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인구
관계인구는 인구소멸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제시된 개념이다. 2004년 일본 니가타 추에쓰 지진 당시 지역에 구호활동을 하러 간 도시 청년들이 지역의 존재에 눈을 뜨면서 자신의 근황을 ‘지역관계활동’이라고 부른 것에 용어의 기원이 있다(사시데 가즈마사(指出 一正, 로컬라이프 전문잡지 소토코토(『ソトコト』편집장)의 분석).
그 후 일본에서는 2014년에 마스다 보고서를 통해 지역소멸론이 대두되었고 총무성 차원에서 정책대응이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하여 2016년에는 총무성 산하에 ‘미래 이주·교류시책방법에 대한 검토회’(좌장: 오다기리 도쿠미 메이지대학 농학부 교수)가 설치되어 본격적인 관계인구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관계인구는 살고있는 사람(정주인구)이나 잠깐 들르는 사람(관광인구) 사이의 모든 인구층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역에 살지 않지만 지역에 다양하게 참여하는 사람”, “소비와 납세에 얽매이지 않고 지역과 관계를 엮는 사람들”, “농촌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사람들”이라는 정의도 있다.
관계인구의 유형은 평가기준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오다기리 도쿠미 교수는 지역으로의 정주 지향성과 지역에 대한 관심도를 기준으로 관계인구층을 다음과 같이 도식화하였다.
https://www.soumu.go.jp/kankeijinkou/about/index.html
한편, 관계인구를 소통의 농도와 강도를 기준으로 유형화하면, 1) 지역공유주택에 살며 행정과 협력하여 마을만들기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디렉터(director)형(예: 지역부흥협력대), 2) 도시에서 지역홍보활동을 하거나 도시와 지역을 연결하는 허브(hub)형, 3) 도시에 살면서 지역에도 거점이 있는 두 도시 거주(double local)형(예: 5도 2촌), 4) 무조건 그 지역이 좋다는 단순 소통형의 네 가지 유형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이외에도, 우연한 방문이든 의도적 방문이든 거주지가 아닌 지역에 관련된 다양한 관계인구 유형이 등장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 위기의 심화로 인해 비대면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온라인 아카데미를 통해 형성되는 온라인 관계인구, 예전의 고속도로라 할 수 있는 강 연안을 중심으로 강가에 모여 문화활동을 하며 지역을 이해하고 즐기는 유역(流域)관계인구 등 여러 가지 관계인구형태가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로컬 저널리스트 다나카 데루미(田中 輝美)는 2017년에 출판한 저서『인구의 진화 : 지역 소멸을 극복하는 관계인구 만들기』에서 일본 시마네현에서 추진한 관계인구 만들기 사례를 소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도시에서 개최한‘시마고토 아카데미’를 소개하며 지역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역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 하는‘관계안내소’라는 마중물을 통해 지역의 인구층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https://www.shimakoto.com
관계안내소는 특산품만 파는 관광안내소가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곳’, ‘재미있는 사람과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로서 사람과 지역의 관계맺음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개념이다(시마네현은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관계안내소 프로그램을 지금까지 10년간 운영하여 200여 명 이상이 수료하여 수백명 규모의 시마네현 관계인구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시마고토 아카데미는 1기수에 15명 내외로 운영되는데 주1회 주말에 3시간 정도 운영하며 6개월간 7회 강좌를 하고, 단지 강의처럼 지역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지역을 방문하여 지역의 산업을 체험하고 지역주민과 만나며 네트워킹하는 입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국내에『마을의 진화』라는 책으로 상세히 소개된 바 있는 일본 가미야마 (神山)마을(인구 5천 명)에서는 오랫동안 추진해왔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의 대상을 셰프, 스타트업, 워크 인 레지던스 등으로 확장하여 체류인구를 유치하며 관계인구를 형성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역시 인구 5천명 규모인 일본 히로시마 오난정 하스미(はすみ)지구에서는 폐선이라는 낡은 자원을 활용하여 폐선안내, 레일카페 등을 운영하는데 단지 관광프로그램처럼 운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면사무소+JR철도회사+NPO법인이 함께 관계인구모델사업을 추진하며 철도우호단체와 협업하고 있다.
https://www.soumu.go.jp/kankeijinkou/model_detail/h30_27_oonancho.html
그 결과, 방문자들은 지역의 풍경과 지역주민과의 만남으로 마음이 치유되어 지역의 모심기 행사에 참여하는 그룹이 생기고, 이후에는 오난 DIY나무학교라는 형태의 새로운 관계인구 사업을 전개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지역빈집보수 현장 자체를 학교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하스미 지구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것은 관계인구는 마을을 공유하는 동료이므로 손님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하스미지구에서 내건 사업 슬로건은 ‘관광 그만둡니다, 관계 시작합니다’이다.
감사원은 2021년 7월에 2021년이 사망률이 출생률보다 높게 나타나 인구정점을 지나는 시기이고 이후부터는 인구가 감소할 것이며, 국내 최초의 100년 인구추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지역소멸예상 지역을 발표하였다. 이어 2021년 10월,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 89곳을 지정 고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지역소멸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지역에서 체감하는 절박한 지역소멸위기 때문에 성급한 지역이주 유치촉진활동이 전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의 체질 개선이나 소멸의 원인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이주자만 늘리려는 정책은 타지역의 주민을 뺏는 제로섬 게임일 수 있고, 언제나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주민만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 고정된 정책에 그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은 정책이기도 하다. 최악의 상황에는 이주 장려금이나 기타 정책적 혜택만 받으며 여러 지역을 이주하며 사는 지원금 헌팅(hunting)족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역가치창업 등 지역의 가치에 관심을 갖는 청년층이 늘기도 하였다. 다만 이주청년과 토박이청년을 골고루 지원하는 차원에서 정책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는 전제 하에, 주민뿐만 아니라 오가는 사람도 지역에 기여할 수 있고, 지역에서 오가는 사람들과 주민이 서로 협력하며 지역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새로운 시각으로 매력적인 지역을 만드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인구 개념에 대한 좀 더 유연한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작성자 : 조희정(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 NABIS 지원센터
※최종수정일 : 2022.03.14
다음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전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로그인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