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섭
로컬 스토리 에디터.
산림복지
산림을 국민복리 증진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적 개념을 ‘산림복지’라 하는데 1980년대 초 산림욕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산림휴양 정책에 담아 추진해 왔으나 산림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다양화됨에 따라 새로운 정책적 개념의 도입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를 반영하고자 2013년 산림청은「산림복지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산림복지로 국민행복시대 실현’이라는 산림비전을 선포하였다. 이후 2015년「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산림복지서비스 제공의 공공주체로서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설립(2016년)되면서 산림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가 마련되어 가고 있다. 이런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산림복지정책은 아직 10년이 안 된 어린 나무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국민의 복리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생애주기에 걸쳐 산림을 기반으로 휴양, 치유, 교육 등의 서비스를 창출ㆍ제공하는 것이 협의의 산림복지 개념이라면, 광의의 개념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기반으로 국민의 안녕과 복리 증진을 위해 산림의 직ㆍ간접적 편익을 창출ㆍ수급하는 활동으로 조림과 숲가꾸기를 통해 맑은 물을 공급하고, 대기 정화 같은 산림의 공익적 편익 증진을 위한 일체의 사업을 의미한다.
지난 11일 국회에서「임업공익직불제법(임업·산림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의결하여 산림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최소한의 보상을 해 줄 수 있게 법적 제도가 마련되었다. 보상체계의 구축이라는 의미는 임업활동의 공익적 기여를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과 임업경영에 있어 소득의 일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사회적 수단을 확보했다는 큰 의미를 가지며 임업경영 시대를 열어가는 동력이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한다.
그동안 <산림복지를 실현해가고 있는 동남권의 도시 Ⅰ,Ⅱ>에서는 경상남도의 ‘산림비전포럼’과 ‘산림복지 진흥계획’, 함양국유림관리소의 사유림매수를 통한 산림복지서비스 증진, 거창군산림조합의 ‘선도산림경영단지 조성사업’을 통한 산림복지, 진주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림복지단지 ‘월아산 숲속의 진주’ 조성과 사업진행의 구체적 사례에 대해 살펴보았다.
마지막 <산림복지를 실현해가고 있는 동남권의 도시 Ⅲ>에서는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민간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림활용과 복지에 관한 사례를 소개한다.
삶터, 일터, 쉼터, 배움터가 되는 지속가능한 백년숲을 만들어가기 위해 정책연구와 교육, 숲 경영과 일자리창출, 숲 캠페인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백년숲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백년숲’)’의 공동체 활동을 탐색하며 건강한 환경과 행복한 공동체를 추구하는 바람직한 산림복지의 한 사례를 공유해본다.
‘백년숲’ 사무국에서 한새롬 사무국장(산림과학 박사)을 통해 협동조합의 태동과 전반적인 사업 내용을 전해 듣고, 김수환 그루매니저를 통해서는 산림자원을 활용한 그루경영체의 육성·창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 ‘산림일자리발전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백년숲
‘백년숲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백년숲’)’은 울산 울주에서 건강한 숲과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2019년 시작되었다.
백(100)년숲은 생태적으로 완성된 경제적이고 경관 문화적으로도 가치가 뛰어난 숲을 의미하는데, 지난 반세기동안은 숲을 복원하고 가꾸는데 주력해왔다. 겉보기에는 푸르지만 숲 속을 들어가 보면 너무 빽빽해서 생육이 더디고, 건강하지 못하며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떨어진다. 무엇보다 숲의 나이가 40년이 넘어가면서 벌채수확의 위기를 앞두고 미래를 이어나갈 어린 나무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 한다.
이에 새로운 반세기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후손들에게 아름답고 가치 있는 백년숲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사명으로 다가왔다며 귀한 나무를 귀하게 쓸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의 궁극적 이유라며 ‘백년숲’ 한새롬 사무국장은 이야기한다.
백년숲의 선순환 모델 (‘백년숲’ 제공)
시간을 거슬러 1974년으로 가보면 우리나라는 민둥산을 푸른 산으로 만들기 위해 독일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여 한독산림경영사업을 진행했었다. 김종관 박사(백년숲 이사장)가 한독산림협력을 통해 산주들과 함께 심고 가꿔 온 숲이 울주군 상북면과 두서면에 4,800ha(축구장 6,700개)에 달한다. 푸른 숲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과 조직 구성에 있다 생각하여 상북과 두서의 산골을 누비며 산주협업체를 조직하고 운영했다.
국공유림보다 사유림이 많은 한국의 산림 상황(현재 67%가 사유림)을 보면 각 산주가 가진 사유림 면적이 아주 영세(평균 1.9ha)하고 공유재산으로 사용되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산주들과 뭉치고, 전문가들과 나무를 심고 가꾸며 소득사업을 진행하였다. 공동체의 땀과 소통이 울창하고 푸른 숲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산주협업체 모델은 전국으로 확대 보급(250여 곳)되어졌다 한다.
