않았다. 관련 업체 대표부터 시작해서 그 마을의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까지 모두 만나 이야기를 듣고 갈등을 풀어나갔다. 그만큼 현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각 마을의 비닐하우스가 몇 채며, 어떤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지까지 나 계장 머릿속에는 데이터처럼 저장돼 있을 정도였다. 이에 따라 태풍이 오거나 폭우가 내리면 어느 지역이 가장 빨리 침수되고 피해가 클지도 예상이 가능했다. 공사 지역 우선 선정 원칙도 이러한 경험들이 토대가 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한편, 나 계장은 공사 지역이 확정되면, 선정된 마을의 현황과 현장 사진을 주민 모두에게 공개했다. 자료 제공을 통해 그 마을의 공사가 다른 마을보다 왜 더 시급한 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차츰 주민들도 공사 지역 ‘우선 선정 원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받아들였다. 자기네 마을이 아닌 다른 마을이 먼저 선정된 것에 불만을 품는 주민들이 점차 줄어들었다. 공사 지역 선정에 대한 불만보다는, 오히려 공사가 시작되었을 때 배수로 길이를 조금만 더 늘려주면 안 되겠냐는 요청이 많아졌을 정도다.
◈농번기 기간을 피해 공사 추진
광주시 남구청은 사업 진행에 있어 주민 참여를 무엇보다 중요시 여겼다. 공사를 기획할 때부터 주민들이 회의에 참석토록 하여,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덕분에, 공사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 또한 마을 통장을 명예감독관으로 임명함으로써 마을 주민들의 건의사항과 불편사항 등이 공사 현장에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주민과의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가 컸다.
*사업추진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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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조사 및 사업계획 수립 |
남구(주민, 동주민센터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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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계획(안)작성 및 의견수렴 |
(의회, 동주민센터, 주민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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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측량 및 설계 |
남구(주민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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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시행 인가신청 및 계약심사 의뢰 |
광주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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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대상지 선정 |
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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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착공 및 준공 |
남구
한편, 배수로 정비 사업은 농경지 침수를 예방하여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공사 완료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농번기 전에는 공사가 마쳐야 했다. 이를 위해 남구청은 배수로 공사에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현장타설공법’이 아닌 ‘공장기성품 부설공법’을 도입했다. ‘현장타설공법’이란 말 그대로 공사 현장에서 배수로 조성에 필요한 콘크리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콘크리트가 완전히 건조되기까지 적어도 3개월은 걸린다. 이것도 현장의 기상 상황이 좋았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공사 기간 동안 폭우가 쏟아지거나 강한 바람이 불면, 콘크리트가 부식되기도 한다. 다시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공장기성품 부설공법‘은 레미콘 공장에서 출시한 콘크리트 완제품을 현장에서 조립해서 사용하면 된다. 그래서 공사 기간도 짧아 일주일 정도면 가능하다. 단점이라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크기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남구청의 공사 지역에는 콘크리트 완제품의 크기가 잘 맞아 떨어졌다. 이는 ’현장타설공법‘이 아닌 ’공장기성품 부설공법‘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기도 하다.
◈침수 피해 감소로 연매출 500억에서 700억으로
광주 남구청이 2013년 한해동안 대촌동의 배수로 정비 사업에 쓴 비용은 총 1억 8천만 원. 배수로 정비 3개소, 석교지구 200m , 내동지구 154m, 칠석지구 340m 등 총 720m 간 용배수로 정비 1식, 농업기반 시설 정비 1식이 완성되었다. 이렇게 생활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주민들의 불편이 해소되고,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였다. 여름철 우기 때 비닐하우스 침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감소한 덕분에 연매출이 500억에서 700억으로 증가되는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있었다.
|
구 분 |
사업기간 |
사업비 |
사 업 량 | ||
|
총사업비 |
국비 |
지방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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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계획 |
2003~계속 |
3,680 |
2,576 |
1,104 |
-용·배수로/농로 : L=130km, -수리시설물개보수 : 87개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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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당해년도 |
2013.1~12 |
180 |
126 |
54 |
용·배수로 L=0.72km |
※ 수리시설물 : 87개소(저수지23, 관정62, 양수장2)
이러한 성과에는 경제과 김태균 주무관의 노고도 컸다. 본 사업의 실무를 담당한 지 2년차 되는 김 주무관도, 나 계장처럼 원칙을 세우고 일을 한다. “공사 전, 최소 5번 이상 관계자를 만난다. 공사 현장은 수시로 찾아가 향후 일어날 문제를 사전에 방지한다” 등이 그것이다. 자신의 이러한 원칙대로 매일 현장을 찾는 김 주무관은 어느새 주민들과 정이 들어, 주민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만큼 주민 편의를 생각해 공사 업체에 싫은 소리를 많이 하게 돼, 공사 관계자들의 미움만 사게 됐단다. 대신 주민들의 마음만큼은 얻었다고.
광주시 남구청의 사람들은 이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원칙을 세우고 지켰다. 그 결과 주민들의 신뢰감을 얻었다. 원칙이야말로 모든 것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자 사람들 사이에 믿음을 조성하는 씨앗이란 것을 그들은 보여준 것이다.
☆ 벤치마킹 포인트
◈사업 진행 시 주민 참여 적극 유도
-주민자치협의회-사업자-전문가-행정이 함께 참여하여 예산 및 사업계획서 등을 작성함에 따라 민원을 사전에 예방
-마을 통장을 명예감독관으로 임명하여 주민들의 의견 사항을 빠르게 수렴함으로써 갈등을 미연에 방지
◈공사 지역 선정 시, 우선순위 원칙을 세워 주민 합의 유도
-침수 재해지역, 하류지역, 다수 혜택이란 3가지 우선순위 원칙을 내세워 공사 지역 선정 시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여 주민 신뢰감 형성
◈비영농 기간 안에 사업을 착공·완료
-현장타설공법 대신에 공장기성품 부설공법을 도입하여 공사기간 단축
-태풍 및 집중호우 시 농경지 침수를 예방하게 되어 주민 연매출이 500억에서 700억으로 증가
※ 스마트 지역정보
1. 광주광역시 남구청 (www.namgu.gwangju.kr/)
광주광역시 남구청의 소식 및 해당 지역 정보를 한 눈에 알 수 있으며, 온라인 민원정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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