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비
2024 균형발전 큐레이터
목차
1. 눈길뿐만 아니라 손길, 발길도 끄는 ‘대평 마을 여행’
2. 진주시민의 일상 속 문화향유를 책임지는 복합문화시설
3. 지역 농가, 지역 예술인과 상생을 추구하는 박물관
4. 진주시의 지역 정체성을 담다
지역의 문화환경은 주민들의 삶의 질, 주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갖는 만족감인 정주만족도, 지역 정체성 등 다양한 요소들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흔히들 지방의 문화환경과 문화예술 화동 및 향유 여건은 수도권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한다. 이를 어떻게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을까?
나비스의 ‘한눈에 보는 균형발전 현황판’의 문화여가 부문 균형발전지표를 확인해 볼 수도 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하는 ‘지역문화실태조사’를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지역문화실태조사는 각 기초지자체의 문화정책, 문화자원, 문화활동, 문화향유 실태를 파악하고 지역별 문화환경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조사다. 2020년 기준 지역문화실태조사에 따르면 경상남도 진주시는 문화향유 지수는 -0.5 이하이며 전국 평균과 경남 평균보다 낮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정문 /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야외전시장
그런 진주에 2021년 새로 단장해 개관한 박물관이 바로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이다. 2024년 현재까지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은 청동기시대 최대 유적지의 역사문화를 알리는 주요 문화관광 시설이자 지역민들에게 문화복합시설로서 기능하며 진주 지역의 문화환경 균형을 이뤄가고 있다.
1. 눈길뿐만 아니라 손길, 발길도 끄는 ‘대평 마을 여행’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은 우리에게 익숙한 진주성이나 남강, 국립진주박물관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남강을 따라 진주시 서북부로 올라가면, 진양호를 풍경으로 자리한 박물관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곳, 진주시 대평리는 청동기시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번성한 마을이 자리 잡았던 곳으로 밭 경작지, 집터, 무덤 등이 발견된 유적지라고 한다. 이 일대는 남강댐이 확장됨에 따라 수몰되면서 근대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고, 2009년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을 통해 청동기시대와 오늘날 대평리 사람들의 삶, 애환, 과거를 재조명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과거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은 2021년 실감콘텐츠를 갖춘 ‘스마트 박물관’으로 재개관하였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진주시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박물관의 스토리텔링형 전시와 실감 영상, AR, VR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체험 프로그램이 주목받았다. 실제로 스마트 박물관이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과 진주 지역특화관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최고진 학예연구사에게 스마트 박물관에 관해 물어보았다.
Q1. 스마트 박물관 사업 추진 배경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1.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은 2009년 당시 최신 시설을 갖춰 개관한 이후 전시 트렌드의 빠른 변화와 코로나와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하여 관람객이 감소하였고, 이후2020년에 전시관 리모델링, 실감콘텐츠 제작 및 설치, 외벽 개선 사업 등을 투자해 전면적으로 시설을 개선했습니다. 박물관 고유 콘텐츠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방법으로 대중에게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죠.
Q2. 스마트 박물관 사업 전후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2.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생생한 청동기 시대의 모습을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특히 박물관의 주 고객층인 어린이 관람객은 스마트 기술에 익숙하기 때문에 흥미 유발에 있어 큰 만족도를 끌어내고 있으며, 교육 프로그램이나 체험 프로그램 진행에도 활용하고 있어서 동기 유발 면에서 큰 호응도를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상승했고, 이는 박물관 재방문율이 높다는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만의 특이점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또, 지역민들의 여가 친화적인 분위기 조성을 통해 박물관 활성화 효과까지 끌어내고 있습니다.
Q3.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은 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지역관광에 어떤 효과를 내고 있나요?
A3. 실감콘텐츠를 보유한 스마트 박물관인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의 유물과 스토리텔링이 주변 풍광과 만나면서 관람객들의 경험의 질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진주성과 국립진주박물관 등 진주 시내에 위치한 장소를 주로 방문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은 진주 시내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주위 풍광이 관광지로서 훌륭합니다. 관광객들이 박물관 관람과 더불어 주위의 풍광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진주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지역관광의 거점기관으로 도약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설명을 듣고 보니,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만의 스토리텔링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진주 대평 마을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상설전시관을 직접 관람·체험해 보았다.
