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근
균형발전 기사 큐레이터
목차
1. 법정문화도시 사업이란?
2. 자치구로는 유일하게 1차 문화도시에 선정된 부산시 영도구
3.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 (ART CITY ISLAND, YEONGDO)
4.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를 위한 기획자 학교
5. 문화도시를 향한 부산시 영도의 도전은 계속 된다
1. 법정문화도시 사업이란?
법정문화도시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정책 사업으로, 문화예술 증진을 통한 도시의 발전과 주민들의 문화적 삶 증진에 목적을 두고 있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후, 2019년 지역문화진흥법 2조와 15조에 따라 부산시 영도구를 비롯하여 서귀포시, 부천시, 원주시, 청주시, 천안시, 포항시 등 총 7개 도시가 1차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기존의 문화 정책과는 달리 지자체의 신청 단계에서부터 주민 주도로 관련 분위기를 조성하고 문체부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통해 진행하는 사업이기에 새로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주민 주도의 문화적 인프라를 키워 내겠다는 비전에서 앞으로 문화증진 정책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사업이기도 하다.
문화도시사업 추진 배경을 보면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라는 관점하에 각 도시의 역사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문화예술로서 도시의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들어 도시 주민들의 삶을 향상하는 데에 있다. 그리하여 최초 지자체에서 문화도시 사업 계획을 수립 후 문화도시 조성계획 승인을 받은 후, 1년간의 예비사업 추진을 통해 문화도시 추진에 대한 지역의 역량과 잠재력을 평가 받는다. 그 후, 최종적으로 문화도시로 선정된 지자체에는 5년간 약 100억 이상의 예산을 배정하여 문화예술로 증진하는 도시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문화 도시의 초점이 도시 내에 있는 박물관, 전시관 등 하드웨어적인 인프라에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도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계획을 세우고 주민들과 네트워크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2. 자치구로는 유일하게 1차 문화도시에 선정된 부산시 영도구
'문화'는 도시의 콘텐츠를 논할 때 오래전부터 언급되어 온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정의하기에 따라서는 그 범위의 폭이 남다른 '문화'를 오랜 시간 동안 강조해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의 문화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지역 정체성과 그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부산 영도는 개항기 이후 근대 산업의 유산을 비롯해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축적되어온 이야기가 많은 동네다. 그래서였을까? 부산시 영도구는 자치구 단위 최초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1차 법정문화도시 공모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영도는 과거 활황이었던 조선업의 쇠퇴로 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하는 지역이었고, 특히나 젊은 층 인구가 많이 빠져나가면서 도시 공동화 현상까지 일어나던 지역이었다. 이후,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여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어 관련된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고, 나름의 재도약 가능성을 보여준 지역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도시 지정 이후, 영도라는 지역이 어떻게 변화해나갈 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나, 문화도시 사업 자체가 지역의 정체성을 끌어내고 지역 주민들과 연대를 강화하여 콘텐츠 중심으로 도시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기대가 더 컸는지 모른다. 영도는 2019년 12월 문화도시로 최종 선정 후, 내부 정비를 거쳐 2020년 9월 사업의 중심축이 될 영도문화도시센터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화도시 사업들을 진행해오고 있다.
3.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 (ART CITY ISLAND, YEONGDO)
영도가 문화도시 사업을 신청할 때 내놓았던 슬로건은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 (ART CITY ISLAND, YEONGDO)’다. 이는 영도 고유의 지리적, 생태적 환경을 기반으로 특색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사업계획은 크게 콘텐츠, 공간, 거버넌스로 구분된다. 첫 번째, 콘텐츠 파트에서는 영도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 영도 축제, 영도 아쿠아버스 등 기존에 영도의 지역성에 얽힌 사람과 문화적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콘텐츠화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구상했다. 두 번째, 공간 파트에서는 영도 박물관 프로젝트, 아트 스트리트 등 영도 곳곳에 거점 커뮤니티 공간을 정하고 활용도를 높여 지역 주민과 문화 활동가들을 이어주겠다는 계획이었다. 세 번째, 거버넌스 파트에서는 지역 주민들과 지속적인 연대 활동을 통해 문화도시 조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겠다는 취지였다.