1970년대 / 선진 식재방법 실습교육1979년 / 독일대사 현장 방문
이후 1984년 한독기구는 산림조합중앙회 시범 협업경영지도소에서 임업기술훈련원으로 바뀌어왔다. 한독사업이 끝나고 사유림 협업경영은 산림청에서 관리하다가 산림조합으로 이관되었고, 산주협업체는 예전의 활력을 잃어가는 중에 1993년 말, 20여 년 동안의 한독기구 사업은 종료하게 되었다. 협업경영을 비롯하여 장비 개량 및 기계화 등 우리나라 숲 경영의 현대화에 기여한 부분은 컸었다 한다.
울주군 상북면의 소호마을은 1998년 김수환 씨가 귀촌하여 울산생명의숲과 울산숲자연학교를 열었고, 폐교 위기였던 소호분교를 2008년 산촌유학으로 바꿨다. 이후 소호마을의 아름다움에 반해 귀촌한 사람들과 원주민들은 다양한 협동조직을 만들어 산골 마을공동체를 살려냈다. 마을에서 시작된 교육은 지역으로 확장하여 상북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기획을 주민들과 함께 하기에 이르렀다.
또 2018년부터는 주민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산림의 사회적경제와 산림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한국임업진흥원의 ‘산림일자리발전소’ 시범사업에 울주군과 김수환 그루매니저가 선정되면서 숲과 관련한 다양한 그루경영체가 생겨났다.
백년숲의 집담회백년숲의 전문인력 양성교육
이러한 지역의 노력과 꿈에 공감하는 주민들, 각자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들을 활용하여 지역의 문제를 함께 해결,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전문가들이 모였다. 2018년부터 계속적으로 여러 토론회와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의제와 구체적 의지를 모아 사회적 협동조합 ‘백년숲’을 만들었다. 조합원의 이익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공익을 위해 일하는 협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환경 분석
아무리 좋은 정책, 사업이 있다 하더라도 비전과 열정을 가지고 운영할 사람과 조직이 없으면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숲을 가꾸기 위해서는 산을 가진 산주, 숲을 이용하는 지역주민, 숲에서 일하는 노동자, 직간접적으로 수혜를 받는 도시민들이 다함께 참여해야 한다. ‘백년숲’은 지역사회 구성원이 함께 모여 협치(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숲의 미래를 결정하고 함께 노력하며 그 열매도 함께 나누고자 하였다.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하여 체계적인 산림계획을 수립하고 산림경영자 등 인재를 양성하여 산림을 활용한 사업, 숲교육 및 치유, 관광, 휴양 서비스 사업을 통해 숲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산림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자 하는 세부 비전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터전(지속가능한 숲)을 만들어 가고자 한단다.
백년숲 관계자 (좌로부터 한새롬 사무국장, 김종관 이사장, 김수환 그루매니저)산림 거버넌스 (2017 마상규, 이강오 「숲 경영 산림 경영」)
산림청의 제6차「산림기본계획(2018~2037)」의 비전은 ‘일자리가 나오는 경제산림, 모두가 누리는 복지산림, 사람과 자연의 생태산림’으로서 건강한 산림을 자원순환의 플랫폼으로 활용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도록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는 사람 중심의 정책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이라는 광역 단위의 산림계획은 지역 및 국가 산림기본계획의 현안 및 청년, 은퇴자의 일자리 확보, 산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임산물 활용체계 구축, 산림교육과 치유, 휴양, 관광서비스 개발 등 지역 현실에 맞는 실제적인 사업안이 부족한 실효성 떨어지는 계획이었다. 이에 2018년부터 기초 단위 산림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범 사업지를 2020년에는 울주군에서 진행하였고, 2021년에는 북구에서 진행 중에 있다 한다.
울산광역시의 산림 면적은 68,671ha로 전체 행정구역 면적의 64.7%를 차지해 전국 광역시 중 산림비율이 가장 높다. 이중 국유림은 9.1%, 공유림은 3.2%, 사유림은 87.7%(전국 평균 67.1%)로 사유림이 대부분이다. 숲의 나이에 있어서도 40~50대가 전체 산림 면적의 84.4%(전국 62.8%)로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게 나와 산림경영을 통한 건강한 숲을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을 발견하였다.
장기적인 지역산림계획이 부재하였고, 산림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임도와 같은 기반시설도 매우 부족한데다 부가가치 및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는 숲과 임산물 활용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은 지역 환경(현실)을 철저히 분석하였다.
과거 조림시대에는 중앙정부의 규제 중심 정책을 펼치는 것이 효율적이었지만, 이제 산림자원을 경영하는 시대에는 지자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책과 보고서를 들여다보는 학술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자치적 산림경영으로의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목소리와 희망을 모아 실질적 사업구조화를 창출해내는 것을 목표로 두게 되었다고 한새롬 사무국장은 ‘백년숲’의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였다.
백년숲 프로젝트의 문제의식
비전과 목표
백년숲이 지역사회와 함께 하고자 하는 일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위해 체계적 산림계획을 수립하고, 숲의 부가가치를 높여나가며 산림경영자 등 인재를 양성하고, 숲 공동체 육성을 통해 거버넌스의 활성화, 일자리 증진,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목표를 향한 지난 활동들의 대략을 살펴본다.
