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균형발전 정책’ 알아보기 <2부>
문체부 기금사업 현장
-충주시 금가면 숯가마공장, 기피시설이 가족공원으로-
조남식
로컬 스토리 에디터
■ 국가균형발전과 기금의 관계
2,605만명(국민 50.2%), 신용카드 사용액 389조원(전국민 대비 72.1%), 1,000대 기업 본사 754개. 모두 오늘 날 수도권을 설명하는 수치들입니다. 2020년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더니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현황(통계청, 한국은행, 부산상의 자료)
이럴 때마다 더욱 절실해지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균형발전 근거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날 대한민국은 국가균형발전, 그 구체적인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대한민국 헌법 중 발췌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기금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2021년 우리나라 살림은 558조원입니다. 이는 일반회계 314.8조, 특별회계 60.2조, 기금 182.9조를 더한 값입니다. 여기서 기금이란 특별한 목적에 따라 국가가 탄력적으로 운용하려고 법률로 조성한 자금을 말하는데 2021년 기준 67가지 기금이 있습니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그 중 한가지입니다. 사실 ‘관광진흥개발기금’은 표면적으로 국가균형발전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균형발전에 대한 예산으로는 오히려 기금이 아닌 특별회계 중에 ‘국가균형발전’명목 예산이 따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2021년 대한민국 재정구성
그러나 지역자산을 활용한 특색 있는 문화?관광을 구현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오늘 소개할 ‘관광진흥개발기금’은 물론 각종 기금사업 역시 국가균형발전에 일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관광진흥개발기금’이 투입된 ‘충주시 금가숯가마공장 관광자원화사업’을 소개합니다.
■ 균형발전현장으로서 숯가마공장
충주시 금가면 월상리에는 지난 30여년간 운영되던 숯가마터가 있습니다. 숯을 만들며 발생한 매연, 악취, 분진 때문에 동네에 널어놓은 빨래에 숯검댕이 묻는가하면 한여름에도 창문을 못 연다며 주민들이 민원이 끊이질 않았던 곳입니다. 2020년, 충주시는 그 공장부지 전체를 매입하여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습니다.
가동이 중단된 숯가마터에는 사람 여럿이 들어갈 수 있을만큼 큼직한 숯가마 10여기와 일꾼들이 사용하던 건물들이 남았습니다. 충주시는 숯가마터 자원을 리모델링하여 이곳에 가족공원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충주시는 리모델링 등 사업비용 일부를 문체부에 기금사업으로 지원하며 선정됐는데 여기서 말하는 기금이 앞서 언급됐던 ‘관광진흥개발기금’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숯가마
금가면 숯가마공장 관광자원화사업 현장에는 국비15억과 시비44억이 들어 총 공사비 59억원이 투입됩니다. 충주시는 2019년부터 부지매입을 추진했고 이후 2020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문화관광연구원 컨설팅을 통해 숯가마공장 활용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를 마쳤습니다. 컨설팅이 진행되는 동안 지장물 철거 준비작업이 완료됐고 최근에는 가마 활용을 위한 안전진단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충주시는 기존 자원, 특히 숯가마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향후 노후된 시설을 철거하는 정도에 따라 가마공장이 갖는 상징성이며 현장성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차별화된 볼거리, 즐길거리로 활용할 수 있을 테지만 여기에는 안전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아무리 좋은 자원이라도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활용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최근 안전진단 결과 가마형태가 전형적이지 않고 오랜시간 고열과 습기에 노출되어 현재 붕괴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라는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처음에 충주시가 구상했던 구조보강이나 원형보존이 쉽지않아 재건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충주시는 앞서 실시한 컨설팅 결과를 적극 활용하여 현장성을 최대한 살린다는 계획입니다.
▲가마 안전진단 하는 모습
한편 ‘숯가마공장 관광자원화사업’을 대하는 태도가 모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이번 사업이 충주시 내부적인 관광균형발전을 가져올거란 전망을 두고 ‘이제 와서 너무 늦었다’며 서운함을 나타내는 분들도 계시고 자기 소유 부지를 매입하거나 개발해달라는 분, 민원이 있을 때마다 혐오시설을 매입할 것이냐 같은 주장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민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시설을 매입한다면 그것은 세금, 환경관리, 관광지 개발 등 어느 측면으로 보나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 현장에는 숯가마공장이 가족공원으로 탈바꿈하면서 환경오염원이던 혐오시설이 균형발전을 견인할 선호시설로 바뀌는 극적인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다른 평범한 지역이 갖지 못하는 에너지를 갖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스토리텔링입니다.
■ 실제 사업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현장 드론촬영
지난 1월부터 벌써 수차례 현장을 찾았습니다. 시민이 사랑받는 공간을 만들고자 지역에 성공한 사업가, 전문기술자 등 여러분야 전문가를 모셔 현장토의를 진행하기도 하고 주변 주민분들과 간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최근 유월 초순에 현장을 찾으니 사람발길이 닿지 않아 곳곳에 사람 키만큼 풀이 돋아있어 발 디디는 곳마다 날벌레들이 춥춥스럽게 날아듭니다. 건물 상태며 철거대상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현장에 남아있는 사진이며 흔적들을 하나하나 추스렸습니다.