상설 전시실 입구
실감 영상관
진양호 아래 수몰된 대평 마을을 영상으로 표현한 공간을 지나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는 곳은 실감 영상관이다. 여기서 우리는 타임가이드 로봇 ‘호봇’을 만나 평화로운 대평 마을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원형 공간에서 상영되는 360도 입체 서라운드 영상은 ‘대평 마을 이야기’로 빠르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축제가 한창 일어나고 있는 마을에서 하나의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리고 호봇은 관람객인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며, 체험형 전시 관람을 통해 위험에 빠진 마을을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실감 영상관을 지나면, 대평 마을을 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청동기시대 대평 마을의 문화와 흐름을 습득할 수 있는 전시관을 차례대로 관람할 수 있다. 세 개의 전시실에서는 각각 대평 마을의 농경 생활, 대평 마을의 공방과 기술, 장례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옥 목걸이
옥 목걸이를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
이렇게 기본적인 청동기시대 지식을 습득한 뒤, 우리는 대평 마을을 구하는 영웅으로서 미션 형식의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대평 마을을 돕기 위해서는 우선 영웅으로서 하나의 상징 매개물이 필요한데, 바로 대평 마을의 옥 공방 기술을 상징하는 ‘옥 목걸이’이다.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곳곳에서 이 옥 목걸이를 태그하는 곳을 찾을 수 있다. 옥 목걸이를 갖다 대면, 전시 관람을 인증하거나 곳곳에 있는 체험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VR 옥 공방 (출처 :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제공)
옥 목걸이를 활용해 실내에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2가지인데, AR 드론 관측실의 게임과 VR 옥 공방이다. AR 드론 관측실에는 대평 마을을 표현한 디오라마가 펼쳐져 있다. 디오라마 양옆에는 게임 키오스크가 있는데, 옥 목걸이를 태그한 뒤, 수렵, 토기 공방, 무덤, 환호 목책과 관련된 게임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덤 게임은 전시실에서 학습한 돌널무덤을 순서대로 지어보는 방식이며, 무덤 완성을 통해 대평 마을의 장례 문화가 조금씩 회복된다. VR 옥 공방에서는 VR 기기를 통해 옥을 깎고 다듬어보며 대평 마을 특산품인 옥을 제작해 볼 수 있다. 대평 마을에서는 특히나 옥 공방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역사적 특징을 살려서 관람 시설 및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이어지는 야외전시장에서는 대평이네 집 움집에서 꺼진 화덕에 불 피우기, 부서진 농기구 수리하기 체험을 통해 대평 마을의 식문화, 생활 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부서진 농기구 수리하기 ( 출처 :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 제공)
청동기 마을 꾸미기 체험
이렇게 대평리의 생활양식을 체험하다 보면, 대평 마을이 마을의 문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대평 마을 속에 푹 빠져서 박물관을 둘러보게 된다. 금관이나 섬세하게 조각된 불상과 같이 화려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바로 ‘대평 마을 여행’에 있다. 보는 것에 그치는 박물관에서 나아가 손으로 청동기시대 공예품을 만들어보고, 야외전시실 움집에 들어가 불을 피워보는 등 손길, 발길도 끌어들여 박물관 체험이 아닌 청동기시대 문화를 체험하게 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재밌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가장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딱딱하다고 느낄 수 있는 역사 공부를 쉽고 재밌게, 부드럽게 풀어냈기 때문에 어린이가 있는 가족 관람객들이 많은 듯하다.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이 관람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적극적인 체험형 문화관광 시설을 구축하며 지역 문화관광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2. 진주시민의 일상 속 문화향유를 책임지는 복합문화시설
문화여건을 평가하는 조사에서 문화시설 수는 상당히 큰 의미를 차지한다. 나비스의 균형발전지표는 문화여가 지표를 평가할 때, 공공도서관 서비스권역 내 인구 비율을 확인한다. 지역문화실태조사에서는 지역의 인구 1천 명당 문화기반시설의 수를 확인한다. 문화환경과 여건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공간과 시설이 주요 요소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위 두 개 조사에서의 조사 방법은 언뜻 보면 굉장히 적절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역의 면적 또는 각 시설의 접근성을 고려하기는 어렵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박물관과 같은 문화시설의 유무는 지역에서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진주청동기문화박물관은 진주 서북부 지역의 거점 문화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지리적 환경은 갖춰졌다. 실제로 박물관에서는 진주시민을 위한 문화향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거나 이를 위한 시설들을 갖추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