▲ 영도 문화도시 계획안 (출처: 영도구청)
사업계획 상의 전체적인 방향은 이렇지만 영도가 가진 도시 의제를 문화예술로 대응하겠다는 원칙 하에 사업 연도를 거듭할수록 더욱 다양한 문화적 실험을 진행해오고 있다. 영도문화도시센터 고윤정 센터장은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화도시 조성에 있어 처음에는 주민들의 수요가 문화시설 같은 하드웨어적인 조성의 확대에 있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실제로 주민들을 만나고 프로그램들을 진행해보면서 주민들이 원하는 부분이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 활성화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좀 더 폭넓은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영도는 2019년에 문화도시 예비사업을 일 년간 진행하면서 이러한 수요의 충족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시에 진행했던 활동들을 살펴보면, 1.아카이브(절영로, 식물오감 / 매거진, 다리너머 영도), 2.공간조성(절영마 프로젝트), 3.거버넌스(영도 문화사랑방 / 주민해설사 양성 과정 / 영도 도시문화기획자 아카데미 / 지역사업단 라운드테이블), 4.축제&관광(부산 남항 바닷길 축제 / 깡깡이 유람선 / 영도를 바라보는 네 가지 방법, 섬섬섬) 등 영도의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여 다양한 기획을 선보였다. 특히나, 영도가 가지고 있는 근대산업유산을 자연스럽게 활용하여 문화예술적으로 도시의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이러한 시도들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똑똑똑 예술가’, ‘특별한 60분’ 등을 기획하여 주민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문화예술 활동을 선보여 기존의 문화예술이 가지는 심리적 장벽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대평동 깡깡이예술마을의 유람선을 활용하여 과거 영도의 도선을 추억하는 해상관광여행에 주목하기도 했다. 활동 하나하나만 보면 소소한 활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지역 주민들과 문화적 공감대 형성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거창한 행사 한번 보다도 더 의미 있는 활동이라 볼 수 있다.
▲ 영도 깡깡이예술마을 아쿠아버스(유람선)
▲ 아쿠아버스(유람선) 탑승 체험
4.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를 위한 기획자 학교
도시의 축적된 이야기가 잘 다듬어진 콘텐츠가 되었을 때 그 활용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필자는 깡깡이예술마을의 유람선인 아쿠아버스를 타보았는데, 영도가 과거 근대 수리조선산업의 메카로 많은 선박들의 종합병원 역할을 해왔던 배경과 그러한 근대산업의 현장을 활용하여 도선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갈 수 있는 유람선 체험은 그 재미를 배가했다. 영도를 방문한 여행객들 역시 이러한 스토리가 주는 재미를 더해 도시 구석구석을 체험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영도 문화도시 사업이 일반적인 공모사업들처럼 지정된 기간에 지정된 예산을 집행하여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데에 있다. 문화도시의 여러 사업 중에서 중요성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는 바로 문화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이다. 기획자 학교라는 이름으로 ‘영도 기획자의 집’, ‘여성기획자 Next 스테이지 in 영도’ 등 다양한 문화기획자 양성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 <영도 기획자의 집> (출처: 영도문화도시센터)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젊은 인구가 많이 빠져나가는 영도에 열정과 기획력을 갖춘 젊은 청년, 기획가를 불러 모음으로써 도시의 활력을 제고하는 데 있다. 둘째는 문화의 소비자에서 문화의 생산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느끼는 의식의 변화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은 결국 지속할 수 있는 의식을 가진 사람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해나가고 있는 점이 문화도시 영도의 미래 비전을 더욱 밝게 만드는 측면이라 할 수 있다.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의 대표 격인 <영도 기획자의 집> 과정을 살펴보면, 문화기획자로의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문화적 방식으로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들겠다는 취지 하에 나와 지역을 탐험하며 다양한 문화적 실험과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운영과정은 총 5개로 커뮤니티, 생태, 모두의여행, 아카이브, 성평등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종 선발 후 각각의 과정에 맞는 멘토와의 소통을 통해서 개개인의 아이디어들이 좀 더 의미 있는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고 있다.