공사 전 전신주와 통신주를 이설을 요청해야하기에 전신주를 확인하러 풀숲을 헤집고 들어갔습니다. 없는 길을 만들며 들어가는데 스스스 소리와 함께 발뒤꿈치깨에 차가운 느낌이 스쳤습니다. 스스스 소리에 맞춰 등에 소름이 도도독 돋았습니다. 화들짝 놀라 급히 발을 떼며 도착한 전신주 바로 아래에도 풀이 웃자라 발 디딜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전신주 번호를 찍기 위해 전신주에 덕지덕지 붙은 함이며 계량기 사이로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 카메라를 켠 휴대폰 쥔 손을 쭈욱 뻗었습니다. 이제 막 전신주 번호를 찍으려는데 막 짓기 시작한 말벌집에 덕지덕지 붙은 말벌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 여름철 잡초가 웃자란 현장
현장에 있는 기계들은 각각이 무엇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은 죄다 찍어왔습니다. 통신사나 한전과 수차례 통화를 하고 드디어 협조 공문을 보냈습니다. 별개로 공사를 시작하기 앞서 사업지를 정리하기 위한 설계를 꾸역꾸역 확인하고 회계부서로 내려보냈습니다. 이제 회계부서에서 사업지를 정리하는 공사, 거기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용역 업체들을 선정하고 충주시와 업체간 계약을 맺을 것입니다.
6월 하순에는 가마 안전진단 결과보고서가 인쇄되어 나올 것입니다. 그때는 진단결과를 가지고 문체부를 방문해 가마 활용방안을 두고 다시 한 번 깊은 대화를 나눠야할 듯 합니다.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가마와 관련된 역사기록물을 수집전시한다거나 가마 및 현장을 복원, 추상화 재현하는 등 아트디렉팅 기법을 도입하려는데 그 모든 것들의 시작점은 안전진단결과가 될 듯 합니다. 이런 결정 끝에 올해 안에 실제 어떤 공사를 진행할 것인가 설계가 완료될 것이고 그 설계를 실현할 공사업체가 선정될 것입니다.
문체부든 충주시든 보다 좋은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내년 겨울전에는 숯가마터가 가족공원으로 탈바꿈해 있을 것입니다.
■ 성공적인 관광개발이 가져올 관광균형개발
사실 지금까지 국내에는 수많은 관광자원의 관광명소화 작업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사, 문화 등 그 의미에 과몰입한 지루한 콘텐츠들은 거의 대부분이 관광객 흥미를 끄는데 실패했고 전시관, 체험관 등 큰 고민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진 관광지들은 찾는 사람이이 적어 시설운영이 저조하거나 방치되어 황폐화되는 길을 걸었습니다. 실제 국민들의 관광수요를 충족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충주시 금가면 숯가마터는 사용하던 가마와 건축물 등 공장자원과 숯이라는 콘텐츠를 품고 있습니다. 아초에 폐자원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니 기존 콘텐츠들을 적극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다만 금가 숯가마터 역시 앞서 언급된 사례들처럼 사람들에게 외면 받아 교외에 덩그러니 남겨지지 않으려면, 더 나아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관광명소가 되려면 실제 관광수요와 보존가치 간 충분한 비교가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금가 숯가마 개발은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요? 당초에 여기에 장기적인 숯 민원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숯이 요 근래 우리 시대와 산업에 갖는 대표성, 충주시라는 지역과 숯의 관련성 등을 면밀히 따져본다면 숯가마터에 단순히 숯 체험관이니 전시관을 세우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관광지가 됐음하는 바람이지만 특색을 갖추지 못하면 누구나 사랑하는 관광지 이전에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관광지가 될 것입니다. 이 장소는 누구를 겨냥한 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담을 것인가? 가마, 숯, 월상리라는 지명, 달 등 관련된 어휘, 개념들이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월상(月上)은 가마가 위치한 곳 지명이다. 지명 유래를 알아보았지만 아쉽게도 기록이 많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유히 흐르는 강과 달만 두고 보아도 이 둘은 분명 매우 낭만적인 요소입니다. 이름대로 달을 형상화한 조형물과 조명연출을 활용하여 멀리서도 눈에 띄는 야간경관을 조성한다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조정지댐 인근에 위치한 가마터는 남한강을 조망하기 좋은 위치입니다. 주변에는 골프장, 생태산책로, 출사명소 등이 산재해있어 관광자원들간 시너지효과도 기대해봄직 합니다. 주변에 탄금호가 드라마 등 미디어 촬영지로 인기가 높아지고 한국관광공사 야간관광100선에 선정되는 등 관광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여기 월상리 숯가마도 야간경관이 아름다운 공원으로써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숯가마 근처 출사명소 ‘홀로 나무’
▲중원역사문화레포츠특구(탄금호) 드라마 촬영 ‘tvN 사랑의 불시착’’
관광균형개발이란 다른 지역과 똑같은 것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이 개성을 갖춰 자체적인 색깔을 갖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똑같은 공원, 똑같은 전망대, 똑같은 빵이 아닌 각 지역이 각각의 이야기를 갖춰 조화를 이루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균형발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금가숯가마공장이 탄탄한 이야기를 갖춘 관광지로 다시 태어나 충주시 지역 내 균형관광은 물론 대한민국 중부내륙관광 균형발전에 큰 걸음이 되리라 기대 합니다.