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근
2024 균형발전 큐레이터
목차
1. 가야왕도 김해의 원도심 회현동
2. 도시재생사업에서 시작된 원도심 부활 프로젝트
3. 상인협의체, 봉황대 협동조합
4. 김해 레트로 골목상권의 비밀
1. 가야왕도 김해의 원도심 회현동
경상남도 김해시는 삼국시대 가야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다. 가야국의 9개 요지 중 김수로왕릉이 태어난 금관가야의 거점 도시로 김수로왕릉, 대성동 고분군을 비롯하여 수많은 가야국의 유적들을 품고 있다. 삼국시대 가야국이 고도화된 철기 문화를 바탕으로 지역 연합국으로서 한반도 내외에 영향력을 발휘했던 역사에 비춰본다면 김해는 기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할 역사 유산이 많은 곳이다. 다만, 도시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유적지가 많은 지역은 개발에 제한이 있기 마련이다. 땅만 파면 나오는 무수한 유물들은 문화재보호법상 신규 건축 제한을 두게 했고 김수로왕릉 주변의 김해 원도심 회현동 일대는 이러한 배경 때문에 현재까지도 과거의 양식을 보존한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또한 과거부터 회현동 지역은 왕릉 주변으로 신성한 신의 기운이 모인다는 마을로 여겨져 좋은 기운을 따라 점을 보려는 무속인들이 많이 모였고, 현재도 골목골목마다 무속인들이 자리를 잡고 점괘를 봐주고 있다.
부산-김해 경전철, 봉황역 출구
도시의 발전단계에 따라 새로운 주거지역을 바탕으로 신도심이 생기고 인구 변화가 일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도시 본연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는 원도심을 도시 균형 발전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존하고 융화시켜 나가느냐 하는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도시 내에서도 원도심과 신도심 간에 격차가 커져 비대칭적인 도시 구조가 형성될 수도 있고 구도심 지역은 슬럼화가 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김해시 회현동(봉황동) 일대의 원도심은 유적지 인근 동네라 개발이 제한되었기에 외곽의 신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다. 그러나 2015년 도시재생사업을 시작으로 원도심의 자원을 가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왔다. 기존에는 동네에 노인 인구의 비중이 높았고 낙후된 지역에 대한 이미지가 컸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는 곳은 아니었다.
김해 원도심 도시재생 활성화 구역 ⓒ국토교통부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을 계기로 뜻있는 주민들이 협의체를 이루어 마을의 색깔을 만들어 가고 원도심이 쌓아온 주민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장유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여 ‘장유가도’라고 불리는 회현동에서는 ‘김해 도시재생지원센터 장유가도사업 주민협의회’가 구성되어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면서 어떻게 하면 김해 원도심의 이야기를 체계화하여 새로운 지역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문화예술을 하는 창작자들이 마을로 많이 모여들게 되었고 ‘봉황대 방송국’이라 하여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를 진행하고, 봉황대길에 자리한 상인들의 지나온 이야기를 담으면서 원도심 일대 주민들과 입주 상인들 간에 가교 역할을 했다. 이는 동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데 기여한 측면이 크다. 그리고 이색적인 건물들을 배경으로 F&B를 비롯한 새로운 스몰 브랜드들이 많이 입점하면서 점차 복고풍의 특화 상권이 만들어졌다. 봉리단길(봉황대길)이라 불리는 이곳은 이제는 옛 추억을 되새기고자 하는 시니어층과 색다른 경험을 찾아 나서는 청년 방문객들이 찾는 김해 최대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김해 원도심 봉리단길(봉황대길)
2. 도시재생사업에서 시작된 원도심 부활 프로젝트
도시재생사업의 본질적 취지는 도심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역사 문화적인 자원을 활용하여 도시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해 원도심은 2015년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된 이래 뜻있는 주민들의 선도적인 역할을 통해 도심의 모습을 하나씩 발전시켜 나갔다. 현재 ‘봉황 1935 카페’의 주인이자 봉황대 협동조합의 허은 대표도 자신의 고향인 김해 회현동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고향으로 내려와 일제강점기에 남겨진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하여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고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다.
또한 특화상권이 형성될 초기 문화기획자 단체에서 옛 모습이 남아있는 회현동 일대를 호기심 있게 지켜보고 ‘회현종합상사’라 하여 화가 출신의 식당 사장님, 디자이너 출신의 카페 운영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문화기획자들이 협의체 형태로 상권을 만들고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주민들과 함께 나누며 봉황대길의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어 나가는 데 조력했다. 낯선 곳에 와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운 일일 수 있는데 이러한 주민들의 네트워크가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서로 간에 시너지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나 문화 활동이라는 것을 기획하고 향유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하는 특성이 있기에 이러한 교류는 다시금 지역을 기반으로 새로운 창작활동을 해나가고자 하는 이들을 불러 모았다. 다양한 모임과 문화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협동조합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회현종합상사 안내도
약 7년간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회현동 일대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부산-김해 경전철 봉황역 3번 출구로 나와 봉황대길 골목에 들어서면 QR코드를 통해 원도심 지역의 역사 자원과 거점시설을 살필 수 있는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김해 지역의 특산품인 김해장군차와 산딸기 와인으로 국내 최초 치즈 토종균을 활용하여 만든 치즈피자 체험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회현연가 협동조합’도 그 중 하나다. 주민들의 휴게공간이자 축제의 장인 분성광장, 월드누들문화관, 공공미술 프로젝트, 동상시장 청년몰, 푸른마을 골목 가꾸기, 남산별곡(김해 스토리 카페), 봉황예술극장과 거리 간판개선사업을 통해 특색을 갖춘 가게들, 김해 청년다옴, 다어울림 생활문화센터, 동상시장 공영주차장 등 다양한 인프라들이 만들어졌다.
