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우
2024 균형발전 큐레이터
목차
1. 기후 재난 시대의 도래와 탄소중립
올해는 정말 더웠습니다. 2월, 4월, 6월, 8~9월까지 무려 다섯 달의 월평균기온이 경신되었으며, 그중 8월은 120년 가까운 기상관측 이래 가장 월평균기온이 높았던 달이었습니다. 서울은 34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져 열대야 연속 일수 역대 1위를 경신하였으며, 추석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지며 유례없는 ‘추석 폭염’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올해는 유독 체감이 되었던 한 해였습니다. 현재 기후 위기 시대를 넘어 기후 재난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구촌 평균기온은 ‘파리협정’을 통해 정한 기후변화 1차 저지선인 1.5도 이상 상승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홍수 등 기상이변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로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지구의 온도 변화
국가별 탄소중립 목표 현황
기후 악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범세계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며, 이를 통해 최근에는 탄소중립이나 넷제로라는 용어가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하여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기후 위기에 대응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이자 의지를 담고 있으며, 많은 국가와 도시의 사회, 경제, 산업 전반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전략
세계적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설립하고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과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많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모든 사업은 본 계획의 영향을 받을 터입니다.
2. 도시 속 녹지 공간의 중요성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녹색 도시로의 전환이 새로운 조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녹색 도시란 지속 가능한 환경과 인간 중심의 생활환경을 조화롭게 통합한 도시를 의미합니다. 녹색 도시는 뚜렷한 녹지 축,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많은 공원과 도시 숲, 자전거와 도보 중심의 교통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녹색 도시라는 개념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도시에서 채택되어 탄소배출 감축과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하는 도시 개발의 핵심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와 함께 난개발과 채우기 위주가 아닌 사람을 위한 비우기 위주의 도시 개발이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녹색 도시와 도시 속 녹지 공간의 중요성에 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부산그린트러스트 환경단체와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로고
Q1. 간단한 본인 소개와 부산그린트러스트 환경 단체의 주요 활동에 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1.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이성근입니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도시 숲과 공원녹지 그리고 미래를 지키는 환경 단체입니다. 공원녹지 민관 거버넌스를 추구하지만, 난개발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도시숲과 공원녹지 보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으로는 녹지·공원 관련 학술 및 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하여 녹지 행정에 대한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시민참여를 통한 도시공원의 공공 자산화와 방문자 서비스 증진을 위한 녹지 조성 사업, 관련 부문 활동가 교육 및 배출, 가로녹지 및 노거수의 보전과 생태네트워크 거점화, 도시재생 녹색마을 만들기 등이 있습니다.
Q2. 도시와 그곳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있어 녹지 공간 및 관련 인프라가 왜 중요한지 듣고 싶습니다.
A2. 대부분 인구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도시로 이동하려 합니다. 도시의 확장 속 자연 자산은 감소 되어 왔으며, 이는 시민의 휴식과 치유 재충전의 장소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나아가 다양한 오염물질의 배출로 대기오염이 발생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생물 서식과 다양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림녹지의 보전과 생활 속 녹지대 확대가 필요합니다. 녹지 공간 및 관련 인프라의 개선과 확충은 시민들 일상과 밀접한 생활 여건 개선, 심신 안정 및 스트레스 해소 장소 제공, 도시 미관 개선, 대기오염 해소 및 온도 감소로 인한 환경 정화, 생물 다양성 보전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도시 숲의 효과
Q3. 현재 기후 위기 시대를 넘어 기후 재난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기후 문제가 발생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도시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나가야 할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3. 올해 모두가 체감하셨듯이 이젠 정말 적극적인 관심과 변화가 필요합니다. 탄소배출 제로를 지향하고 탄소흡수원 확대를 지상과제로 하는 한편 생물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경계해야 할 일은 지역의 자연 자산을 희생양으로 삼는 무분별한 난개발과 도시 채우기입니다. 도시 비우기, 도시 속 녹지 공간 확충 등 발상의 전환과 시대정신을 존중하는 미래지향적 관점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사람들이 바라는 미래 도시의 모습
인터뷰 이후 학교와 동네 커뮤니티를 통해 ‘기후 위기 시대인 지금 우리나라 도시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가?’에 관한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께서 다양한 답변을 적어주셨습니다. 보행자 중심도시, 자전거 이용이 편한 도시, 지역 발전과 환경 보존이 공존하는 도시, 녹지가 있는 생활 여건 등 다양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본 조사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사람들은 시민을 위한 공간과 도심 속 녹지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3. 대구광역시의 「푸른 대구 가꾸기」 및 「신천 푸른 숲 조성」 사업
이렇게 기후 재난 시대인 지금 도시 속 녹지 공간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나라의 도시 중 도시 비우기와 녹지 가꾸기 사업의 모범사례가 있어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해당 지역은 바로 대구광역시입니다. 대구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프리카’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2018년 폭염 때 홍천이 41도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사상 공식 최고 기온을 경신하기 전까지, 76년간 한반도 공식 최고 기온을 가지고 있었던 지역이 대구였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이상 기후로 인한 전국적인 무더위로 대구는 더운 지역이라는 인식이 옅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는 더운 편에 속합니다. 이렇게 대구가 더운 이유는 지형적 특징에 기인합니다. 대구는 광역시 규모의 대도시지만 사방이 산으로 꽉 막혀 있는 분지 지형입니다. 이 때문에 뜨거운 열기가 분지 안에 갇혀 통풍이 잘되지 않습니다. 이에 더해 바깥 공기가 안으로 들어올 때 산을 타고 오며 더 뜨거워지는 ‘푄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강이 많지 않다는 것, 도심이 동성로 인근에 집중된 단핵 도시 형태이기에 열기가 한 곳에 집중된다는 것을 대구 더위의 이유로 볼 수 있겠습니다.
대구의 여름 기후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조형물
대구시는 꽤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소개해 드릴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이 시행된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은 대구시가 도시녹화 사업을 통해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경관 창출, 미세먼지 절감 및 도시열섬현상 완화, 시민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생활권 녹지 및 공원 확대를 목표로 1996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도시녹화 정책 사업입니다. 지금은 1996년부터 연차적으로 추진해 온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을 좀 더 내실 있게 추진하고, 2022~2026년까지 5년간 1,275만 그루 식재를 목표로 하는 「제5차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5차 사업의 주요 실행계획으로는 ▶탄소중립 대응 생활권 녹지 조성(권역별 바람길 숲, 미세먼지 차단 숲, 생활환경 숲 조성 등), ▶도시미관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녹화 방법의 확대(생활권 실내 정원 조성, 스마트 가든 조성, 푸른 옥상 가꾸기, 정원형 띠 녹지 확대, 꽃 거리 조성), ▶스마트 가로수 관리 등 녹지 및 가로수 관리방식 다변화, ▶시민 참여기회 확대(시민 정원사 양성, 나무 심기 행사, 나무 나누어주기 행사) 등이 있습니다. 시는 이를 통해 최근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의 실천, 시민들의 더욱 체감되는 생활 여건 개선이 이루어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