첫째. 숲을 잘 이해하고 가꾸기 위한 산림계획이다. 독립된 숲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숲은 한 지역만 떼어내 관리를 하거나 경영을 할 수 없다. 지역 전체의 숲을 하나의 단지로 두고 전체 산림을 계획해야 한다. 산림청의 울주군 대상 연구사업을 맡아 산림청 국유림관리소를 비롯해 울산광역시, 울주군, 다양한 분야의 지역사회 전문가와 함께 산림에 대한 기본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다.
둘째. 숲의 가치를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한다. 백년숲으로 잘 가꾸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일거리이자 일자리가 되는 것이다. 지역형 그린뉴딜 일자리 모델을 만들기 위해 산림청과 노사발전재단 및 울주군과 협업하고 있다. 숲길 조성 전문가와 숲길 서비스 전문가도 길러내고 있다. 향후에도 목공, 건축, 치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해 나가고자 한다.
셋째. 공동체를 육성하고 숲의 사회적경제공동체의 지원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모두를 다 있는 ‘다잇네’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울산교육청과 울산시생태정원의 협조로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울산대곡박물관에서는 숲 특별전을 열어 김종관 대표가 50년간 소중히 다뤄온 사료들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다.
백년숲 프로젝트의 해결방안
그루매니저 그루경영체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지역 특성에 맞는 산림일자리가 공급자 중심의 정부주도형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형 일자리로 주민의 주도 하에 자생적으로 창출되도록 도와주는 현장밀착형 중간지원조직이다.
중앙을 거점으로 하는 직접적 사업투자 방식이 아닌 지역 거점의 현장밀착형 간접적 투자, 사람을 키워내는 방식을 통해 지역에 적합한 산림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구조를 2018년부터 만들어 가고 있다 한다.
그루는 나무의 밑동인 그루터기라는 사물의 기초이며, 일자리 창출의 중간자적 역할로 ‘움싹을 틔우듯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의미이다. 동음이의어로 영어의 그루(grew)는 성장, 또 그루(guru)는 전문가라는 뜻도 지닌다.
지역에서 산림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기획, 지원하는 전문가를 ‘그루매니저’라 한다. 지역에서 산림자원을 활용하여 지역문제 해결 및 산림비즈니스를 추진할 그루경영체를 발굴·육성하고, 현장에서 밀착 지원하는 중간지원자(현장활동가)인 것이다.
2018년 1차년도 사업에 전국에서 5명의 그루매니저가 선정되었고 이 중 한 명이 울주군의 김수환 씨이다. 이 그루매니저들의 지역자원조사에 의해 산림을 활용하여 생산·판매하는 주민공동체로 다양한 그루경영체를 발굴·육성하게 되었다.
조선업 노동자의 적성을 고려해 직무능력이 유사한 임업장비를 활용하는 산림전문작업단의 전환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탄생한 그루경영체가 ‘울산산촌임업희망단’이다. 철을 다루던 베이비부머 은퇴자 철수(鐵手)들이 숲을 가꾸는 목수(木手)로 변신한 것이다. 이 외에도 자생하는 돌배 등 임산물을 활용하는 ‘배내골 숲사람들’, 마을과 숲길을 조사하고 복원하는 ‘영남알프스숲길’, 귀산촌에 필요한 적정기술을 활용하는 ‘조선업태양열교육협동조합’,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독산림주민협업체인 ‘내와리산림경영협의체’, 숲가꾸기 영림단과 주민이 함께 장작을 판매하는 ‘울산장작협동조합’ 등의 그루경영체가 있다 한다.
김수환 그루매니저는 “지역사회와 그루경영체 간, 또는 지역 내 그루경영체들 간의 관계가 이윤에 의한 이해관계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또 이들의 활동이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산림의 경제적 가치 외에도 사회적 가치까지 더불어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한다.
그루경영체 - 울산산촌임업희망단 백년숲교실 - 시민학교
숲이 지닌 다양한 가치를 알려 나가는 ‘백년숲’의 활동에는 울주라는 지역이 있었고, 다양한 분야 사람들을 통한 정보와 지식, 기술의 공유가 있었다. 그렇게 ‘백년숲’은 숲과 사람의 플랫폼이 되고 있었다. 그 자체가 산림복지 실현의 현장이었다. 田
<참고자료>
산림청 https://www.forest.go.kr
한국산림복지진흥원 https://www.fowi.or.kr
한국임업진흥원 https://www.kofpi.or.kr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http://www.forest100.org
산림일자리발전소 https://blog.naver.com/forest_job_platform
울산저널 http://www.usjournal.kr
울산저널 http://www.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065578824274319 백년숲에서 백세시대를-백년숲 프로젝트 (한새롬 칼럼)
울산저널 http://www.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065576358334339 사람의 희망을 담은 백년숲 (한새롬 칼럼)
울산저널 http://www.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065622389831182 함께 꿈꾸고, 같이 만들고, 더불어 누리는 백년숲 (한새롬 칼럼)
마상규, 이강오 숲 경영 산림 경영, 2017, 도서출판 푸른숲
산림조합중앙회, 월간 산림, 2021, vol_666, 12~13쪽, 임업인의 분노
임업·산림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 2021.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