문화예술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연합가게, 회현종합상사
3. 상인협의체, 봉황대 협동조합
2015년 초기 도시재생사업 형태의 주민협의체로 시작한 협동조합은 약 7년간의 도시재생사업이 끝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왔다. 그 일환의 하나는 골목상권의 주민협의체를 기반으로 새로운 공모사업에 계속해서 참여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유기적인 주민협의체 자체가 귀한 조직이기도 했기에 김해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여러 가지 제안들이 오고 갔다. 그런 배경 하에 2022년 경남경제진흥원 주최의 골목상권 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2023년 한국관광공사의 DMO(지역관광추진조직) 사업에 선정되면서 조합의 구체적인 사업 영역을 확장해가며 좀 더 장기적인 자생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는 원도심 도시재생사업 초창기에 지자체에서도 많이 했던 고민으로 지원사업의 특성상 지원 기간이 끝나고 나면 자생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았기에 주민협의체 자체가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꾸준히 여러 가지 사업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여하튼 이러한 공모사업을 진행해가면서 레트로 골목상권은 좀 더 다양화되고 체계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김해 DMO(봉황대 협동조합), 봉황대길 관광콘텐츠 개발 공모
특히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김해 DMO 사업은 기존에 봉황대길이 도시재생 및 상권 활성화 사업을 통해 마련해 둔 인프라 등을 바탕으로 관광 목적지로서 콘텐츠를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여기서 콘텐츠 개발의 중점은 봉황대길에 거주하는 주민, 여기서 스몰 비즈니스를 하는 상인들이 주축이 되어 지역에 걸맞은 체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전통 건축물을 배경으로 카페, 음식점, 공방, 굿즈샵 등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들었고 그 사업을 운영해가는 사람들의 경험과 배경도 다양해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측면이 크다. 봉황대 협동조합에서는 DMO 사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는데 ‘김해 골목길 스탬프투어’라고 하여 각 골목골목의 명소들을 도장 찍기 하듯 인증하고 경품을 받는 이벤트라든 지 김해의 마스코트인 토더기 팝업샵, 여행자들을 위한 안내 라운지 등 봉황대길을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프로그램들을 다방면으로 확충해나가고 있다.
[현장 인터뷰] 봉황대 협동조합_허은 이사장(이하 '허'), 이권 총괄 PM(이하 '이')
봉황대 협동조합_허은 이사장(우측), 이권 총괄 PM(좌측)
Q1. 봉황대 협동조합 대표를 맡고 계신 이사장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1. ('허') 안녕하세요, 봉황대 협동조합 이사장 허은입니다. 저는 봉황대길이 위치한 김해 봉황동이 원래 고향으로 타지에 살다가 2014년 35년 만에 김해로 귀향해서 새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봉황동은 이전에도 부모님을 뵙기 위해 종종 들렀지만 가야 문화유산에 인접한 원도심 지역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낙후되어 가는 모습을 많이 봤던 거 같습니다. 특히나, 1970~80년대 아파트 개발 열풍이 일어나고 김해의 신도심에 비해 낙후되어 가는 고향 동네를 보면서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비어있던 고향 집을 리모델링 하여 동네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사람을 모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봉황대길에 '봉황 1935'란 카페를 열어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2015년 카페를 열었을 당시만 해도 봉황동이 지금처럼 주목받던 동네가 아니었기에 지자체를 찾아가 개인적으로 구상한 지역 발전방안에 대해서 제안하기도 했고, 때마침 봉황동 일대가 김해시 도시재생 사업구역으로 선정되면서 이후 여러 가지 일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Q2. 봉황대 협동조합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2. ('허') 2015년 김해시 봉황동이 도시재생사업 구역으로 지정되어 다년간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당시 김해 봉황동 근처 내외동에서 ‘재미난 살롱’이란 문화기획자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분들이 도시재생사업을 계기로 봉황동으로 와서 ‘회현종합상사’라는 상인 연합공간을 만들어 식당, 카페 등을 운영하게 됐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할머니들을 모시고 달빛파티를 한다던 지 리마인드 웨딩 프로그램들을 하는 것처럼 이색적인 프로그램이 많았고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2021년 도시재생사업 종료 이후,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 협의체 멤버들 간에 많이 했던 거 같습니다. 그런 고민은 2019년 봉황대 협동조합의 설립으로 이어졌고, 봉황동으로 이주한 다양한 재주꾼(문화기획자)들 덕분에 새로운 공모사업들에 도전해볼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