▲ <영도 기획자의 집> 운영과정 (출처: 영도문화도시센터)
특히나, 기수를 거듭할수록 기존에 기획자의 집을 수료한 선배 기수들과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만듦으로써 각자의 노하우가 전수되고 새로운 문화적 실험을 위한 노하우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기획자의 집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실제 영도에 와보면 공공미술프로젝트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열리는 것을 많이 살펴볼 수 있는데,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지역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게 한데에는 이러한 문화도시 사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영도 기획자의 집> 수료자들과의 협업 워크숍 (출처: 영도문화도시센터)
5. 문화도시를 향한 부산시 영도의 도전은 계속 된다
5개년 사업 중 올해 3년차를 맞이한 문화도시 영도의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특히나, 최근에는 도시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는 활동을 통해 영도만의 글꼴인 영도체를 만들고,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는 영도의 특성을 반영한 브랜드 영상을 제작하는 등 진정한 문화도시로서 그 정체성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특히나 문체부의 법정문화도시 사업이 계속해서 추가적인 법정문화도시를 지정하고 기존의 문화도시와 신규로 지정된 문화도시들 간의 다양한 문화적인 교류들을 강화하면서 새롭게 얻어지는 시너지도 의미 있는 성과로 나오는 부분이 많다.
▲ 영도문화도시 브랜드 영상, 한선 잇기 (출처: 영도문화도시센터)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러한 활동들이 지속되면서 지역에 얼마나 의미 있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문화도시 선정 배점에 있어서도 예비사업 결과가 35점, 거버넌스 구축이 65점이 걸려있는 부분을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화예술 진흥 활동을 통해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올라가고 도시의 활력을 불러넣을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도 해당 사업이 종료된 후에도 지자체에서 기존에 진행해왔던 프로그램들을 목적사업으로 추가하여 좀 더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부분들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영도의 노력들이 좀 더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활동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참고자료]
부산 영도구, 문화예술교육 거점 지자체로 미래 문화도시 만든다 (영도구청, 22.07.07) https://www.yeongdo.go.kr/00000/00007/00011.web?amode=view&gcode=1027&idx=310378
영도문화도시센터 “당신의 마음 가까이 문화예술이 달려갑니다”(브릿지경제, 22.06.29) https://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20629010006887
영도문화도시센터, '나는 영도에 삽니다' 출간 (부산일보, 21.04.08)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40814122332554
문화기획자 꿈꾸는 분~ 공부하러 오세요 (부산일보, 22.04.01)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2040107370490601
[헬로 이슈토크]문화도시 영도의 미래는?_고윤정 영도문화도시센터장 (LG 헬로비전, 21.09.24) http://news.lghellovision.net/news/newsView.do?soCode=SC50000000&idx=319696
문화정책과 연계하는 다양한 도시 공간 전략, 영도문화도시 (지역문화진흥원, 20.12.23) https://blog.naver.com/lifenculture/222180852304
문화도시 조성사업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199675&cid=43667&categoryId=43667
예술도시섬 영도매거진 <다리 너머 영도> 창간 (한경, 19.10.25)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910252166h
영도문화도시센터,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nTmJz9V4XlSI1vMWKrl_9g
‘문화도시’ 영도, 부산 첫 ‘고유 글꼴’ 개발 (부산일보, 21.08.18)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81818531158381
조봉권의 문화 동행 <9> 영도문화도시센터 분투기 (국제신문, 21.03.16)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500&key=20210317.22015005173
제1차 법정 문화도시 예비주자 선정 (문화체육관광부, 18.12.26) https://www.mcst.go.kr/kor/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7053&pMenuCD=0302000000&pCurrentPage=2&pTypeDept=&pSearchType=01&pSearchWord=%EB%AC%B8%ED%99%94%EB%8F%84%EC%8B%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